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운호 칼럼> 지도자 트라우마 (3) 매관매직 춤추는 사회엔 미래가 없다

# 아니 땐 굴뚝에 연기 날까?

참으로 어처구니 없고 충격적인 일이다.
내년 6·4지방선거 6개월 앞두고 이른바 ‘한동주 게이트’가 터진 것이다. 한동주 서귀포시장이 지난달 29일 서울에서 열린 서귀포고 동창회에서 “우근민 제주지사가 내년 지방선거에서 당선되면 서귀포시장을 계속 시켜주겠다고 했다”는 ‘내면적 거래’를 운운해 나라 안팎이 시끌버끌하다.

‘한동주 게이트’가 중앙언론에 연일 보도되면서 전국적인 이슈로 확산, 제주사회가 졸지에 전국적으로 망신당하고 있다. 도민들에게 안긴 수치심은 이루 말할 수 없다. 수치스런 일로 전국적인 조명을 받고 있는 제주 도민들의 심정이란 시쳇말로 멘붕을 경험하고 있다고나 할까.

‘내면적 거래’ 의혹은 ‘우근민 성추행 사건’과 우 지사의 새누리당 입’ 파장에 서로 얽히고 얹혀 굴러가며 몸집을 불리면서 ’우근민 이름‘ 만이 아니라 '온갖 기행을 일삼는 제주특별자치도지사'라는 주홍글씨로 새겨져 대한민국을 돌고 있다. 권력 탐욕으로 불출마 약속을 깨고 새누리당 입당이라는 첫 단추가 잘못 끼어지면서 파문이 후폭풍으로 확대 재생산되고 있는 것이다.

언론에서는 방송과 사설과 칼럼을 통해 한 시장과 우 지사와의 ‘내부자 거래’에 대해 꼬집으면서 ‘‘기득권 세력의 불법선거운동을 우려한다“, "매관매직과 정치권 줄대기 망령이 되살아난 것 같아 참으로 개탄스럽다”, “벌써 혼탁 조짐 지방선거, 감시망 강화해야 한다" ”한 시장 발언 사태에 대한 후속 조치를 예의주시하고자 한다"는 등으로 대대적으로 보도됐다. 

특히 <중앙일보>는 사설을 통해 제주국제자유도시를 발전시키라고 ‘특별한 권한’을 제주에 줬더니 제주발전이 아닌 사익을 위해 남용했다고 질타하면서 국회에 재발방지를 위한 법 개정을 촉구하고 나섰다. 제주도지사의 특별한 권한이 정치인에 의해 손질 당해야 하는 상황으로까지 내몰리는 신세가 돼버린 것이다.

사설은 또 한 시장 발언이 사실이라면 공직선거법에서 규정한 ‘공무원 중립의무’를 어기거나 투표에서 지지를 이끌기 위해 자리를 주겠다고 약속하는 ‘매수 및 이해유도’에 해당할 수 있다고 했다. 제주도선관위와 검찰에 대해 철저한 수사 촉구와 함께 감사원이 나서서 제주의 고위 공직자들이 자치권한을 부당하게 남용하며 토착 세력과 결탁했는지 여부를 낱낱이 살펴야 한다고 주문했다.

정치권도 발 빠르게 가세했다.
민주당 중앙당은 대변인 명의의 논평에서 우 지사는 '내면거래'가 문제되자 한동주 시장을 직위해제했으나, 이는 전형적인 '꼬리자르기'로 제주도민을 우롱하는 것이라 했다. 또한 이번 사태를 '서귀포시장직 매관매직 사건'으로 규정하고 "거의 조폭 수준의 사고방식으로 제주도를 '우근민 공화국'으로 생각하느냐는 비난을 들어도 마땅하다"며 관계당국은 즉각 엄정수사에 착수해 법적 조치를 취해야 하고, 당사자인 우 지사는 더 이상 제주도민 얼굴에 먹칠하지 말고 지사직을 사퇴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양승조 민주당 최고위원은 "성범죄자인 우근민 제주도지사의 새누리당 입당 직후 박근혜 대통령이 국회 시정연설을 통해 성폭력 등의 재범률에 의미있는 변화가 있다"고 말했다며 "국민들 앞에서 보여준 엇박자도 이런 엇박자가 없다. 결국 이것은 그들만의 성추행 관행이라는 후안무치 DNA가 있기 때문에 가능한 것"이라고 비꼬았다.

