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승주 칼럼> 안 되면 말고 식 대응? 하늘은 스스로 돕는 자를 돕는다

최근 제주감귤과 월동채소류, 수산물 등 제주의 주력 1차 산업에 사활이 걸린 한·중 자유무역협정(FTA) 2단계 협상이 시작되었다.

2단계 협상에서는 한·중 양국간에 관심 있는 개별 품목의 개방 수준과 일정 등을 논의하고 정하게 된다. 결과에 따라 제주의 1차 산업, 더 나아가 지역경제 전반에 미칠 파장이 클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그리고 2단계 협상에서는 각 품목을 “전체 상품을 10년 이내에 관세를 철폐하는 일반품목, 최고 20년에 걸쳐 관세를 없애는 민감 품목, 관세를 일부만 깎거나 그대로 유지하는 초민감 품목”으로 분류하여 어느 곳에 담을지를 논의하게 된다. 물론 1단계 협상에서 자유화(관세철폐)가 되지 않는 초민감 품목(양허제외) 범위를 품목 수 기준 10%, 수입액 기준 15%로 합의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런데 초민감 품목에는 “관세가 전혀 인하되지 않는 양허제외 이외에 관세 부분 감축, 계절관세, 저율관세로 정해진 물량을 의무적으로 수입해야 하는 TRQ(저율관세할당)” 등이 포함돼 있어서 1차 협상에서 이미 정해진 초민감 품목비율 10%, 즉 전체 품목 수 1만2232개 중 10%인 1223개로도 양허제외를 제외하고는 농어업의 보호가 사실상 어려워져 어떤 식으로든 한중 FTA에 따른 영향을 받을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더욱이 정부가 주력 수출품의 중국시장 접근성을 높이기 위해 수입액 기준 자유화율을 상향 조정할 필요성을 검토하겠다고 밝힌 바 있어 개별품목 논의과정에서 자유화율이 상향조정될 가능성이 커지면서, 이를 빌미로 중국 측이 농수산물의 개방을 적극 요구할 개연성이 높아지고 있다. 즉, 제주 1차 산업의 위기가 예상외로 커질 가능성이 점쳐지고 있다.

# 제주자치도의 한중 FTA 대책 아무 것도 없다.

최근 지역 언론은 제주자치도가 감귤을 비롯해 감자, 양파, 마늘, 양배추, 무, 당근, 브로콜리 등 농산물 8개 품목과 양식광어, 갈치, 참조기 등 3대 주력 수산물 등 11개 품목을 초민감 품목에 반드시 반영될 수 있도록 총력을 쏟고 있다고 보도하고 있다.

또한 지역 특화품목으로 대두, 콩, 백합, 쪽 차, 양란, 쇠고기, 돼지고기, 닭, 오리, 말 등 10개 품목과 3개 종자류(양파, 무, 양배추)를 보호대상에 포함시켜 줄 것을 농식품부에 건의해 놓았다고 한다. 그리고 제주자치도는 도의회FTA특위, FTA범도민특위, 전문가, 농어업인단체, 학계 등과 협상 진행 상황을 공유하고, 대책에 적극 반영해 나갈 방침이라고 밝히고 있다.

제주자치도의 대응책은 한마디로 “대책이 없음”이고, 탁상공론 수준이다.

그런데 제주자치도가 한중 FTA 협상 추진상황을 제대로 파악하고 있다면 이런 식으로 농어민 등을 호도할 수는 없을 것이다. 특단의 대책마련에 골몰하여야 함이 도민에 대한 도리일 것이다. 그럼에도 마음은 모두가 콩밭에 가있어서 농어민 등의 심사를 헤아릴 시간을 충분히 갖지 못하고 있다. 한마디로 풍전등화 같은 상황에서 도저히 납득할 수 없는 제주행정의 단면을 보여주고 있다.

# 제주 1차 산업 도민의 생명산업이고 주된 먹거리산업이다.

한국 농촌경제연구원 자료에 따르면 2011년 현재 제주도지역 총생산규모는 11조1290억 원이고, 이중 농림어업규모는 1조8605억원으로 전체의 16.7% 수준이다. 물론 이것은 전국 평균 농림어업 생산 비중 2.7%과 비교하여도 매우 높다.

