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석] 한동주 해명도 논란 (1) ‘거짓말’ 선뜻 인정, 지사 연계 차단용?

▲ 한동주 전 서귀포시장이 3일 오전 서귀포시청에서 기자회견을 갖고있다.
‘한동주 게이트’ 파문의 당사자인 한동주 전 서귀포시장의 3일 기자회견 내용은 ‘어쨌든’ 사회적 물의를 빚어 죄송하지만, 언론에 의해 발언의 진의가 왜곡됐다는 것으로 요약할 수 있다.

방점은 사과 보다는 ‘억울함’에 찍혔고, 사과 자체도 제주도민 보다 ‘크나큰 배려’를 해준 우근민 지사에게 기운 듯 했다.  

한 전 시장은 특히 화근(?)이 된 지난달 29일 동문회 모임에서 언급한 ‘내면적인 거래’ 등의 표현이 ‘자신이 지어낸 과도한 발언’이라거나, ‘(평소)생각하던 가상의 돌발적인 발언’이라며 우 지사와는 무관함을 애써 강조했다.

한 전 시장은 무엇보다 언론에서 공개한 녹취 발언내용과 기사내용이 “가상적이고 기자의 자의적인 추측성 해설기사에 지나지 않는다”고 주장했으나, 이는 억지 또는 궤변에 가깝다.

지난달 30일 오전 2시44분, <제주의소리>는 전날밤 한 전 시장의 충격적인 발언을 ‘한동주 시장, 우근민 제주지사 노골적 지지유도 파문’이라는 제목으로 단독 보도했다. 이어 녹취록 전문을 녹음파일 원본과 함께 공개했다. 추측성 혹은 근거없는 보도가 아님을 밝히기 위한 조치였다. 

<제주의소리>는 기사에서 녹음파일에 나온 내용을 그대로 전하면서 한 전 시장이 우 지사에 대한 지지를 노골적으로 유도했으며, 내년 선거에 있어서 우 지사의 당선과 자신의 임기 연장을 연관지어 자신이 시장직을 더 해야 동문들에게 더 많은 승진기회와 사업을 몰아줄 수 있다는 발언을 서슴지 않았다고 썼다.

“나(우근민)가 당선되면 너(한동주)가 서귀포시장을 더 해라. 그러면 니(한동주)가 서귀포고등학교를 더 발전시킬 수 있는게 아니냐...솔직히 이런 내면적인 거래를 하고 이 자리에 왔다”

“...제가 (서귀포시장으로)와서 보니까 서귀고등학교가 모든 인사에 있어서 밀려 있었다. 지금까지”

“제가 (시장직을)더해야 이 친구(시청 내 고교동문)들을 다 제 자리로 끌어올릴 수 있고, 서귀포시내에서 사업하는 분들 계약 하나 더 줄 수 있고. 그렇게 영향을 미칠 수가 있으니까 그렇게 도와주시기 바란다”

한 전 시장이 직접 뱉은 이 말들은, 어느정도 행간(行間)을 읽을 줄 아는 사람들에겐 노골적인 지지 유도, 동문에 대한 인사 우대, 이권 제공 의사로 들릴 수 밖에 없다.

한 전 시장은 “그날 제가 행사장에 참석한 이유와, 동문들에게 제가 무엇을 도와 달라고 했는지 하는 앞부분의 발언이 삭제됐다” “한국말이 그렇듯이 목적이나 발언의 의도의 전후 사정을 어떻게 설명하느냐에 따라 그 취지가 완전히 달라진다”며 추측성 보도임을 부각했으나, 녹음파일을 한번만 들어보면 굳이 그 전의 발언을 따져보지 않더라도 분명한 의도를 읽을 수 있다.

해석이 가미된 기사는 그렇다쳐도 ‘녹취 발언 내용’까지 추측성 기사로 몰아부치는 대목에선 기자들의 귀를 의심케 했다.

민주당 제주도당은 회견 직후 성명에서 “녹음파일로 증명된 자신의 발언을 정면으로 부인하는 것, 심지어 언론의 녹취파일 보도를 ‘자의적인 추측성 해설기사’로 몰아가는 것에서는 할 말을 잃게 한다”며 “이러다가 녹음된 목소리 마저 자신의 목소리가 아니라고 할지도 모를 일”이라고 힐난했다.   

이날 회견에서 한 전 시장은 “기자의 자의적인 녹취록 해석을 가지고 마치 제가 우근민 지사의 선거운동을 도와달라고 유도한 것이 사실인 양 도민들이 확대 해석하거나 오인할 수 있도록 기사화된 것에 대해 무척 유감스럽게 생각한다”고도 했다.

설령 이 말이 사실이더라도, 확대 해석 혹은 오인의 빌미를 제공한 당사자는 한 전 시장이다. 스스로도 “제가 지어낸 과도하게 표현된 발언”이라고 시인해 놓고 책임을 언론에 떠넘기는 이중적인 태도를 보인 셈이다. 

축사 말미에 “(승진, 계약 등)그렇게 영향을 미칠 수가 있으니까 그렇게 도와주시기 바란다”는 말이 우 지사에 대한 지지를 유도한 발언으로 비쳐진 것에 대해 한 전 시장은 일문일답을 통해 “제가 행정시장으로 일 잘하게 도와달라는 뜻이었다”고 해명했지만, 녹음파일 맨머리에 등장하는 발언(내면적인 거래)을 떠올리면 이 역시 궁색하기 짝이 없다.

한 전 시장의 주장대로 내면적인 거래가 ‘힘있는 시장’임을 강조하기 위한 표현이었다면, 우 지사의 이름을 팔아서 사실상 동문들을 현혹시켰다는 얘기가 된다.
 
기자들이 이 점에 대해 묻자 한 전 시장은 “결국은 그렇게(거짓말하게)됐다”고 선뜻 인정했으나 석연찮은 점이 많다. 현직 시장이 멀쩡한 정신에, 그것도 공개 석상에서, 임명권자와 모종의 거래를 하고 왔다는 위험천만한 발언은 사실이 아니고선 누구도 함부로 내뱉을 수 없는 말이다.   

제주사회가 이번 사태와 일련의 상황 전개 과정을 ‘한동주 게이트’ ‘꼬리 자르기’ ‘몸통 보호’ 등으로 보는 이유이다. 향후 검찰 수사에서도 이 부분이 핵심 쟁점으로 떠오를 전망이다. <제주의소리>

<김성진 기자 / 저작권자ⓒ제주의소리. 무단전재_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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