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라마다 다른 집값 대책
나라마다 다른 집값 대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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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위기의 발생 과정에서, 그리고 위기로부터 회복 과정에서도 집값이 차지하는 비중은 크다. 글로벌 금융위기 6년째 되는 현 시점에서 세계 주요국들의 집값 대책은 각 나라가 처한 사정만큼 다양하다.

금융위기의 영향을 비교적 덜 받았거나 경기회복세가 좋은 나라들은 집값이 지나치게 상승하는 것을 걱정하는 정책을 펴고 있는 반면 그렇지 못한 나라들은 집값이 오르기를 바라는 정책을 펴고 있다. 전자에는 중국 독일 홍콩 싱가포르 등이 속하고 후자에는 미국을 비롯해 영국 일본 등이 해당된다 하겠다.

미국은 35%에 달하는 큰 폭의 집값 하락 끝에 작년 2월부터 회복기에 들어섰다. 그러나 집값 폭락으로 대출을 갚지 못해 은행에 집을 빼앗긴 약 800만호의 세대가 다시 내집마련에 나설 만큼 구매력을 회복하지 못했기 때문에 아직 갈 길은 멀다.

고가 주택들은 거래가 늘고 있지만 10만달러 이하 저가 주택들은 최근까지도 거래량 감소가 이어지고 있다. 양적 완화를 지속해 주택시장을 살려야 할 처지다.

영국도 25%나 하락했다가 금년 들어 잉글랜드와 웨일즈 지방을 중심으로 상승하고 있다. 정책당국은 주택가격 상승을 목표로 매입지원(Help to Buy) 정책을 가동 중이다. 다운 페이먼트 비율 인하 및 금리 인하가 그 주된 내용이다.

일본의 부동산은 거품은 지금의 일본을 치사상태로 몰아 넣었다. 그러나 아베노믹스는 매달릴 곳이 인플레이션밖에 없는 것 같다. 중앙은행의 국채 매입으로 시중에 돈을 마구 풀면 인플레이션 목표 2%가 달성되고 이렇게 물가가 상승하면 기업투자와 가계소비가 촉진될 것이라는 허망된 인과논리에 사로잡혀 있다.

오르기 바라는 나라와 내리기 바라는 나라

이들과는 다르게 중국은 집값 상승억제 수단으로서 대출 규제를 강화하는 동시에 2015년까지 주택 3600만호를 공급하는 양동작전을 편다. 이러한 정책에도 불구하고 대도시 주택 가격이 금년 3월 정권교체 이후 다시 고개를 들어 당국을 곤혹스럽게 하고 있다..

독일도 중국과 마찬가지로 집값 거품을 우려하는 그룹에 속한다. 독일은 전통적으로 임대주택 위주의 시장이었기 때문에 주택 가격변동이 크지 않은 나라였으나 2010년 이후 최근까지 수도 베를린을 비롯한 7대 도시의 아파트 가격이 25%나 상승하고 있다.

홍콩과 싱가포르도 외국자본이 주택가격 상승을 주도한다고 보고 외국인의 부동산매입에 대해 세금을 부과하기 시작했다.

우리는 어떤가? 우리나라의 집값은 지난 20년간 꾸준하게 올랐다. 외환위기 직후인 1998년 한해 12.4%라는 큰 폭의 하락을 제외하고는 부동산불패 신화를 이어왔다. 그러다가 2012년부터 아파트 가격을 중심으로 하락국면에 들어섰다. 서울의 경우는 2010년부터다. 역대 정권이 잡지 못한 집값을 시장이 알아서 잡으려 하고 있다.

그래서 우리의 사정은 처해 있는 위치가 애매하다. 정책의 초점을 가격억제에 두어야 할지 가격부양에 두어야 할지 결정이 어렵다.

4·1 부동산 대책 및 소위 전 월세 대책이라고 불리는 8·28 대책도 초점이 헷갈린다.

양도소득세 및 취득세 인하를 추진하는 것은 집값 부양정책에 해당되지만 공공임대주택 보급을 늘리는 것은 집값을 떨어뜨리는 정책이다. 임대주택이건 매매주택이건 전체적으로 주택 공급물량이 증가하면 가격은 하락할 것이기 때문이다.

위치가 애매한 우리나라의 주택가격

내집 마련은 그 자체로 주거안정과 유주택자라는 신분상의 만족감을 주는 소비행위이다. 그것을 더 큰 돈을 버는 투자행위로 보아도 큰 잘못은 없다. 그러나 투자에는 위험이 따르며 투자의 성공은 위험에 대한 보상이라는 사실을 외면해선 안 된다. 부동산 불패 시대는 이쯤에서 지나가야 한다.

▲ 김국주 전 제주은행장.

부동산 데이터베이스 넘비오(NUMBEO)가 금년 3월 집계한 자료에 의하면 수도권 아파트의 소득대비 가격은 우리나라가 11.5로 중국 싱가포르 홍콩 등의 절반에 그친다. 정부가 나서서 집값을 떠받쳐야 할 정도가 아닐뿐더러 정부가 개입한다고 효과가 있을 법도 하지 않다.

주택 매입을 독려하기보다는 임대주택의 비중이 현재의 5%에서 선진국 수준인 20% 정도로 높아질 수 있도록 환경을 조성해 주는 것이 좋다. 그런 의미에서 전 월세 임대와 관련해 소비자보호 차원에서 제도개선에 착안한 것은 잘한 일이다. / 김국주 전 제주은행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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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글은 <내일신문> 10월 30일자 '김국주의 글로벌경제' 에 실린 내용입니다. 필자의 동의를 얻어 <제주의소리>에 싣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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