제주도지역 농어가인구는 11만4천명으로 제주인구의 19.6%이나 된다. 전국 평균 농가비율은 6%이다. 농림어업 취업자는 6만2천명으로 전체 제주도지역 취업자의 21.3% 수준이나, 전국 농림어업 취업자 비중 6.4%이다. 여기에 사시사철 계절에 따라 도시지역 주민 중 상당수가 감귤 따기, 마늘 파종 등에 일용직으로 취업하고 있어서 제주도에 있어서 1차 산업의 비중은 통계숫자 이상이라고 하지 않을 수 없다.

# 제주 농산물 농산물 시장에서 가격경쟁력 점점 떨어지고 있다.

그렇다면 우선 제주도지역 농산물의 가격경쟁력은 어느 정도인가? 

꼭 집어서 단정지을 수는 없다. 예컨대 신선농산물의 경우 계절과 작황에 따라 가격변동이 커서 연평균 가격이 실제 가격 차이를 정확히 반영하기 어려지만 평균도미시장 가격을 기준으로 가격 수준의 추세치를 파악할 수 있다.

한국 농촌경제연구원의 자료에 따르면, 2007년부터 2009년 간 9개 주요 제주농산물의 가격은 모두 중국보다 높을 뿐만 아니라 평균 가격 차 또한 5.57배인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2009년부터 2011년간의 가격차는 3.45배로 축소되는 경향을 여실히 보여주고 있다.

특히 중국산 농산물보다 3배 이상 높은 품목 수, 경쟁력을 유지하고 있는 품목 수가 아래에서 보는 바와 같이 같은 기간 8개에서 5개로 축소되는 상황을 감지할 수 있다.

이는 우리나라 농산물 시장에서 제주 농산물의 가격경쟁력이 크게 떨어지고 있는 반면, 중국산 농산물은 오히려 그 가격이 향상되고 있는 것을 반증하고 있다. 또한 이는 제주자치도와 농가가 합심하여 가격이외에 특단의 제주농업 경쟁력 강화방안을 마련하여 적기에 시행하지 않을 경우 한중 FTA 협상결과 여부에 관계없이 서울 가락동 시장 등 전국 주요 농산물 시장에서 제주농산물의 수요가 폭락할 수 있다는 것을 경고하는 증거라고 할 수 있다.

아래서 보는 바와 같이 2011년 현재 중국산과 제주산 농산물의 가격차가 그런대로 유지되고 있는 농산물로는 대두, 감자, 마늘, 배추 등을 들 수 있다. 매우 우려되는 상황이다.

 

   

다음으로 제주산 농산물의 무역특화지수(TSI) 와 시장비교우위(MCA)는 어떤가?

제주산 주요 농산물 9개 품목 중 대부분은 우리나라 무역특화수지가 -1에 가까워 수출은 거의 이루어지지 않고 있다. 제주농산물 중 마늘과 양파, 당근, 무 양배추의 시장비교우위 지수가 1보다 훨씬 크기 때문에 중국산 농산물이 우리나라 수입농산물시장에서 절대적인 경쟁우위를 확보하고 있는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그래서 무와 마늘, 양파의 수입량 대부분은 중국산이고, 당근과 양배추도 전체 수입량의 80% 이상이 중국산인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감귤은 오렌지와 레몬이 주로 수입 특화되어 있으며 중국산은 조제저장 처리된 것만 일부 수입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 한·중 농산물 교역에서 중국 농산물 의존도 점점 커지고 있다.

한국농촌경제연구원의 자료에 따르면 우리나라 농업생산규모는 2010년 현재 43.5조원이고, 연평균 2.9% 성장하는 것으로 나타나 있다. 그런데 농림어업생산액의 국내총생산규모(GDP) 비중은 도시개발 등으로 2000년 4.2%에서 2.3%로 감소하는 추세가 뚜렷하게 나타나 있다.

반면 2010년 현재 중국 농업의 중국국내총생산규모(GDP)는 6.9조 위안(약 1190조원)으로 우리나라의 약 27배 수준이고, 연평균 3.8% 증가하는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다만 순수 농업생산규모의 중국국내총생산규모(GDP) 비중은 25.1%에서 18.5%로 감소하는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2010년 현재 중국의 쌀 생산량은 1억9600만 톤이고, 소맥은 1억1500만 톤으로 생산량 대비 세계 1위에 랭크되어 있다. 이외도 옥수수(1억7,700톤)는 세계 2위, 대두(1,500만톤)는 세계 4위이다.

