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여서 머리맞대니 삶이 나아지더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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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협동조합법 1년] (2) 제주에는 어떤 협동조합 있나 살펴보니

지난해 12월 1일 협동조합 기본법이 시행됐다. 5명 이상만 모이면 누구나 자유롭게 민간 협동조합을 열 수 있는 길이 생긴 것. <제주의소리>에서는 협동조합 기본법 시행 1주년을 맞아 제주지역의 협동조합을 조명해보기로 했다. '왜' 협동조합이어야 하는지, 또 제주 사회의 협동조합은 어떤 모델로 나아가야하는지 관련 분야 전문가들과 현장의 목소리를 직접 담았다. <편집자 주>

UN은 2012년을 ‘세계협동조합의 해’로 지정했다. 협동조합이 자리 잡은 지역의 경제는 글로벌 경제위기 시절에 타격은 커녕 오히려 안정적으로 성장했다는 사실을 인정받았다.

사실 이익이 외부로 유출되지 않고 소속 조합원들, 지역 주민들에게 돌아간다는 협동조합의 강점은 주목받은 지 꽤 오래됐다. 안티고니시 운동, 몬드라곤, 볼로냐의 이름을 듣는 건 이제 많은 사람들에게 익숙하다. 협동조합들이 모여 또 다른 경제단위들을 만들어내며 단단해진 사례들이다.

그럼 제주는 어떨까? 이제야 막 정착하는 단계지만 벌써 뚜렷한 가치를 만들어내는 곳도 있었다.

직원이 주인되니 일하기 좋아졌네...직원협동조합 행복나눔마트

 

▲ 행복나눔마트는 직원(노동자)협동조합의 전형적인 예다. <행복나눔마트 제공>

지난 3월. 여기 마트의 주인이 바뀌었다. 사장이 다른 사람으로 바뀌었다는 의미가 아니라 운영형태를 직원협동조합(노동자협동조합)으로 전환했다는 뜻이다. 직원들이 직접 이 마트의 소유자이자 운영자가 되는 셈이다. 그 뒤로 노동시간이 하루 10시간에서 8시간으로 줄어들고, 직원 월 급여는 20만원이 증가했다. 어떻게 된 일일까?

협동조합 시작의 첫 단계 중 하나는 출자금이다.

직원 17명은 모두 이 회사에 출자했다. 노동자가 회사 지분을 갖고 있는 셈이다. 출자금은 1구좌당 300만원. 회사를 운영에 참여할 권리가 있는 조합원이 되기 위해 최소 1인당 300만원을 내야한다는 말이다. ‘아뿔싸 돈을 내라니 이게 무슨 소리인가’ 협동조합에 대한 개념에 익숙치 않았다면 의아하기도 했을 것이다.

그러나 한 해가 지나면 임금과 별도로 회사의 이익이 직원들에게 나눠진다는 점을 알게 된 후로는 술술 풀렸다. 한 해 마트의 이윤의 10%가 각 직원과 조합원들에게 골고루 분배된다.

그렇게 직원 17명과 직원이 아닌 조합원 5명이 총 2억5800만원의 자본금을 만들어냈다. 더 이상 혼자 마트를 경영하기 어려워했던 기존 사장도 함께 출자했다.

올해 이익이 1억원에 이를 것으로 전망되니 조합원 개인당 돌아가는 배당금은 50만원선이 된다. 직원이 아닌 조합원들과 구분해 직원 조합원들에게는 추가로 ‘일 배당금’이 지급된다. 노동의 대가로 추가 배당을 해주는 것. 이것까지 합하면 한 해 직원들은 임금과 별도로 100만원에 이르는 배당금을 얻게 된 셈이다.

막막하고 어렵다고 생각했던 직원들도 시스템을 이해하니 신이 났다.

출자금과 함께 회사 경영에도 참여할 권리가 생겼다. 사장 한 사람이 마음대로, 혹은 몇몇 사람이 마음대로 회사의 임금이나 휴일 등 정책을 바꿀 수 없는 셈이다. 출자금에 상관없이 모든 사람은 1인당 1표의 권한을 지닌다.

근무조건의 개선, 적절한 노동시간의 보장 등 직원 스스로의 복지가 보장되는 구조다. 당연히 직원들은 “예전보다 훨씬 나아졌다”며 신기해한다.

