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제주도내 일부 렌터카업체가 불량고객을 이른바 '블랙리스트'로 지정해 정보를 공유하는 것으로 확인됐다. 모 렌터카업체 컴퓨터에 블랙리스트에 오른 고객 이름을 입력하면 '불량이용자'라는 문구가 뜬다.
[단독] 업계 내 리스트 공유 논란 "개인정보 침해"vs "불가피한 조치...유출은 안돼"

최근 김갑수(가명. 42)씨는 업무상 타고 다닐 자동차를 빌리기 위해 제주시내 A렌터카 업체를 방문했다가 자신의 귀를 의심했다.

평소 알고 지내던 렌터카 업체 관계자의 입에서 “자네 블랙리스트에 올랐네”라는 대답을 들었기 때문이다. 컴퓨터 화면에는 김갑수씨의 이름과 주민번호, 면허번호까지 노출돼 있었다.

다수의 관광객을 상대로 영업중인 제주지역 일부 렌터카 업체가 불량이용자인 이른바 ‘블랙리스트’를 작성해 공유하고 있는 것으로 9일 확인됐다.

명단에 오른 고객들은 명백한 개인정보 침해라고 주장하는 반면 업체측은 동일 전산 프로그램에서만 공유되고 업체의 특성상 영업방식의 일부분이라는 입장이다.

실제 김씨는 과거 B렌터카에서 차량을 빌렸으나 잔금을 모두 지급하지 못했다. 자영업자로서 통상 한두달 가량 결제가 밀리는 일이 많았다.

김씨의 경우 B업체에서 대여금이 미납됐으나 전혀 다른 A업체에서도 블랙리스트에 올랐다. 일부 업체에서 불량이용자에 대한 정보를 공유하고 있다는 얘기다.

방식은 이렇다. 특정 렌터카 업체에서 불량고객을 블랙리스트로 설정한다. 이후 정보가 공유된 업체에 해당 손님의 이름을 검색하면 ‘불량이용자’라는 경고문이 컴퓨터 화면에 뜬다.

경고문에는 고객의 이름과 주민등록번호 13자리, 전화번호, 자동차 운전면허증 면허번호 등 4가지 핵심적인 개인정보가 그대로 노출된다.

김씨는 “단순히 렌터카 결제일이 밀렸음에도 B업체에서 불량이용자로 올려버렸다”며 “더욱이 내 개인정보가 업체끼리 공유된다는 점에 놀랐다”고 밝혔다.

▲ 제주도내 일부 렌터카업체가 불량고객을 이른바 '블랙리스트'로 지정해 정보를 공유하는 것으로 확인됐다. 기사 상단 사진과 달리 일반적인 렌터카 업체에서는 고객명과 대여횟수 등 일반적인 고객 정보만 화면에 뜬다.
이어 “주민등록 번호 13자리는 물론 자동차 면허번호 10자리 모두를 공개하고 공유할 줄 몰랐다”며 “고객의 동의없이 업체끼리 정보를 공개하는 것은 명백한 잘못”이라고 지적했다.

해당 업체는 정보공유 사실은 인정하면서도 외부 유출이 되지 않는 만큼 크게 문제될게 없다는 입장이다.

렌터카 업체 관계자는 “같은 전산프로그램을 사용하는 업체간 공유가 이뤄지는 것은 맞다. 불량이용자 경고가 뜨더라도 차량을 대여 여부를 결정하는 것은 각 업체 재량”이라고 말했다.

또 “주민번호와 면허번호는 차량 대여시 공개된 자료며 공유 정보에는 블랙리스트 사유 등은 전혀 없다”며 “업체의 특성상 불량 고객을 파악해 피해를 막기 위한 조치”라고 전했다.

문제는 위법소지다. 렌터카 업체간 블랙리스트 공유는 개인정보보호법 위반과 형법상 명예훼손의 가능성이 있다.

현행 개인정보보호법 제17조(개인정보의 제공)에 의하면 정보주체의 동의없이 개인정보를 제3자에 제공할 수 없다. 제18조(개인정보의 이용, 제공 제한)도 정보 공유를 제한하고 있다.

제주도자동차대여사업조합은 일부 업체들의 이같은 정보공유를 인지하지 못했다는 입장이다.

조합 관계자는 “조합에서는 범죄 관련된 개인정보의 경우 이름만 공개하고 주민번호는 막아서 업체에 전파하기도 한다. 다만, 블랙리스트를 따로 작성해 공유하지는 않는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조합 차원에서 개인정보 보호를 위한 안내 공문도 발송하고 있다”며 “고객들은 차량 대여시 약관을 반드시 확인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제주도자동차대여사업조합에 가입된 도내 렌터카 업체는 42곳이며 약 1만여대 차량을 운영하고 있다.<제주의소리>

<김정호 기자 / 저작권자ⓒ제주의소리. 무단전재_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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