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적 완화(QE)의 예상 진로
양적 완화(QE)의 예상 진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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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의 중앙은행, 연준이 성업 중이다. 2008년 이후 양적 완화를 한답시고 사들인 채권에서 이자수입이 크게 발생하고 있기 때문이다. 연간 8백억 달러 이상의 순이익을 내고 있다.

돈은 찍어내면 되므로 자금의 조달 코스트는 영(零)이다. 찍는다고 했지만 실제로 인쇄기를 돌리는 것도 아니다. 거래하는 채권 딜러들의 은행계좌에 돈을 입금시켜주면 된다.

순이익은 연방법에 따라 거의 전부 연방정부 재무성 금고에 귀속된다.

그런데 연준이 보유하고 있는 채권은 60%에 해당하는 2조1천억 달러가 재무성이 발행한 국채이고 나머지가 모기지 증권으로 구성되어 있다.

즉 미국 정부의 빚 17조 중 2조는 연장정부의 한 기구인 중앙은행에 대한 빚이며 거기에 냈던 이자도 다시 돌려 받는다는 이야기다. 원금을 상환해야 하는 시기도 연준의 2011년 9월 이후의 "오퍼레이션 트위스트" 즉 단기물을 내놓고 장기물을 매입하여 보유하는 조정작업을 통해 여러 해 뒤로 미루어졌다.

지금 시장의 많은 관심은 연준의 채권매입이 언제부터 축소될 것인가에 오로지 모아져 있다. 경기 회복의 기미, 특히 경제성장률과 실업률의 발표에 촉각을 세우고들 있다.

기대이상의 수치가 발표되면 시장은 웃어야 할지 울어야 할지 묘한 장면을 연출한다. 나쁜 뉴스가 좋은 뉴스고 좋은 뉴스가 나쁜 뉴스가 되기도 한다.

그러나 언제부터 축소하느냐보다 더 중요한 질문은 연준이 그 동안 사들였던 채권들을 언제부터 시장에 내놓기 시작하느냐이다. 이점에 대해서 캘리포니아 주립대 손석원 석좌교수 같은 사람은 영원히 내놓지 못할 것이라고 단언한다.

현재 매입하는 채권의 규모는 미국 재무성증권 연간 발행액의 54%에 해당되는데 이 정도의 매입세력이 시장에서 사라졌을 때의 충격을 완충하는 데만도 여러 해가 걸릴 터인데 하물며 시장의 신규 매도 세력으로 연준이 등장하는 것은 상상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연준이 보유하는 재무성 증권의 의미

1933년 세계 대공황의 와중에서 집권한 프랭클린 루즈벨트 대통령은 미국 경제를 살리기 위해서는 "무엇이든지" 하겠다고 장담했다. 지금은 무엇이든지 하겠다고 나서는 것은 대통령이 아니라 중앙은행 총재들이다.

케인즈 경제학자들이 말하는 대로 정부가 재정지출을 늘려 민간의 부족한 수요를 보충해 주어야 할 터인데 정부부채가 이미 목에 찼던가 아니면 정치 싸움으로 말미암아 지출예산에 합의를 이루지 못하는 판국에 모든 짐이 중앙은행에게 떠 맡겨진 때문이다.

이들이 무엇이든지 하겠다고 벼르고 내놓은 카드는 회수될 길이 막막한 통화의 남발이었는데 이제 비로서 남발의 속도를 줄이자는 단계에 이르렀을 뿐 남발된 통화를 회수하는 일정은 거론조차 못하고 있는 것이다.

소비자 물가만을 보면 아직 인플레이션 타깃에 못 미친다고 안심을 하고 있지만 통화남발은 결국은 통화가치 하락을 수반한다. 기록적인 상승을 이어가고 있는 금융자산의 움직임에서 통화가치 하락의 일면을 엿볼 수 있다.

미국 유럽 할 것 없이 선진 자본주의 국가들의 국가 부채는 이와 같이 인플레이셔니즘, 즉 통화가치 하락에 따른 채무경감이라는 해결책을 복안으로 깔고 방치되고 있는지 모른다.

또 하나의 가상 시나리오로서 미국 연준이 보유하고 있는 재무성 증권을 소각 처리할 수도 있다는 황당한 이야기도 여기저기서 들린다. 연방정부의 한 부처의 손실이 다른 부처의 이익으로 상계되므로 전체적인 이해득실은 없다. 이렇게 되면 부채한도 증액을 두고 의회에서 더 이상 싸울 일도 없어지고 미국 정부로서는 부채가 줄어든 만큼 새로이 재정 지출을 늘릴 수 있어 경기활성화에 숨통이 열리게 된다.

문제는 남발된 통화를 회수할 길이 사라진다는 것, 그리고 그만큼 달러화의 가치는 영영 하락하게 된다는 점이다.

회수될 길 요원한 달러화 남발

오래 전 미국이 대외적으로는 베트남 전쟁, 대내적으로는 이른바 위대한 사회 건설을 위해 달러를 남발했을 때 외국 정부들이 금 1온스를 미화 35달러와 교환해준다는 브레튼우즈 협정에 의거 금 교환을 대거 요구하고 나선 적이 있다.

▲ 김국주 전 제주은행장.

이때 미국은 일방적으로 금 교환을 중단시켜 버렸다. 1971년의 닉슨 쇼크가 그것이다. 이를 계기로 국제환율제도는 고정환율제에서 변동환율제로 바뀌어 오늘에 이르고 있다.

금에 다시 몰빵을 해서 손해를 보고 있는 헤지펀드계의 귀재 존 폴슨이나 작년과 금년 외환보유액 중 금의 비중을 크게 높인 바 있는 우리 한국은행은 행동이 빨랐을 뿐 장기적인 방향은 옳게 파악하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 / 김국주 전 제주은행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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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글은 <내일신문> 11월 13일자 '김국주의 글로벌경제' 에 실린 내용입니다. 필자의 동의를 얻어 <제주의소리>에 싣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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