한편, 민주당 제주도당은 우 지사가 한 시장을 상대로 자신의 선거를 돕도록 종용한 정황이 한 시장의 입을 통해 세상에 알려졌다며 우 지사에 대해서는 매수혐의로, 한 시장은 사전선거운동 및 공무원 선거개입 혐의로 고발했다.

# 담합 매관매직, 사회 활력 감퇴-부패 번식...가치창조 성장 저해

매관매직은 줄세우기를 통해 공정경쟁 기회를 박탈하며 담합을 위한 집단사회를 만들어 간다. 제주 사회의 활력 감퇴로 경제까지 피폐해지고 부패가 창궐해지는 이유다.

돈을 주고 벼슬을 사는 매관매직의 악습은 뿌리가 깊다.
조선 말 사회의 가장 큰 특징은 매관매직에 의한 부패였다. 관직을 사고팔고, 산 사람은 그 돈을 뽑기 위해 권력을 이용해 온갖 악행을 저지르며 끊임없이 백성을 수탈했다. 그 결과 백성들은 일할 의욕을 잃었고 게을러졌다. 재산 없는 것이 차라리 편했기 때문이다. 부패가 구조화되면 사람들의 심성이 이렇게 바뀌는 것이다. 결국 조선은 망했다.

지방자치 18년의 역사는 비리로 얼룩져 있다. 지방자치선거가 부활한 뒤 매관매직은 세력 확장을 위한 수단으로 은밀하게 뿌리를 내려 가고 있다. 거금들여 당선한 단체장들은 어떻게든 본전을 뽑으려 한다. 해마다 단체장 뇌물 비리가 터지는 이유다. 2007년 당시 박성철 공무원노동조합총연맹 위원장은 “지방의 6급 공무원이 5급으로 승진하는 데 행정직은 5000만 원, 기술직은 1억5000만 원을 단체장에게 주는 매관매직이 공공연하다”고 폭로했다.

매관매직의 폐해는 제주 사회에 어떻게 나타날까?
첫째, 매관매직은 구성원들을 정치적 계산에 의해 만들어진 집단사회로의 편입 강요와 소속 집단에 대한 충성을 강조하게 된다. 제주의 ‘궨당 문화’가 존속, 심화되는 이유다. 집단에 대한 충성을 강조하는 폐쇄적 집단사회는 양적 성장에는 도움이 될지 모르나 창의와 혁신, 그리고 모든 생태계의 안착과 유기적 협력을 통해 가치의 창조를 필요로 하는 질적 성장에는 도움이 되지 않는다.

집단사회의 대표적인 나라가 일본이다. 일본은 제주의 궨당사회처럼 리더를 중심으로 정해진 노선에 따라 집단으로 움직이는 소위 '철도형 사회'다. 일본은 각종 담합으로 보호와 진입장벽을 높여 시장에서의 공정한 경쟁을 막고, 패거리주의·폐쇄주의를 고수하면서 편안한 현실에 안주하는 선택을 했다. 현실 안주 성향의 일본 집단사회는 당연히 사고의 경직성을 낳고 창의적 대응에 한계를 보이면서 머지않아 대가를 톡톡히 치러야 했다. 경제 강국 일본을 90년대 이후 잃어버린 20년을 맞게 한 바로 그것이다.

