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6년전 제주 정착한 '하늘의 사나이', 훈련중 불의 사고 "부적까지 쥐어줬는데..."

▲ 고(故) 함영민씨가 지난 4월 제주시 조천읍 함덕리 서우봉 상공에서 동호회원과 함께 펼친 비행. 천진난만한 표정이 보는 이들을 더욱 안타깝게 한다. <사진=네이버 카페 '파라마니아'>
[15시32분 기사보강] 6년 전 제주에 정착한 국내 '곡예 글라이딩'의 일인자 함영민씨(43.제주시 조천읍 함덕리)가 네팔에서 훈련 중 불의의 사고로 유명을 달리한 것으로 8일 확인됐다.

곡예비행, 즉 에어로바틱(Aerobatic)의 개척자인 함씨는 지난달 "국내에는 연습할 여건이 되지 않는다"며 네팔 포카라로 떠났으나 끝내 그곳에서 생을 마감했다.

현재 함 씨의 시신은 포카라 마니팔 병원에 안치됐으며, 유족들은 9일 현지로 떠나 시신을 수습한 뒤 오는 13일쯤 돌아올 예정인 것으로 전해졌다.

현지 소식통에 따르면 함 씨는 7일 오후 3~4시 사이(현지시간) 포카라 '사랑곶'에서 개인 비행에 나섰다가 해발 800m 지점에서 사고를 당했다. 이륙지점은 해발 1500m. 먼저 비행했던 다른 일행은 대부분 철수해 몇명 남지 않았으나 기상여건은 나쁘지 않았다.

날씨도 양호한 상황에서 능숙한 실력의 함씨가 어떻게 사고를 당했는지는 확인되지 않았다.       

사고는 포카라에서 패러글라이딩 사업을 하고 있는 한국인 정모씨가 수습했다.

사고처리 때문에 마니팔 병원에 대기중인 정 씨는 8일 오후 3시25분쯤 <제주의소리>와 전화 통화에서 "원래 포카라 지역은 기상이 좋은 편에 속한다"고 말했다.

서울 출신의 정 씨는 "고인과는 10년이상 알고 지내는 사이"라며 "뭐든지 최고였다"고 고인을 추억했다. 그는 유족들이 하루 뒤 포카라에 도착한다는 사실도 전했다.

국내에선 아직도 생소한 에어로바틱은 패러글라이딩을 타고 낙하하면서 공중에서 고난도의 묘기를 부리는 곡예비행을 말한다.

▲ 고(故) 함영민씨.
지상 공중제비를 일컫는 아크로바틱(Acrobatic)에 '공중'을 뜻하는 접두어 'Aero-'를 붙였다고 보면 이해하기 쉽다.

그만큼 함씨는 패러글라이딩 인구도 많지 않은 국내에서 에어로바틱에 몰두해 생사를 넘나드는 수련과정을 묵묵히 거치면서 개척자의 길을 걸어왔다.

CBS 강연 프로그램 '세상을 바꾸는 시간, 15분'(세바시)에도 출연한 바 있는 함 씨는 세계 최초로 히말라야 산맥을 동서(총 2400km)로 횡단(X-히말라야)한 기록의 주인공이자 현재 이 분야 국가대표다.

강원도 평창이 고향이지만, 패러글라이딩을 가르치다 인생의 반려자로 맞은 제주(조천읍) 출신 여인과 제주에서 제2의 인생을 설계해왔다. 슬하에 딸 1명이 있다.

네이버에 '파라마니아'(Paramania)라는 카페를 운영하며 에어로바틱 저변 확대에 힘써왔다.

▲ 지난 11월2일 다랑쉬 오름 정상에서 한 동호회원과 함께 비행을 준비중인 고(故) 함영민씨(왼쪽). <사진=네이버 카페 '파라마니아'>
이 카페에는 그가 네팔로 떠나기 직전인 지난달 제주 다랑쉬오름에서 펼친 비행을 비롯해 서우봉과 월랑봉, 넓은 들판, 푸른 바다 위에서 창공을 나는 장면이 여럿 올라와 있다.

그 만큼 고인은 평소 제주에 대한 동경이 대단했다. 현재 제주패러글라이딩 팀장을 맡고있다. 

사진 속 고인은 마치 세상의 시름을 다 잊은 듯 천진난만한 미소를 띠고 있어 보는 이들을 더욱 안타깝게 하고 있다.    

그의 생사를 가른 포카라는 히말라야 설산 최고의 풍경을 감상할 수 있는 페와 호수가 있고, 겨울철에도 안정적인 비행이 가능해 추운 유럽지역 선수들도 많이 찾는 지역이다. 최고 경지를 꿈꿨던 고인은 이곳에서 4개월동안 집중적인 훈련을 소화할 예정이었다.

함 씨의 사망소식이 알려지자 SNS상에는 진정한 '하늘의 사나이'였던 고인을 추모하는 글이 잇따라 올라오고 있다.

한 트위터는 "패러글라이딩 파일럿 함영민씨가 네팔에서 훈련중 불의의 사고로 운명을 달리하셨습니다. 세바시 강연을 통해 그가 전해준 도전과 열정의 이야기를 다시 한번 보면서 눈시울 뜨거웠습니다. 그가 언제나 동경하던..."이라는 글을 남겼다.

구모씨는 "올 봄엔 제주에서 꼭 하늘을 같이 날아보기로 약속했던 것이 마지막 인사가 됐다. 세바시를 인연으로 만났던 가장 멋진 사나이. 함영민씨의 평안을..."이라고 명복을 빌었다.

친구인 듯한 정 모씨는 "결국 자기가 원하는 하늘로 갔구나. 영민아 왜 그리 성급하니"라고 너무 빨리 간 친구를 원망했다.   

이 모씨는 "그렇게 조심하라고 신신당부하고 부적까지 손에 쥐어 주었는데..."라며 말을 잊지 못했다. <제주의소리>

<김성진 기자 / 저작권자ⓒ제주의소리. 무단전재_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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