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길현 칼럼> 어머니 리더십을 갖춘 여성 도지사를 꿈꾸며

   제주 정가가 온통 시끄럽다. 무소속의 우근민 현지사가 새누리당에 입당원서를 냈기 때문이다. 지난 3년여 동안 민주당을 친정이라고 읊조리던 지사였기에 의아함과 함께 어처구니없다는 반응이 지배적이다. ‘제주 정치라는 게 이것 밖에 안 되는 것인가’라는 냉소와 환멸이 제주도민을 휘몰아가고 있다.

  ‘여건이 바뀌었다’는 변이 전혀 틀린 얘기는 아니다. 이명박 정부가 물러나고 새로이 박근혜 정부가 들어서는 변화만큼 큰 여건의 변화도 없을 것이기 때문이다.

이처럼 여건의 변화에 맞춰 원래의 친정으로 되돌아가겠다는 우근민 지사의 변은 그냥 하는 얘기가 아닌 일면의 진실이 있다. 왜냐하면 그 출발에 있어서 우근민 지사나 박근혜 대통령이나 다 동일하게 군에서 시작하였기 때문이다. 초록은 동색처럼 우지사는 박대통령에게서 더 편안함을 느낄 것 같아 보인다. ‘박근혜정부와 함께 하기 위해 새누리당에 입당’하는 건 우 지사에게는 전혀 부자연스러운 것이 아닐 것이다.  

  우근민 현 지사나 김태환 전 지사들이 새누리당에 입당하는 것을 보면서, 이것이 모든 정치인에게 주어진 자유이자 개인적 선택일 것이라는 주장은 공허하게 들린다. 그들은 지난 20년간 이념과 가치는 차치하고 오직 권력의 양지를 쫓아 살아온 전현직 도지사들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김태환-우근민 모두 기회 있을 때마다 스스로를 정치인이라기보다는 행정가로 자처한 지도 모르겠다.

대통령이 바뀌면 그에 맞춰 발 빠르게 순응하는 게 이들 행정가의 처세이기 때문이다. 그 결과 설마 설마하면서 전·현직 도지사들로부터 대장부답게 무언가 어른스런 정치를 보여주리라 일말의 기대를 걸었던 도민들만 불쌍하고 우습게 되고 말았다.

 # 권력양지만 쫒아온 정치관료들에게 ‘정치적 변절’은 너무나 자연스러  

  지난 20년의 지장자치 경험은 우리들에게 영혼이 없는 행정가가 아니라 신념을 갖춘 정치인을 도백으로 뽑을 때가 되었음을 가르쳐주고 있다.

내년에는 행정이 아닌 데서 경륜을 쌓은 분들에게서 대안을 찾아보면 어떨까. 그 시작은 오늘까지도 권력정치 세계에서는 당선만 되면 모든 게 정당화되는 것으로 강요를 하고 있는 전·현직 도지사들의 정치행태에 항거하는 데서 출발해야 할 것이다.

그만큼 7개월 이후에는 자기들 마음대로 이당 저당 기웃거리며 권력의 양지를 쫓아다니는 해바라기들에게 본때를 보여주겠다는 각계각층의 도민들의 결연한 의지가 그 어느 때보다 필요할 때이다.

  이는 또한 이른바 철새 정치인이 다시는 제주정치에서 자리하지 못하게 심판을 기대하는 것이기도 하다. 그래서일까 며칠 전 제주 MBC 시사진단에서 들었던 새누리당 도의원의 철새정치인 옹호론이 문득 떠오른다. 철새는 계절의 변화에 맞춰 제 살길을 찾아나서는 지혜를 상징한다고. 그래서 우근민 지사가 여건의 변화에 맞춰 새누리당으로 입당하는 건 지혜의 소산이라며 정당화하는 것이 그것이다.

이 논리에 따라 앞으로 어떤 정치인이 집권여당으로 탈바꿈을 하지 못하면, 그는 여건의 변화를 제대로 파악하지 못한 바보로 전락하게 된다. 앞으로 정치인이 야당에 남아 있다면 그는 세상물정을 모르는 정치인일 뿐이다.

  철새 정치인 만세하고 외쳐대는 이와 같은 아전인수젹 정당화와 관련 없이 내년 지방선거에서는 철새 정치인에 대해 준엄한 도민 심판이 내려지리라 기대를 하게 되는 필자 나름의 근거는 이렇다. 우선 2013년 11월 현재 새누리당-민주당 양당구도에서 볼 때 내년도 6월 지방선거는 거의 새누리당 우위로 당락이 결정될 가능성이 크다. 다만 그 결과를 예측하기 어렵게 만든 변수가 있다면, 그것은 제3당으로 나서게 될 안철수 신당의 바람이 2012년 여름처럼 뜨겁게 불 것인가 여부이다.