둘째, 매관매직은 공정경쟁의 기회를 박탈한다.
이는 연줄이나 관계에 기반을 둔 관행 및 제주 특유의 궨당 문화와 연계되면서 폐쇄적 파벌주의와 음습하고 퇴행적인 사회 현상을 형성, 고착시키고 있다. 이로 인해 제주사회는 몇몇 극소수 기득권 세력들의 불공정이 판을 치면서 소수의 승자를 위해 다수가 종속되고 희생하는  사회적 양극화가 심화되고 있다.

세대 간 분리의 골은 점점 깊어지고 있다. 특히 수십 년간 자신만의 아성을 궨당의 이름으로 구축하면서 새로운 세대의 진입을 막는 기득 정치권의 폐쇄적이고 패권적인 행태는 매우 우려스럽다. 제주사회 활력의 쇠락은 당연한 귀결이다.

셋째, 매관매직은 동종 교배를 통해 부패의 씨앗을 파종한다.
공공기관 청렴도 평가에서 제주가 꼴찌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생선은 꼬리보다 머리가 먼저 썩는 법이다. 제주사회에 비리와 부패가 만연하고 있다는 건 여전히 제주사회 상층권이 부패하고 있다는 방증이다. 특히 ‘우리 삼춘’으로 상징되는 제주의 연고주의, 괸당문화와 관료주의는 공직사회에 부패친화적 환경을 쉽게 조성할 가능성이 높다. 이러한 ‘끼리끼리’의 폐쇄적 문화와 인간관계는 부정부패와 비리 척결의 최대 걸림돌이 된다.

우리나라 부패의 특징은 힘을 가진 정치인이나 공무원들이 국가 권력을 부당하게 이용해 치부하며 부패하고 있는 점이다. 조선 말에는 탐관오리들이, 요즘은 표를 노린 정치꾼들이 나라를 부패시킨다. 우리가 낸 세금으로 생색은 정치꾼들이 내며 나라 장래를 망치고 있는 것이다. 나라를 망치는 대가로 권력을 잡겠다니 이런 모순이 어디 있는가. 원전 부품의 음성적 비리 사슬에도 동종교배의 공생 관계를 앞세운 특정 대학 출신의 원전 마피아가 자리잡고 있었다. 소수의 이익 집단이 서로 유착하게 되면 부패와 비리의 온상으로 변질되는 것은 시간문제다. 

# 한동주 시장 , 진실 고백으로 사죄함이 도민에 대한 ‘마지막 봉사’

제주사회를 벌집처럼 쑤셔놓은 ‘한동주 게이트’의 효과가 벌써 나타나고 있다. 그 만큼 파장이 컸다는 것이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는 공무원 선거범죄 공소시효 연장과 처벌규정 강화 등 내년 지방선거를 앞두고 공무원 선거 관여를 차단하기 위한 특단의 대책을 마련, 추진한다고 밝혔다.

한동주 시장은 제주 도민에게 엄청난 모욕을 안겨 주었다.
그래서 한 시장의 기자 회견은 진실의 고백과 사죄를 통해 도민에 대한 마지막 봉사의 길이 될 수도 있었다. 그런데 “보도내용이 가상적이고 기자의 자의적인 추측성 해설기사에 지나지 않는다”는 궤변을 늘어놨다. 혹시나 했는데 역시나로 끝나며 도민들은 심한 허탈감과 배신감에 빠졌다.

도민에 대한 사죄가 아닌 ‘주군에 대한 충성 서약서’ '우근민 지사 살리기' ‘손바닥으로 하늘을 가리려는 어리석음’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였다. 돈키호테식 발언으로 주군의 점수는 땄는지는 모르나 도민의 가슴에 더욱 멍이 들게 하였다. 지금이라도 도민에 진정으로 사죄하는 길은 진실을 제대로 밝혀 제주에서 매관매직에 의한 사익추구의 폐습이 근절될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자신 때문에 멘붕에 빠져있는 도민들을 직시해야 한다.

