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산기부, 아름다운 약속’ 캠페인 제주 첫 주인공 장일홍 씨…3억5천만원 전재산 기부

“제 나이 마흔 살 되던 해에 스스로 세웠던 일곱 가지 약속 중 한 가지를 실천했을 뿐인데…. 인간으로서 마땅히 해야 할 도리를 한 것이지 결코 대단한 일을 한 것이 아닌데 너무 부끄럽습니다”

40년을 오롯이 교육공무원의 길을 걷다 지난 2010년 정년퇴임한 후 집필활동과 봉사활동에 전념하고 있는 장일홍(64. 전 제주교육박물관장) 씨가 평생 모은 아파트 2채와 건물·토지 132㎡ 등, 시가 약 3억5000만원 상당의 전 재산을 어려운 이웃들을 위해 써달라며 사회복지공동모금회를 통해 아낌없이 내놓아 큰 귀감이 되고 있다.

 

▲ 장일홍 씨(64)가 28일 제주사회복지공동모금회를 찾아, ‘유산기부, 아름다운 약속’ 캠페인 참여를 약속하고 기부 서약서를 전달했다. 3억5000만원 상당의 전재산 기부를 약속한 그는 "대단한 일도 아닌데..."라며 언론의 관심을 부담스러워 했다.  ⓒ제주의소리

보통사람들의 귀감이 되어야 할 고위공직자와 사회지도층들의 비뚤어진 모습이 허다한 요즘, 공직자로서 사회에 헌신하고 퇴임 후까지 전 재산을 헌납한 장일홍 씨의 유산기부는 노블리스 오블리주를 몸소 실천한 진정한 ‘기부와 나눔’의 표상이라 할 수 있다.

장 씨는 28일 제주사회복지공동모금회를 찾아, ‘유산기부, 아름다운 약속’ 캠페인 참여를 약속하고 기부 서약서를 전달했다. ‘유산기부, 아름다운 약속’은 사회복지공동모금회가 실시하고 있는 유산기부 캠페인으로 장 씨는 뜻하지 않게 제주지역 첫 번째 주인공이 됐다.

공동모금회 측은 그가 내놓은 3억5000만원 상당의 전 재산은 성공한 재벌가의 수백억 기부보다 값진 것이라고 귀띔한다. 옷 한 벌 사입는 것도 아까워할 정도로 근검절약이 몸에 밴 그가 물려받은 유산 하나 없이 한눈팔지 않고 한푼 두푼 오직 월급만을 모아 일군 그의 재산 전부이기 때문이다. 

20대부터 평생을 교육행정에 몸을 바쳐온 장 씨는 독실한 크리스천으로 희곡작가이기도 하다. 나이 마흔을 맞던 해, 스스로와 일곱 가지 약속을 세운 것이 이날 유산기부로 이어지게 된 계기다.

그 일곱 가지 약속은 ‘육신을 기증할 것’, ‘유산을 아낌없이 기부할 것’, ‘신앙생활을 독실하게 할 것’, ‘집필 활동을 게을리 하지 않을 것’과 남은 세 가지는 ‘어려운 이웃들을 도울 것’, ‘보육원 아이들을 위한 봉사를 꾸준히 할 것’, ‘교회 봉사활동을 성실히 할 것’ 등 대부분 '나눔과 기부'에 집중돼 있다.

▲ 장일홍 씨(64)가 28일 제주도사회복지공동모금회(회장 고승화)를 방문, 유산기부 캠페인에 참여를 약속하는 기부증서를 고승화 회장에게 전달하고 있다.  ⓒ제주의소리

장 씨는 <제주의소리>와 인터뷰에서 “신앙생활을 하면서 나이 마흔 살을 맞던 해 스스로와 일곱 가지 약속을 했고, 평생 그것들을 하나하나 실천해가고 있다”며 “이번 유산기부도 가족들과 상의 끝에 저와의 약속을 실천으로 옮긴 것일 뿐, 그리 대단한 일이 아닌데”라면서 자신의 이날 유산 기부에 대한 관심을 부담스러워했다. 

그러나 장 씨는 “다만 유산을 물려주는 것은 자식들을 불로소득과 파멸로 내모는 것”이라고 단호하게 말했다. 그는 “자식들을 정말 사랑한다면 재물을 물려줄 것이 아니라, 정직·성실·근면과 같은 보편적 가치를 물려주는 것이 진정한 유산을 물려주는 것이다. 독이 아니라 약을 물려줘야 하지 않겠나”라고 강조했다. 물질적 유산이 아니라 정신적 유산을 물려줘야 한다는 것이 그의 확고한 철학이다.

장 씨는 또, “홍콩출신 헐리웃 배우 성룡의 인터뷰 기사를 오래 전에 읽은 기억이 있다. 유능한 자식이라면 돈이 필요 없고, 무능한 자식이라면 돈을 물려줘도 필요 없다는 내용으로, 그래서 성룡은 자식에게 유산을 절대 물려주지 않겠다는 것이었다”고 말했다. 미국 소설가 존 스타인벡의 작품 가운데 ‘진주’라는 중편 소설도 인용해 물질적 유산이 ‘불행의 씨앗’이 될 수 있음을 거듭 경고했다.

"쓰다 남으면 그때 가서 베푸는 것은 진정한 베풂이 아니"라고 단호히 말하는 장 씨는 “저는 어려서부터 넉넉하지 못한 형편 때문에 서라벌예술대학 연극과에 진학하고도 학비 문제로 학업을 중간에 그만둘 수밖에 없었다”면서 “저의 그런 아픈 기억 때문에 경제적 어려움으로 학생들이 배움을 포기하는 일이 없었으면 한다”며 “저의 기부 유산이 어려운 학생들의 장학금과 사회복지시설에 전달되길 바란다”고 덧붙였다.

장 씨는 현재 '시온복지회'라는 봉사단체를 설립하고 회장을 맡아 복지시설 물품지원, 제주보육원 어린이 후원 등의 나눔을 실천하고 있다. 특히 그가 세운 시온복지회는 <제주의소리>와 함께 매년 겨울 도내 소외계층들에게 연탄나눔 봉사활동도 펼치고 있다.  

한편 장 씨는 지난 1990년 한국일보 신춘문예에 단막 희곡 '강신무'로 등단한 이후, 최근에도 제주 섬에 유배된 조정철과 홍랑의 이야기를 그린 그의 4번째 희곡집 '사랑하다가 죽어버려라'를 출간하는 등 왕성한 집필활동으로 스스로의 약속을 ‘조용히’ 실천하고 있다. <제주의소리>

<김봉현 기자 / 저작권자ⓒ제주의소리. 무단전재_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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