 # 지방선거 ‘연패’ 불안한 새누리, 철새정치인과 손잡은 건 또 다른 ‘자충수’

  그런데도 새누리당은 8년전 제 발로 나간 것이기도 하고 또 달리 보면 탈당이 강요된 것이기도 하지만 어떻든 무소속의 김태환 전 지사를 받아들였다. 지난 대선 때 박근혜 후보를 도와주었다는 명분과 함께. 그러나 이는 역으로 새누리당이 김방훈-김경택 등의 후보로는 내년 도지사 선거에서 이길 자신이 없다는 것을 보여주는 것으로 파악된다. 그만큼 내년 지방선거에서 안철수 신당의 예기치 않는 바람에 대해 새누리당이 마음을 놓지 못하고 있음을 반증해 주고 있는 것이기도 하고. 지난 대선에서 박근혜 대세론이 안철수에 의해 단숨에 무너졌던 충격이 아직도 생생한 모양이다.

  한편 우근민 지사는 내년 선거를 7개월 정도 남겨놓은 시점에서 바로 4년전 민주당 후보를 염두에 두고 입당을 꾀하던 모습과는 전혀 판이하게 새누리당 입당을 저울질하고 있다. 이는 그만큼 우지사가 내년 지방선거에서 크게 어려움을 느낀다는 반증이다. 현직의 무소속으로는 당선이 어려운 만큼 무언가 돌파구가 필요하다는 것인데, 그렇다고 과연 철새 정치인으로 비판 받는 것을 무릅쓰면서 새누리당으로 들어가고자 하는 행태가 내년 선거에서 얼마나 유리하게 작용할까는 전혀 미지수이다.

어떻든 이리 저리 출마 의욕을 붙태우고 있는 고심의 현장과는 거리가 멀게 2014년 6월까지로 도지사 직을 그만두고 도민에게 그간의 고마움을 표하면서 명예롭게 하산하는 우지사의 모습은 이제 보기 어렵게 되었다. 그렇게 우근민 지사는 많은 제주도민을 욕보이고 있고 제주 도지사 선거를 희화화하고 있다.

  다만 김태환 전 지사에 이어 우근민 현 지사까지 새누리당에 입당 원서를 내면서 바야흐로 내년 지방선거를 둘러싼 사태의 추이가 호사가에게는 흥미를 돋우고 있을 뿐이다. 우 지사의 새누리당 입당이 받아들이게 될는지와 함께 입당 이후 후보 경선이 매끄럽게 진행될는지가 그것이다.

그 결과를 아무도 알 수 없지만, 필자에게는 만약 김태환-우근민 전·현직 지사의 동반 입당이 실현되면 그것은 새누리당에게는 자충수로 비춰진다. 왜냐하면 새누리당 제주도당이 선거를 앞두고 내부적으로는 2-3개의 파벌로 나뉘어 일사분란하게 선거 캠페인을 할 수가 없으리라고 보기 때문이다. 마치 지난 대선에서의 민주당을 연상하는 그런 행태가 눈에 선하게 보인다.

 # 남성들이 흐려 놓은 정치판, 아예 여성 도지사를 꿈꾸면 어떨까

  원래 싸움은 많은 경우 적이 강해서 지기보다는 내부분열 때문에 지는 것이다. 멀리는 이회창-이인제의 분열과 가까이는 현경대-장동훈의 분열 등 내부 분열로 선거에서 지는 경우는 수없이 많다. 새누리당으로 전·현직 도지사들이 몰려오는 것을 좋다고 환호하는 그 이면에는 조만간 유력 후보들 간의 유대가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은 적전 분열이 자리할 것이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이 얘기가 곧 내년 지방선거에서 민주당 등 야권이 유리하다는 것을 의미하는 건 아니다. 다만 안철수 신당의 활약이 가능할 수 있는 여지가 더 크게 주어지고 있음을 시사해 주고 있는 게 아니냐고 보고 있을 뿐이다.

▲ 양길현 제주대 교수
  마지막으로 내년도 도지사와 관련 여성 도지사의 가능성을 새삼 환기시키고 싶다. 그것은 단순히 박근혜 여성대통령에 이은 여성 도지사를 기대한다는 게 아니다. 오히려 지난 20년에 걸친 이른바 ‘제주판 3김’ 도지사와는 다른 가치와 생각을 가진 도지사로서 그 시작을 제주 여성이 해 줄 수는 없는 것인지 하는 바람이다.

2010대 중반 이후 2020년대까지 제주를 문화·생태·복지의 공동체로 가꾸어나가는 여정에서 어머니 리더십을 기대하고 싶은 것이다. 지난 시간 모든 단물은 남성들이 다 빨아 먹고 나서 이제 세상이 어려워지니까 여성들에게 가시밭길을 떠넘기려는 제주 남성들의 반성을 담아서. / 양길현 (제주대 교수·제주내일포럼 공동대표)  <제주의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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