박경훈 소장 "제주어 살리기, 중앙+지방 협업으로 새 판 짜야"

 

▲ 8일 오후 '제주어의 새로운 인식과 보전방안' 세미나가 개최된 가운데 박경훈 제주전통문화연구소 소장이 주제발표를 하고 있다. ⓒ제주의소리 김태연기자

우리 국어의 보고인 '제주어'를 보전하기 위해선 국가적 차원의 문예 부흥 운동으로 이끌되, 지방정부에서도 체계적인 전승 방안을 마련하는 등 전반적으로 새 판을 짜야 한다는 주장이다.

제주발전연구원 제주학연구센터(센터장 문순덕)의 주관으로 '제주어의 새로운 인식과 보전방안' 세미나가 8일 오후 3시 제주상공회의소에서 개최됐다.
 
'소멸위기의 제주어, 왜 국가 아젠다가 되어야 하는가'를 주제로 발표에 나선 박경훈 제주전통문화연구소장은 "지난 2011년 유네스코로부터 '절멸위기의 언어'라고 지정되기 전부터 제주어살리기 운동이 벌어지기는 했으나 제주 안에서만 이뤄지는 일이었다. 거대한 쓰나미가 몰려오고 있음에도 지방정부차원에서만 해결하려는 태도는 안일한 생각일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이어 박 소장은 "유네스코 소멸위기의 언어로 등재되면, 통보받은 해당 국가는 그에 따른 적절한 조처를 취하게 돼 있지만 중앙정부 차원에서 제주어를 살리기 위해 한 일이 무엇인지는 와 닿지 않는다"고 덧붙였다.

유네스코 한국위원회에 따르면 현재 우리나라 유네스코 문화유산 등재 건수는 세계유산 10건, 세계기록유산 11건, 세계지질공원 1건, 창의도시 3건, 인류무형문화유산대표목록 15건, 유네스코생물권보전지역 4건 등이다.

박 소장은 "중앙정부에서는 등재에는 발 빠른 후속 조치와 지방정부와 협업 등 제도화에 노력을 기울이지고 있지만 제주어의 문제는 다뤄지지 못하고 있다"며 "현재 제주어 살리기 정책은 너무나 소극적이며 이벤트를 벌이는 수준에 머물러있다"고 짚었다.

그러면서 박 소장은 보다 근본적이고 적극적인 제주어문화운동이 시작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의 설명에 따르면 중국에서는 20세기 중반을 넘어서며 정부와 대학 연구소가 만주어 살리기에 힘을 쏟고 있다. 프랑스 정부의 지방어 육성 정책에 따라 지방언어인 브르타뉴어는 공식 언어로 위상을 확보하고 있다.

박 소장은 "국가가 나서서 전반적인 정책과 에산을 집중적으로 투자했을 때 결실을 기대할 수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며 "국가적 차원에서 전폭적 지원과 지방정부의 노력으로 '제주어 살리기' 전반적인 판짜기를 다시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박 소장은 "도정 역시 제주어를 살리기 위해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며 제주어 살리기에서 제주어 르네상스(문예부흥)사업으로 확장시키고, 더 큰 문화적 맥락 속에서 위기를 극복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이어 주제발표에 나선 문순덕 제주발전연구원 제주학연구센터장도 "지역별 방언이 살아있는 곳은 언어자원이 풍부하다. 그러나 국어정책은 지역의 가치를 등외시한 채 표준어 정착과 보급에 집중했다. 그 결과 제주어를 비롯한 지역어의 가치가 낮아지고 위상이 약화됐다"고 설명했다.

문 센터장은 "제주어는 단순히 의사소통의 도구가 아니라 제주문화의 핵심이라는 사실을 인정할 필요가 있다. 제주어 사용기간이 줄어든다면 제주도의 가치도 없어질 것이라는 확신을 가져야 한다"고 말했다.

2부 종합토론에는 지역의 각계각층에서 제주어를 지키고 전승하는 여러 방안들이 제시됐다.

먼저 김원보 제주대 통번역대학원 교수는 '전문 연구기관 설립'을 주문했다.

김 교수는 "제주어를 전문적으로 연구하고 기본 인프라를 구축할 연구원을 만들 필요가 있다"며 "전문 연구기관에서 체계적으로 사전을 발간하고, 표기법 원칙을 제정함은 물론 교육용 자료를 발간해 전반적인 인프라 구축을 담당해야 한다"고 말했다.

지난 2010년부터 제주어 선생 육성과정을 운영해오고 있는 (사)제주어보전회의 문정수 이사장은 "사용 권장에 그칠 것이 아니라 초등학교부터 중학교까지 주1회 이상 제주어 시간을 마련해 제주어를 가르쳐야 한다"고 주장했다.

문 이사장은 이어 "학교장의 재량에 맡겨서는 어렵다. 현역 교사들을 대상으로 방학기간을 이용해 '제주어 집중교육' 프로그램을 운영하는 등 정책적인 움직임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강경식 제주도의회 의원은 "제주도에서 범죄 없는 마을을 운영하고 있는 것처럼 어린아이부터 어르신에 이르기까지 제주어를 사용하는 '제주어 사용 시범마을'을 지정해 행정적, 재정적 지원을 강화하고 이를 여러 마을로 확대해 나가는 정책을 시행할 필요가 있다"고 제안했다. <제주의소리>

<김태연 기자 / 저작권자ⓒ제주의소리. 무단전재_재배포 금지>

저작권자 © 제주의소리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