새누리당 제주도당은 새누리당 소속의 현직 도지사가 관련된 이번 사건에 대해 분명한 입장을 표명하고 유구무언의 심정으로 통렬히 사죄하며 환골탈태하여야 한다. 치명상이 너무 컸던지 아직까지 꿀먹은 벙어리다.

도민들도 이번 사건의 진위가 가려질때까지 예의주시하며 잘못된 부분에 대해선 진영논리를 떠나 철저히 책임을 물어야 한다. 금번 사태를 공무원 선거개입 차단과 올바른 선거문화를 위한 제도개혁의 계기로 삼아야 할 것이다.

 # 우근민 지사, 이젠 덕지덕지한 행보에 스스로 종지부를 찍어야

이보다 더 큰 문제는 우근민 지사에게 있다.
우 지사는 새누리당 입당을 위해 도민사회에 평지풍파를 일으키며 거짓당원 논란마저 일으켰다. 이번에는 노골적인 공무원 선거개입 종용 의혹의 당사자라는 사실에 분노를 넘어 모골이 송연해진다. 그때도 그랬고, 지금도 그렇고, 부끄러워하지 않고 오히려 너무 당당한 모습에 그저 아연할 뿐이다.

우 지사는 한 시장에 대한 직위해제에 나섰지만, 이는 ‘꼬리 자르기’일 뿐이다. 한 시장의 직위해제로 마무리 될 일이 결코 아니다. 이번 사건이 우 지사와의 관련성이 있다는 것은 한 시장의 ‘내면적 거래’라는 표현에 의해 충분히 뒷받침되고 있다.

한 시장의 발언대로라면, 우 지사는 현직 지사의 지위를 이용해 서귀포시장 자리를 미끼로 자신의 선거를 돕도록 종용했다는 것이 된다. 이는 그간 비판을 받아 온 동종교배 인사, 선거공신 인사 등 정실 인사의 실정과 공공연한 비밀처럼 나돌던 공무원 선거개입 관행을 그대로 드러낸 것이다. 얼마나 많은 공무원들에게 자신의 지지를 종용하고 거래를 했는지 상상이 되고도 남을 일이다.

우 지사는 평소 공무원의 선거 엄정중립을 강조했다. 그런데 정작 본인은 이를 무시하고 공무원 조직과 도민 사회를 줄세우기와 편가르기로 몰고 가 그 반사이익을 편취하겠다는 의도를 드러낸 것이다. 이러한 파렴치는 엄정중립이 요구되는 공직사회의 기강을 해치고 분열을 조장함은 물론, 도정을 자신의 정치정략을 위한 도구 쯤으로 생각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것이다.

따라서 제주의 선거문화와 지방정치의 올바른 정상화를 위해 반드시 진실이 가려져야만 한다. 우 지사는 다음과 같이 법적 책임은 물론, 도정 최고 책임자로서 도덕적․ 행정적 책임도 분명히 져야 할 것이다.

첫째, 향후 조사 및 수사과정에서 우 지사는 한 시장의 발언과 관련해 한 치의 거짓도 없이 제대로 밝혀야 할 것이다. 한 시장 발언이 사실로 확인될 경우 사퇴를 포함한 모든 책임을 져야 함은 물론이다.

둘째, 우 지사는 사법처리 선상을 넘나들던 무자격자를 진영논리를 앞세워 중용한데 따른 도덕적, 행정적 책임을 져야 한다.

셋째, 우 지사와 한 시장 말대로라면 우 지사는 한 시장의 발언으로 심각한 명예훼손을 입었다. 지체말고 한 시장을 명예훼손으로 고소해야 한다. 채동욱이 임 여인에 대한 고소를 미룸으로써 의혹이 더 확산된 사실을 반면교사로 삼아야 한다.