그렇다면 한·중 농산물 무역거래의 특징은 어떤가?

우리나라 농산물 수출 중국 의존도가 심화되고 있다. 제2의 농·식품 수출시장이라고 해도 과언은 아니다. 2000년도에 농산물 무역량이 6.7%에서 2010년에는 13.4%로 상승하였다. 물론 상당부분 설탕, 라면, 소스류, 커피류 등의 가공수출 위주의 수출 구조임도 분명하다.

대중국 농산물 무역거래에서 뷸균형적으로 수입이 초과되는 시장구조가 고착화되는 양상이 뚜렷해지고 있다. 2000년 농산물 무역수지 적자 폭이 12.9억 달러에서 2011년40.4억 달러로 확대되었다. 중국으로부터 수입액이 지속적으로 증가하고 있을 뿐만 아니라 수입품목 또한 다양화해지고 있다.

대두, 전분박, 김치, 당근, 보리, 잎담배 등: 10배 이상 증가하고 있고, 고추, 사료, 들깨, 밤, 대두박, 양파 등은 5배 이상 증가하고 있는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그런데 문제는 중국산 농산물 수입증가가 가속화될 우려가 커지고 있다. 말하자면 중국산 농산물이 국산(제주산)대체 현상이 지속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는 것이다.

# 중국의 농업분야 FTA 추진전략 제주도정보다 집요하다.

지금까지 중국은 자국이 추진하는 모든 FTA 협정에서 양허제외 품목을 설정하는 것을 공론화하고 있다.

우선 중·뉴질랜드FTA에서는 중국만 곡물, 곡분, 당류 등 50개 품목에 대하여 양허제외를 주장하였다. 중 칠레FTA의 경우는 양국 모두 농산물의 양허제외를 허용하였고, 중 아시안FTA에서는 민감 품목 400개까지 관세일정 수준 유지하는 것으로 하였다.

동아시아역내 국가들과의 FTA에는 조기자유화 계획 대상품목을 설정하고, 아세안 국가의 신선농산물 593개 조기 자유화시켰다. 중· 대만 ECFA에서는 과일과 차류 등 18개 품목을 일방적으로 관세를 철폐하였다.

# 한중 FTA 농업부문의 영향 간단치 않을 것이다.

아마도 우선 지리적 인접성과 농업 생산구조의 유사성, 광대한 국토와 저렴한 인건비, 다양한 기후대 형성 등 중국의 장점을 감안할 경우 중국 농산물의 수입이 지속적으로 확대될 수밖에 없을 것이다.

이런 우려는 기존에 중국과 FTA 체결한 나라들의 피해사례를 통하여 확인해볼 수 있다. 한· EU FTA에서는 축산물 위주의 피해가 있었고, 한미 FTA에서는 육류 및 과일류 위주의 피해가 예상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다음으로 검역상 수입 규제로 단기적으로는 체소류와 특장류 등의 수입 증가가 예상되고 있다. 현재 가격 경쟁력이 상대적으로 낮은 쇠고기와 돼지고기도 장기적으로 검역상 수입규제가 풀릴 경우 수출단지 조성 등을 통한 우리나라로의 수출 가능성이 점쳐지고 있다. 
아울러 경험에 비추어 중국 내 생산이 없거나 공급부족으로 중국이 수입에 의존하는 품목도 우리나라에 수출할 가능성 점쳐지고 있다.

예컨대 현재 중국은 연간 4천만톤 이상의 대두를 다른 나라로부터 수입하면서 우리나라로 20만 톤을 수출하고 있고, 김치수출은 1990년대까지 거의 없었으나 2010년 23만 톤으로 그 수출규모가 폭증하고 있다.

# 그렇다면 제주농산물 기대하는 만큼 양허대상 품목으로 지정될 수 있을까?

한마디로 전문가(한국농촌경제연구원 어명근) 등의 예측에 따르면 전혀 간단치 않을 전망이다.

