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유근 명예회장.

[이유근 칼럼] 생물학적 나이는 중요치 않아...'괸당문화' 벗어나야

이제 다음 도지사 선거가 7개월 여 앞으로 다가오니 여기 저기서 다음 도지사에 대한 의견들이 봇물을 이루고 있고, 또 많은 분들이 큰 뜻을 품고 선거에 나설 차비를 서두르고 있다. 특히 우리 제주도에서는 20년 이상을 세 분이 돌아가면서 도지사 직을 맡다 보니 식상하기도 하고 또 파벌이 형성되어 도민 사회에 부정적 영향을 끼치고 있다. 그러나 도지사 하마평에 논리적 접근은 미약한 것 같고, 또 감정적 대응으로 일관하는 느낌도 들어 아쉬움이 크다. 이참에 도지사의 자질에 대해 논의를 해 보는 것도 뜻이 있다고 여겨진다.

나는 우리 제주도의 경우 어떤 분이 도지사 직을 맡느냐에 따라 다른 도와는 비교가 되지 않을 정도의 차이를 나타낼 수 있다고 본다. 21세기의 초입에 들어서면서 세계 환경이 바뀌고 있고, 얼마 없어 한 중 FTA가 타결 되면 그야말로 우리 제주도는 미증유의 혼란과 변화를 겪게 될 것이다. 이런 중차대한 시기에 어떤 지도자를 갖게 되는가 하는 것은 우리의 생존과 직결되는 문제라는 생각이 든다.

사람은 완전하지 않기 때문에 누구에게나 단점은 있게 마련이고 우리 모두는 실수를 피 할 수 없다. 그러나 올바른 지도자는 실수를 줄일 수 있으며 잘못 되었을 때 바로 고칠 수 있다. 그러므로 우리들은 어떤 지도자를 뽑아야 할 것인가에 대해 진지하게 고민하고 논의를 해야 한다.
 
나는 다음 도지사는 이런 분이 뽑혔으면 한다.
 
첫째는 공익심(公益心)이 충만한 분이었으면 한다. 공익심이 충만하면 비록 머리가 모자라도 많은 분들의 의견을 수렴하여 올바른 결정을 내릴 수 있다. 머리가 좋으나 공익심이 없는 분은 모든 것을 개인의 이익을 위하여 결정을 하므로 도민 전체에 막대한 해를 끼치므로 공직에 있어서는 안 된다.

상탁하부정(上濁下不淨)이라고 지도자가 개인의 이익을 바라고 행동하면 그 아래 사람들도 자기 개인의 이익을 위하여 애쓰게 되고, 그러다 보면 온 조직이 부패하게 되며, 부패한 조직은 결국 망하게 된다. 같은 제주도의 조직인데 제주도 교육청은 청렴도 1등인데 제주도청은 꼴찌에서  맴돌고 있으니 이것이 무엇을  뜻하는 지는 삼척동자도 알 것이다. 청백리(淸白吏) 밑에서 탐관오리(貪官汚吏)가 발붙이지 못 하듯이 공익심이 투절한 지도자 밑에서는 부패는 사라지게 마련이다.
 
둘째는 미래를 내다볼 줄 아는 혜안(慧眼)과 그걸 뒷받침 할 수 있는 추진력을 겸비했으면 한다. 세계적 기업이었던 핀란드의 노키아나 미국의 코닥이 불과 10 여년 앞을 내다보지 못 하여 망하였다는 사실은 우리들에게 큰 경각심을 주고도 남는다. 더구나 이 회사들이 터치 스크린 방식이나 디지털 카메라를 개발해 놀고도 지금 잘 나가고 있는 제품의 판매에 지장을 줄까 보아 미적거리는 사이에 다른 회사가 제품을 만들어 팔게 되어 결국 망하게 되었다니 이들 회사 측에서는 얼마나 억울할 것인가!

우리 제주도도 마찬가지다. 지금 잘 나가고 있다고 자만하는 순간 파멸은 시작된다는 사실을 명심하여 끊임없이 새로운 것을 찾아 나서는 혜안이 없으면 이 무한경쟁의 세계에서 살아 남을 수 없다. 또 설사 좋은 아이디어가 있다고 하더라도 좌고우면(左顧右眄) 하느라 허송세월 하게 되면 결과는 마찬가지가 될게 너무나 분명하다.

셋째는 화합형 지도자였으면 한다. 그렇지않아도 전국 1%에 불과한 인구로 힘을 합쳐도 힘들 터인데 내 편 네 편 나누어 다툰다면 국가를 상대로 한 협상에서 힘을 쓰기 어렵다. 5000 명에 불과했던 백제 군이 3만 나당(羅唐) 연합군과 대적할 수 있었던 것은 뜻과 힘을 뭉쳤기 때문이다. 이순신 장군께서 12 척 전선으로 300여 척의 왜군을 물리칠 수 있었던 것도 장병들이 이순신 장군을 믿고 힘을 뭉쳤기 때문에 가능했던 것이다. 힘을 합치면 1 + 1 = 2가 아니라 3도 되고 4도 될 수 있는 것이 세상 일이다.

