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보류 두달만에 '싼얼병원' 승인 또 요청...달라진 건 '신생병원과 MOU 체결' 뿐

중국자본이 설립을 추진중인 외국 영리병원 '싼얼병원' 조감도. <제주의소리 DB>
제주도가 외국 영리병원(투자개방형 외국의료기관) 설립에 강한 집착을 보이고 있다.

보건복지부가 줄기세포 시술 우려와 응급상황에 대한 대응체계 미흡을 이유로 외국 영리병원 설립계획을 보류했던 바로 그 중국자본에 대해 불과 두 달도 지나지 않아 서둘러 설립계획을 승인해주도록 보건복지부에 요청하고 나섰다.

제주도가 21일 보건복지부에 담당 공무원을 보내 외국 영리병원 설립계획 승인을 건의한 대상은 중국 천진화업그룹의 한국 법인인 CSC(차이나 싼얼 헬스케어 컴퍼니).

CSC는 사업비 505억원을 투자해 서귀포시 호근동 삼매봉 인근 9839㎡에 피부.성형.내과.검진센터 등 4과목 48병상을 갖춘 외국 영리병원 '싼얼병원'을 짓기로 하고, 이미 25억원을 들여 부지까지 매입했다.

지난 2월 CSC로부터 싼얼병원 설립계획서를 받아 타당성 검토를 거친 제주도가 보건복지부에 설립계획 승인을 요청한 것은 같은달 27일이다. 제주특별법상 제주에 외국 영리병원을 세우려면 보건복지부로부터 사업계획에 관한 승인을 받아야 한다. 보건복지부의 승인이 나면 제주도 보건의료정책심의위원회 심의 후 도지사가 허가를 내주게 된다.

이와 달리 인천 송도 등 경제자유구역 6곳은 보건복지부장관이 허가권을 갖고 있다.

하지만 보건복지부는 지난 8월22일 싼얼병원 설립 계획에 대한 승인을 잠정 보류했다. 이유는 크게 두가지였다. 

48병상 규모의 소형병원인 싼얼병원은 제주도내 종합병원과의 진료 연계가 필수적이었다. 응급상황에 대한 대처를 강화하기 위해서다. 싼얼병원은 이에따라 지난해 7월16일 '외국인환자 유치 선도병원'인 한라병원과 진료협력 양해각서(MOU)를 체결했으나 1년만인 올해 7월26일 MOU가 파기되는 바람에 중대한 결격사유가 생겼다.

줄기세포 시술 우려는 결정적인 걸림돌이었다. 자산 18조원에 직원 4000명을 거느린 천진화업그룹은 중국 현지에서 줄기세포 시술 등으로 엄청난 부를 일군 것으로 알려져 있다. 국내에서 줄기세포 시술은 불법이다.

CSC는 줄기세포 시술이 문제가 될 것 같자 제주도에 줄기세포 관련 시술을 포기하겠다는 각서를 썼고, 제주도는 지난 5월 이를 공문으로 만들어 보건복지부에 제출했지만 부정적 기류를 돌려세우지 못했다.

CSC는 법인의 명칭까지 일부 손질했다. CSC는 당초 '차이나 스템셀 헬스그룹'(China Stem Cell Health Group)의 약자였다. 스템셀은 줄기세포를 뜻한다.

설립 계획 승인이 보류된 후 CSC가 보완한 것은 사실상 응급상황에 대한 대응체계 한가지 뿐이다. 한라병원과 결별한 CSC는 이달 18일 제주시 노형동 s중앙병원과 다시 MOU를 체결했으나, 사업의 규모나 내용은 거의 달라지지 않았다.

특히 s중앙병원은 올해 3월12일 문을 연 신생 병원이어서 응급상황 대처에 따른 노하우가 풍부하지 않다는게 의료계의 대체적인 평가다.  

제주도는 줄기세포 시술 우려는 CSC가 이미 제출한 포기 각서로 해결된 것으로 보고 있다.

제주도 관계자는 "싼얼병원은 국내 1호 외국 영리병원이 될 텐데 사업계획을 하루빨리 처리해주지 않으면 아무 것도 못한다고 판단해 보건복지부를 찾게 됐다"고 설명했다.

외국 영리병원, 특히 싼얼병원에 대한 시민사회의 반응은 여전히 부정적이다.

한때 '국내 영리병원' 반대에 앞장섰던 제주대 의학전문대학원 박형근 교수는 "한라병원과의 MOU 파기는 (잠정 보류의)표면적 이유에 불과하고 핵심은 줄기세포 시술"이라며 "싼얼이라는 그룹의 실체가 바뀌지 않은 상황에서 (사업계획 승인은)신중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외국 영리병원은 내국인도 이용할 수 있지만, 건강보험은 물론 의료급여가 전혀 적용되지 않는다. 

의료기관 개설 등에 관한 특례를 규정한 제주특별법 제192조에 외국의료기관은 국민건강보험법에 따른 요양기관이나, 의료급여법에 따른 의료급여기관으로 보지 아니한다는 내용이 명시됐다. 의료비 상승은 물론이고 공공의료체계가 무너질 것이란 우려가 가시지 않는 이유다. <제주의소리>

<김성진 기자 / 저작권자ⓒ제주의소리. 무단전재_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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