국민일보는 사설을 통해 우 지사에 대해 이렇게 말하고 있다.
“새누리당이 우 지사의 입당을 승인한 것은 국민들은 물론 제주도민들의 정치적 선택권을 침해한 것이다... 이는 묻지도 따지지도 않은 감탄고토(甘呑苦吐)식의 비열한 행태다. 무엇보다 우 지사 본인의 곡예와 같은 정당 바꿔타기 행보는 한국정치를 더욱 욕보이는 파렴치하고 몰지각한 행위다... 당을 옮기는 것은 유권자들에 대한 배신이나 마찬가지다.

그런데도 우 지사는 자신의 이해관계에 따라 밥 먹듯 당을 옮겼다. 정치적 신념이나 유권자들과의 약속은 헌신짝처럼 버리고 양지를 전전하며 도지사직에 목을 건 듯한 그의 모습은 혐오증을 유발하는 우리 정치를 더욱 얕잡아보게 하고 저질로 만들고 있다.

제주국제자유도시의 완성을 박근혜정부와 함께 하겠다는 소감은 구차한 변명으로밖에 들리지 않는다. 철새 정치인이라는 비아냥을 들어도 할 말이 없을 것이다. 여성을 비하하는 발언을 했다는 이유로 현직 국회의원을 당에서 쫓아냈던 새누리당이 성희롱 전력이 있는 그를 받아들인 것도 앞뒤가 맞지 않는다. 여성 대통령을 배출한 집권당에서 성희롱 경력을 가진 사람을 버젓이 받아들이다니 제 정신인지 되묻고 싶다. 우 지사의 입당을 철회하지 않을 경우 국민들의 거센 심판이 기다리고 있다는 사실은 새누리당이 더 잘 알 것이다.”

우 지사에 대한 우리의 잘못된 기대가 제주를 이 지경으로 만든 게 아닐까라는 생각이 든다. 솔직히 이젠 우 지사에 질렸다. 제주의 민심은 우 지사를 버린 지 오래다. 제주도민 평균소득 꼴찌, 공직자 청렴도 꼴찌,....꼴찌! 꼴찌!가 끝 모르고 이어간다. 그간 우 지사가 이런 저런 변명과 꼼수와 편법으로 도정을 이끌어온 우근민의 성적표다.

이젠 성범죄의 얼굴을 들이대면서 불출마 약속을 깨고 재출마까지 하려고 한다. 갈 데까지 가보겠다는 심보인지 도민이 자기를 어떻게 보고 있는지를 모르는 것인지 이해 불가다. '멈출 줄 알면 위험하지 않다'는 말이 아예 귀에 들리지 않는 듯하다. 권력의 기둥은 자신에 도취해 있을 때 쉽게 무너지는 법이다.

도지사는 도정 운영과 파탄의 최종 책임자다. 여기에 핑계가 있어선 안된다. 그는 자신의 할 일이 남아있어 다시 출마하겠다는 출마의 변을 구구절절 나열했다. 그간 우 지사는 그럴듯한 핑계를 만들며 도민과의 약속을 헌신짝 버리듯 내팽개쳐왔다. 모사에 능한 정치꾼들의 핑계거리는 동나는 일이 없는 법이다.

진정 고향 제주를 사랑하고 제주의 미래를 생각하며, 자신과 도지사직의 명예, 나아가 도민의 마음에 더 이상 상처를 주지 않으려면 결자해지의 심정으로 결단을 내려야 한다. 사려 깊은 지도자라면 자신의 얼굴이 갖는 상징성과 자신의 역할을 분명히 알고 있을 것이다. 이제 도민들도 더 이상 정직함이 빛을 잃고, 거짓말쟁이가 대접받으며 악명(惡名)조차 자산이 되는 사회로 흘러가도록 결코 방기하지 않을 것이다.