넷째는 이왕이면 50대의 젊은이였으면 한다. 그래서 일을 잘 하면 2선 3선을 할 수 있었으면 한다. 제주도가 지속적으로 발전하기 위해서는 정책의 일관성이 필요한데 지금처럼 도지사가 바뀌었다고 전임자의 정책이 폐지되면 결국 우리 제주도민들이 손해를 보게 된다. 지금도 제주 컨벤션센터를 처음 계획대로 5000석으로 하였다면 하는 아쉬움이 남으며, 제주 삼다수를 좀 더 일찍 증산하여 북경 올림픽에 공식 음료로 제공하였다면 지금쯤 제주도의 형편은 몰라보게 달라졌을 것이라는 것이 내 생각이다.

선거는 어차피 선택이다. 누가 최고의 제주도지사 감인가를 가리는 것이 아니라 입후보 한 사람 중 누가 더 나은가 하는 것이다. 이 모든 조건을 충족한다면 망설일 필요 없이 그 사람을 뽑으면 되는데, 문제는 모든 도민들의 생각에 이런 조건에 모두 맞는 사람은 없다는 데에 있다. 그렇다면 어떤 점을 더 가치 있게 생각하여야 할까 하는 문제에 봉착하게 된다. 여기서 우리들은 공자님의 말씀을 새겨 볼 필요가 있다.
 
한 제자가 공자님께 물었다.
“국가를 경영하려면 무엇이 필요합니까?”
공자님께서 대답하셨다.
"경(經), 병(兵), 신(信)이 필요하다.”
“그 중에 한 가지를 버린다면 무엇을 버려야 할까요?”
“병을 버려야 한다. 병이 없더라도 나라의 경제가 활발히 돌아 가면 이웃 국가가 감히 침략할 생각을 못 한다.”
“다시 또 한 가지를 버려야 한다면 무엇입니까?”
"경이다. 나라가 가난해도 백성들의 신뢰를 받는 국가는 지탱할 수 있지만 백성들의 신뢰를 받지 못 하는 나라는 존속할 수 없기 때문이다.”

나에게 이런 선택을 하라고 하면 나는 맨 먼저 나이를 버릴 것이다. 호적 상 나이가 생물학적 나이와 비례하는 것은 아니며, 생물학적 나이는 사람마다 달라 청년 같은 노인이 있는가 하면 노인 같은 젊은이도 너무나 많고, 또 선거 운동이란 것이 워낙 힘든 것인데 그것을 할 수 있는 체력이라면 능히 도지사 직도 원활히 수행할 수 있다고 여기기 때문이다.

그 다음으로 버릴 것을 고르라면 나는 화합을 고르겠다. 비록 도민들의 갈등을 완전 해소 할 수 없을지라도 올바른 방향으로 도정을 이끌어 간다면 결국 도민들도 이해하리라 여기기 때문이다.
 
그 다음으로는 예지력을 포기하겠다. 아무리 예지력이 있다 하여도 공익심이 없다면 결국 개인의 이익을 위하여 힘쓰게 되며, 그리 되면 온 공직 사회가 부패로 물들기 때문이다. 저 찬란했던 로마 제국이나 신라가 결국 부패로 망하였으며, 그 강력했던 중국 장개석 군대가 부패로 몇 명 남지 않은 모택동의 공산당에게 패퇴했다는 사실을 우리는 잊어서는 안 된다.
 
우리 제주도민의 폐습 중 가장 부끄러운 것은 소위 말하는 “괸당 문화”다. 우리 전래의 괸당 문화는 정말로 우리가 소중히 간직하여야 할 미풍양속인데 선거와 결부되면서 가장 반민주적인 행태가 되고 말았다. 우리가 민주주의에 대해서 조금만 관심을 가진다 하여도 이런 폐습은 근절 될 수 있을 것이다.

민주주의란 기본적으로 나 대신 일할 사람을 뽑는 행위다. 그러니 입후보자 모두가 심부름꾼이 되겠다고 하는 것이다. 그런데 심부름꾼을 보내면서 음식을 얻어 먹든가 돈을 받는다든가 하는 것은 올바른 생각을 가진 사람이라면 해서는 안 되는 짓이다. 돈을 받는다는 것은 내가 주인이 아니고 머슴이라고 하는 것과 다름없다.

또 우리 집 대 소사(大 小事)에 왔다고 표를 찍어 준다면, 결국 입후보자들은 표를 얻기 위해 대 소사에 계속 쫓아 다닐 수 밖에 없고 그리 되면 도정을 살필 시간은 그만큼 줄어들게 된다.

이제 우리 모두 혈연, 지연, 학연과 “괸당 문화”의 구태에서 벗어나 제주도를 위해 정말로 헌신할 사람이 누구인가를 따져 신성한 한 표를 행사하자. 그리하여 우리 후손들에게 떳떳하고 자랑스러운 제주특별자치도를 물려주자. / 제주시 자원봉사단체 협의회 명예회장 이유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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