우선 제주산물 중 상당수를 양허제외 품목으로 하기 위해서는 제주자치도가 한 눈 팔지 않고  제주의 주요 품목들이 양허제외 또는 민감품목에 포함되도록 하기 위하여 그 필요성과 근거를 타이트하게 확보하여야 한다. 그런데 이에 대한 지역 언론의 논평은 눈을 비벼 봐도 전혀 보이지 않고 있다. 그저 국제관계에서도 지역정서가 통할 듯이 제주자치도가 구차한 대안을 제시하여 일하노라고 강변하기에 급급하는 형국이다.

다음으로 제주산물이 한·중 FTA양허제외 품목으로 선정되기 위해서는 세계무역기구의 도하개발 아젠다(WTO/DDA)협상에서의 개도국 특별품목(SP)과 연계할 수 있어야 한다고 한다. 한마디로 제주1차산물이 도하개발 아젠다(DDA) 특별품목에 포함되지 않은 한, 중국과의 FTA 협상에서 양허제외 품목에 포함되지  못하게 되고, 제주1차 산물은 대중국 누역에서 보호받을 수 없게 된다.

알려진 바에 따르면 도하개발 아젠다(WTO/DDA) 협상의 개도국의 특별품목의 자격조건을 식량안보와 생계보장, 농촌개발의 3개 범주로 구분하고, 각 범주에서 세부기준을 정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우선 식량안보 범주에서 제주 1차 산물이 선정되기 위해서는 주식(主食)과 기본식품으로서 우리나라 양곡관리법상의 주곡과 자급률이 높은 품목이 선정될 가능성이 크다. 둘째로 제주1차 산물이 생계보장 범주에서 선정되기 위해서는 품목별 생산액과 생산농가 수를 선정지표로 활용하여 고려될 수 있다. 셋째로 제주1차 산물이 농촌개발 범주에서 선정되기 위해서는 관세수입액과 관련된 관세율이 높은 품목이어야 한다.

그렇다면 제주1차 산물의 경우 위의 선정조건을 충족하고 있는가? 그것을 설명할 자료를 구비하고 있는가?  개인적으로는 전혀 답답함을 토로하지 않을 수 없다.

그렇다 치고 행운이 여신이 제주도지사의 손을 들어주고 중앙정부가 다소 손을 쓰고, 이에 따라 위의 WTO/DDA의 특별품목 선정기준에 충족되는 상황이 벌어지기라도 하면 다음과 같이 추측해볼 수 있을지 모른다. 

대두와 감자는 주식으로 하여 특별품목으로 선정되고,  감귤, 양파, 무, 당근 자급률이 높아 특별품목으로 선정되고, 마늘은 생산농가 수가 많아 생계보장 범주의 특별 품목으로 하여 선정되고, 녹차, 대두, 감자, 마늘, 감귤, 양파 등은 관세율이 높아 특별품목으로 선정될 것이다.

그런데 “하늘은 스스로 돕는 자를 돕기”에 냉정한 국가 간의 실리확보전쟁이 벌어지고 있는 마당에서 중국인을 위한 투자진흥지구지정, 투자이민제 등에 감복한 나머지 제주자치도가 예쁘다고 하면서 중국협상대표가 도민 모두가 기대하는 만큼 제주1차 산물의 상당수를 양허제외 품목으로 선정될지는 현실이 전혀 녹록치 않아 보인다.

 

▲ 백승주(행정·지방자치·지역개발·환경·협동조합전문가) C&C국토개발행정연구소 소장

도민여러분!

“하늘이 무너져도 솟아날 구멍이 있다고 합니다. 제 형제도, 제 친구들도, 제 친척들도, 제 고향 어르신들도 농어업에 종사하고, 저 또한 언젠가 농사에 전념할지 모르겠습니다. 분명한 것은 제주 1차 산업이 도민을 먹여 살리는 가장 중요한 원천(源泉)이 되고 있음에도 자본논리에 따라 관광업 보다 냉대 받고 있는 현실입니다. 관광을 위한 글로벌 브랜드 마케팅을 위하여 없는 도정 살림에 물경 300억원 정도를 사용했던 기억을 더듬어 보면 그런 생각을 하게 합니다. 제주농어민 여러분 힘내시기 바랍니다. 공무원 여러분 힘내세요. ” / 백승주(행정·지방자치·지역개발·환경·협동조합전문가) C&C국토개발행정연구소 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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