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협동조합법 1년] (1) 제주 협동조합의 현주소는? 성공여부 진단 일러

지난해 12월 1일 협동조합 기본법이 시행됐다. 5명 이상만 모이면 누구나 자유롭게 민간 협동조합을 열 수 있는 길이 생긴 것. <제주의소리>에서는 협동조합 기본법 시행 1주년을 맞아 제주지역의 협동조합을 조명해보기로 했다. '왜' 협동조합이어야 하는지, 또 제주 사회의 협동조합은 어떤 모델로 나아가야하는지 관련 분야 전문가들과 현장의 목소리를 직접 담았다. <편집자 주>

 

▲ 협동조합 설립 현황. 올 하반기 급증한 것은 제주 뿐 아니라 전국에서도 일반적인 현상이다. <기획재정부 제공>

10월말 기준으로 전국의 협동조합 수는 2851개에 달한다.

기획재정부가 지난 15일 발표한 협동조합 실태조사에 따르면 지난 7월 기준으로 협동조합 당 평균자산은 약 4000만원, 협동조합 당 평균 피고용인 수는 5.1명으로 나타났다. 연매출액이 4900여만원, 이윤 달성률이 618여만원으로 나타났다.

조합원 중 앞으로 협동조합에 지속적으로 참여할 의사를 밝힌 이들이 전체의 99.3%나 되고 피고용인 중 지속적으로 근무를 원하는 비율도 97.5%가 된다는 응답이 나오면서 협동조합의 가치가 인정받고 있다는 분석도 나왔다. 

반면 우려되는 점도 있다. 문턱이 낮다보니 1년 사이 우후죽순 생겨났다는 것.

실제 사업을 운영 중인 곳이 54.4%에 불과해 등록만 해놓고 사업을 시작하지 못한 곳이 절반에 가까운 것으로 나타났다. 아직 사업을 시작하지 못한 이들은 그 이유로 사업운영자금 부족이 33.4%, 수익모델 구축 미비 22.3%, 조합원 미확보 14.1%로 나타났다. 간판만 걸어놓고 실제 사업을 들어가지 않았다는 얘기다.

하지만 아직 걸음마 단계인 만큼 이 수치 자체가 큰 문제라고 볼 수 없다는 분석도 나온다. 협동조합은 같은 사회적경제 테두리 안에 있는 마을기업이나 사회적기업과 달리 사업장이나 공장, 고용인원이 없어도 등록이 가능하다. 실질적 사업 운영은 그 다음 단계다.

문제는 깊은 고민 없이 유행처럼 협동조합에 뛰어드는 경우다. 실제로 기재부의 조사 결과 협동조합 평균 준비 기간은 2.6개월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제주도 관계자는 "협동조합을 등록하고 실제로 법원 등기를 하려다보니 펑크 나는 경우도 있고, 실제로 출자금을 모으다 보니 맘처럼 안되는 경우도 있다"고 밝혔다.

제주의 경우 11월말 현재 40개의 협동조합이 설립돼있다. 평균 출자금은 5000만원 선이다. 당초 제주도는 올해까지 협동조합 설립 목표를 20개로 잡았지만 이미 이 두 배를 달성한 셈이다.

공인중개사협동조합부터 로컬푸드 가공사업, 농산물 유통, 문화관광 체험 등 종류도 다양하다.

이들 중 30곳이 올 하반기에야 문을 열었다. 일반 영리 사업체도 이익을 내기 어려운 짧은 기간인데다 협동조합 원래 성격이 단기간 이익을 추구하지 않는다는 것을 감안하면 아직 '사업의 성공여부'를 진단하기에는 때 이르다는 분석이 많다.

제주도 관계자는 "대부분 하반기에야 설립됐다는 점을 감안하면 걸음마 단계"라며 "지역경제에서 어떤 성과를 확인하기에는 조금 더 지켜봐야 할 단계로 보인다"고 했다.

제주도는 현재 제주지역 협동조합의 전반적인 실태를 조사해 내년 1월 발표할 예정이다.

강문실 제주사회적기업경영연구원 팀장은 "최근 만들어진 협동조합들이 그들 스스로 교육, 토론, 공부 등을 통해 협동조합의 가치를 나누려는 시도를 많이 하고 있다"며 "아직 초기 정착단계지만 이런 점들은 성과라고 볼 수 있다"고 말했다.

지난 7월에 제주도의회에서 박규헌 의원이 대표발의한 협동조합 활성화 지원 조례안이 통과됐다. 제주도가 매년 협동조합 기본계획을 매년 세우고, 상담지원센터 설치 운영과 협력체제 구축 등을 골자로 한다.

현재 제주도, 제주사회적기업경영연구원과 소상공인진흥원 등은 제주 지역 협동조합 설립까지의 안내와 컨설팅, 관련 교육을 실시하고 있다.

제주사회적경제네트워크도 한국의 대표적인 협동조합 전문가들과 초빙하고, 실질적인 경영 컨설팅을 위해 공동 학습의 장을 마련하는 등 민간 부분에서도 '협동조합 생태계' 조성에 나서고 있다. <제주의소리>

<문준영 기자 / 저작권자ⓒ제주의소리. 무단전재_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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