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업자들과 '17.5% 환수' 합의...협약-공증-이행보증보험 가입 '이중삼중 안전장치' 

   
제주에서 풍력발전 수익의 공공환수를 사실상 강제하는 방안이 추진된다. 풍력발전에 앞다퉈 뛰어든 대기업의 배만 불리는게 아니냐는 도민사회의 우려가 어느정도 해소될지 주목된다. 

제주특별법은 풍력자원의 공공적 관리를 선언적으로 규정했을 뿐 개발이익 환원을 강제할 근거는 마련돼 있지 않다.

21일 제주도에 따르면 표선면 가시, 구좌읍 김녕, 애월읍 어음, 한림읍 상명 등에서 육상풍력발전을 추진중인 사업자들과 매출의 일정비율을 제주도가 환수하는 방안에 대해 최근 구두 합의가 이뤄졌다.

제주도는 이런 내용을 담은 협약서 초안을 작성, 최종적으로 문구를 가다듬고 있다. 내부 조율이 끝나면 각 사업자의 서명을 받기로 했다.

제주도가 가져갈 몫은 '당기순이익의 17.5%를 매출로 환산한 금액'으로 합의됐다. 환원 기간은 20년이다. 풍력발전지구 지정 기간과 동일하다. '당기순이익의 17.5%'가 아니라 '매출로 환산한 금액'까지 굳이 끼워넣은 것은 각 사업자가 이사회를 통해 당기순이익을 사내유보(社內留保) 시켜버리면 정기적인 수익환수를 기약할 수 없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사내유보란 기업 경영활동의 결과로 발생한 이익을 주주에게 배당하는게 아니라 자본의 누적으로서 사내에 쌓아두는 걸 말한다.

사내유보 결정이 내려지면 제주도는 한푼도 받지 못하거나, 20년 후에나 받을 수 있다는 판단이다. 회사가 문을 닫거나, 사업자가 바뀌는 경우까지 대비한 포석이다. 당기순익 여부, 규모에 관계없이 1년마다 꼬박꼬박 수익을 환수하겠다는 의미다.  

셈법이 복잡하지만, 당기순이익의 17.5%를 매출로 환산하면 대략 매출의 7%가 될 것으로 제주도는 추정했다. 수익환원 방식과 관련해 제주도는 제주대학교에 용역을 의뢰했는데, 초과이익 또는 매출을 기준으로 삼는 2가지 방안이 제시됐다.

'17.5%'는 2년 전 제주에너지공사 출범을 앞뒀을 때 제주도가 언급했던 수치와 같다. 당시 공영민 지식경제국장은 해상풍력발전에 따른 수익환원 문제가 쟁점으로 떠오르자 "운영수익의 17.5%를 에너지공사가 받는 것으로 얘기됐다"고 말한 바 있다.

제주도는 이같은 내용을 협약서에 담는데 그치지 않고 공증과 함께 이행보증보험에도 가입하는 등 이중삼중의 안전장치를 마련하기로 했다.

이행보증보험은 각 사업자가 가입하되 수익자를 제주도지사로 지정할 방침. 회사의 흥망에 관계없이 수익을 거둬들이겠다는 복안이다.

현재 육상풍력발전은 가시, 김녕, 어음, 상명 4곳이 지구지정을 받은 상태다. 남은 절차는 전기사업허가와 개발사업시행승인. 제주도는 수익환원에 대한 협약과 공증, 이행보증보험 가입을 완료한 뒤 나머지 절차를 밟을 방침이다.

군(軍) 통신 문제로 지구지정이 미뤄진 한림읍 월령지구는 나중에 이 문제를 해결했고, 앞으로 도의회 동의 절차를 밟아야 한다. 남원읍 수망지구는 2년 안에 토지 문제를 해결한 뒤 보완 재심의하는 것으로 결정됐다.

풍력발전 수익환원에 대한 우려에 제주도가 나름대로 고민한 흔적이 엿보이지만 막대한 수익이 예상되는 육상풍력발전에 견줘서 수익환원 비율 '17.5%'가 타당한지에 대한 의문은 여전히 남아있다.

제주도 관계자는 "항간의 지적처럼 지금은 수익환원을 '자발적 기부'에 의존할 수 밖에 없으나 이중 삼중의 안전장치를 두게 되면 상황이 달라질 것"이라고 말했다.  <제주의소리>

<김성진 기자 / 저작권자ⓒ제주의소리. 무단전재_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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