이경수 대표는 말한다. “사실 다른 마트들이 우리를 되게 이상하게 봅니다. 직원 연봉도 높고 일하는 시간도 줄였거든요. 그래서 언제 망하나 하고 보고 있습니다. 하지만 우리는 지금 어쨌든 이익을 잘 내고 있습니다. 납품업체들 덕분에 소문이 굉장히 빠른 동네에요. 그래서 이런 소문이 영향을 미칠 거에요. 우리가 생존하고 제대로 영업만 된다면 이 모델이 확산될 수 밖에 없을겁니다”

하지만 그렇다고 모든 게 일사천리는 아니다. 새로운 시스템을 도입하는 과정에서 설득하고, 서로와 협력하는 과정은 쉽지 않았다. 또 가입탈퇴가 자유로운 협동조합의 특성상 언제 직원이 그만두고 출자금을 회수해 가져갈지 모르는 만큼 자본조달의 안정성도 문제다.

때문에 ‘소통과 협동’이 중요할 수 밖에 없다. 직원들이 매주 협동조합의 가치, 회사가 어떻게 운영되고 있는지를 매주 1회씩 필수적으로 교육을 받아야 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교육협동조합도 가능하네? 제주씨올협동조합

 

▲ '제주의 새로운 미래 비전'을 제시하기 위해 만들어진 협동조합 씨올. 그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선택한 방식이 바로 '교육'이다. <씨올 제공>

제주씨올은 ‘협동조합은 이익 창출이 그 자체의 목표가 아니’라는 개념을 잘 증명해준다. 씨올은 교육협동조합이다. 그리고 그 목표가 ‘이익’이 아닌 지역 주민들의 권익 증진을 목표로 한다.

김미자 상임이사는 “국제자유도시와 무조건적 개발이 제주의 미래가 아니”라며 “제주가 가진 천혜의 자원을 통해 모두가 지속가능하게 잘 살 수 있는 비전을 만들자, 그리고 이 비전을 제시해줄 사람을 키우자 해서 나온 게 ‘생명평화리더’ 즉 ‘씨올’이라는 개념”이라고 설명했다.

중앙정부 주도 하의 외지자본 위주 개발에 따라 정작 제주도민에게는 이익이 돌아오지 않는 다는 점. 신자유주의적 경쟁 패러다임으로 인한 부작용. 곰곰히 둘러보니 국제자유도시라는 비전 아래 벌어지는 이대로 가다가는 제주의 미래는 없다는 생각을 하는 사람들이 꽤 많았던 것. 그럼 어떻게 해야 할까 고민들이 모였고, 그렇게 찾아낸 것이 교육과 사회적경제라는 두 가지 기둥이었다.

이 조합은 기본적으로 ‘생명평화 리더’를 만들기 위한 교육과정을 운영한다. 사회적 경제, 생명평화의 섬 제주 비전, 4.3, 국제평화, 지방자치, 생태 등의 분야에 대해 교육을 제공받을 수 있다. 지역사회의 지식인들이 뜻에 공감해 선뜻 강사로 나섰다.

이 교육은 제주의 비전을 바꾸는 시도인 동시에 ‘정말 궁금하고 알고 싶었지만 배울 기회가 없었던’ 분야에 대한 교육을 제공하는 창구이기도 하다. 평소 지역민들이 정말 받고 싶었던 교육은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다는 점에서 이 곳은 교육욕구를 해소해주는 통로다. 더 큰 가능성은 조합원들이 동시에 강사가 된다는 점이다.

생태농업가, 조산원장, 의사, 학원 강사,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주부, 교사 등 다양한 성격을 지닌 이들은 서로가 서로의 스승이다. 조합원들 내에서 본인의 가진 지식을 나누고자 하는 사람들과 배우고자 하는 사람들이 출자금을 내고 모였다. 여기서 생산되는 건 상품이 아닌 지식과 가치인 셈이다.

물론 앞으로 ‘생평평화 리더’의 모든 과정을 어떻게 정착시킬 것인지, 또 이 구체적인 지향점을 어떻게 잡을 지는 고민거리다. 이익창출이 목적은 아니지만 프로그램 운영에 필요한 재원 마련에 대한 고민에서도 완전히 자유롭지는 않다.

핵심은 ‘네트워크’다. 조합원이 많아질수록 이 협동조합의 내면도 더 탄탄해지기 때문이다. 씨올이 제주의 수눌음과 괸당 문화 등에도 주목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더 나은 미래를 꿈꾸며 모인 이들에게는 협동조합이 토론과 교육의 장이 된 셈이다. <제주의소리>

<문준영 기자 / 저작권자ⓒ제주의소리. 무단전재_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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