노태우는 지난 1987년 대통령 직선제를 수용하며 “국민을 위해서라면 한 번 아니라, 수백 번이라도 항복하겠다.”고 말했다. 우근민 지사에게  ‘한 동우 게이트’로 절망의 좌절에 탄식 중인 도민을 위해 무릎을 꿇을 용기는 없는가? 불가하다면 이름 뒤에 따라다니는 허울뿐인 ‘지사’란 꼬리표를 스스로 떼어내고 덕지덕지한 행보에 종지부를 스스로 찍어야 한다. 외압이 아닌 자신의 의지로 정리하는 혜안을 기대한다.

 # 퇴행적 매관매직 정치 그만하고 거대한 도약의 틀 만들어야

‘한동주 게이트’는 조배죽 패거리들이 제왕적 권력을 악용, 제주 사회를 사유화하면서 도민이 자유와 행복을 추구하는 공동체를 위해(危害)하고 훼손시키는 행위다. 진정한 자아 성찰과 회개가 없으면 이들은 제주 사회의 공적(公敵)으로 규정될 수밖에 없을 것이다.

지금 제주를 둘러싼 제반 상황을 보면 제주는 바람 앞의 등잔불 신세다. 앞으로 우리 운명이 어떻게 될지 알 수 없는 상황에 처해 있다. 이런 상황이면 사회 지도층은 도민 통합을 통해 범도민 역량을 한데 모아 공동체가 구심력을 갖도록 해야 한다. 그럼에도 이들은 매관매직을 통해 도민을 더욱 분열시키고 사회의 원심력을 더 팽창시켜 제주 공동체를 쪼개는 방향으로 이끌어가고 있다.

우리와 우리 후손이 살게 될 제주가 머뭇거림 없이 퇴행의 길을 쫓아가고 있는 것이다. 퇴행의 유산은 우리 자녀들과 미래 세대가 감당해야 할 고난의 짐이다. 자연스레 시민 윤리와 공동체 정신은 점점 사라지고 있다. 자기 이익과 주장을 내세우기보다 양보하고 인내하면서 함께 살아가는 공동체의 미덕을 살려내야만 한다.

로마제국은 한정된 자원을 놓고 집단내부의 분파와 불평등이 커지면서 사회적 합의가 흔들리고 결속력이 약해져 스스로 무너졌다. 사회의 활력이 사라지고 성장이 멈추는 순간 잠재되었던 사회문제는 걷잡을 수 없이 터져 나올 수밖에 없다. 자칫 성장 활력을 잃은 제주가 자체 문제해결 능력을 상실하며 로마의 붕괴를 닮아 갈까봐 우려스럽다.

이처럼 제주의 상황이 매우 엄중한데도 제주 정치인들은 도민을 위한 어떤 비장함이나 치열함이 없이 여전히 패거리 질 하며 퇴행적 정치셈법에 의한 사익편취 행위를 서슴지 않고 있다. 이런 정치적 사익을 도민의 이익으로 포장해 자신의 정치적 야망을 채우려는 저급한 행태는 미래 제주를 위태롭게 할 뿐이다.

이제는 정치인들의 성찰과 각성 속에 갈등과 증오로 잘게 찢겨져나간 제주 사회를 용광로에 녹여 하나로 된 새로운 거대한 도약의 틀을 만들어 내야 한다. ‘한동주 게이트’의 몸통인 숙주를 찾아내 근원적으로 제거해야만 하는 이유다.

▲ 고운호 전 한국은행 제주본부장.

제주 정치인들이여!
매관매직의 정치로 정의로움이 사라지는 제주 공동체를 참담하게 바라 보는 도민들의 화가 목젖 아래까지 치밀어 오르고 있음을 알고 있는가? 그대들이 도민을 위하는 진정한 지도자라고 자처하려면 우리의 미래에 독이 될 것이 너무나 자명한 매관매직의 정치에 더 이상 기대지 말아야 한다.

우리는 내년 지자체선거를 도민의 정당방위권을 행사할 거사의 날로 마음을 모아갈 것이다. 오늘도 제주의 역사는 그대들을 걱정스레 지켜보고 있음을 유념해야 한다. / 고운호 전 한국은행 제주본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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