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사 유물 기증한 남상규 여미지식물원 대표
"상업적관광에 문화적 기반 만드는 게 성패"

4일 소장하고 있는 추사 관련 유물 51점을 선뜻 제주도에 기증한 여미지식물원 대표이자 광주 부국문화재단 남상규 이사장은 "제주도가 아무리 아름다운 자연을 갖고 있다고 하더라도 문화산업의 선진화가 이뤄지지 않고는 관광산업만으로는 퇴행할 수 밖에 없다"고 말했다.

▲ 남상규 부국문화재단 이사장.ⓒ제주의소리
광주에서 철강업체인 부국철강을 경영하고 있는 남 이사장은 지난해 2월 서울시 소유였던 여미지식물원을 경쟁입찰에서 552억7500만원을 써내 낙찰 받은 후 문화가 숨쉬는 새로운 관광명소로 만들기 위해 제주에 거의 살다시피하고 있다.

남 이사장은 "평소부터 제주를 사랑하기도 했지만 중문단지에 있는 여미지를 인수한 게 인연이라면 제주와 맺은 구체적인 인연"이라고 소개한 후 "유홍준 청장과는 대학 동기이자 각별한 사이로 그 동안 몇 차례 추사적거지를 가 봤지만 추사 김정희 선생이 가장 중요한 시기를 보낸 곳이라고 보기에는 지나치게 간소하고 내용도 부족한 것 같아 아쉬움이 많았다"며 추사적거지에 대한 생각을 밝혔다.

남 이사장은 "유 청장의 권유로 추사 선생의 유물을 기증하는 게 딸을 시집 보내는 심정이었지만 마음만은 흔쾌히 결정하게 됐다"며 "비록 보잘 것 없는 물건이지만 제주에서 더욱 빛나는 물건으로 만들어 달라"며 기증의 소감을 피력했다.

남 이사장은 지난 1년간 제주에서 보낸 느낌도 이날 조심스레 꺼냈다.

남 이사장은 "제주도가 자연의 아름다움은 갖고 있지만 문화산업이 선진화가 이뤄지지 앟고서는 관광산업이 어렵다"면서 "자연의 아름다움과 더불어 제주 특유의 문화, 제주도가 가꿔 나가야 할 것을 가꿔 나가려는 좀 더 실효성 있고 효율적인 노력이 없다면 제주의 관광산업은 그다지 밝은 편 만은 아니"라고 말했다.

광주비엔날레조직위 이사이자 운영위원으로 활동하고 있는 남 이사장은 광주의 5.18과 제주4.3을 비교하면서 문화의 중요성도 강조했다.

"광주가 5.18이라는 역사적 상처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5.18이 아직도 전국화가 안되는 여러가지 이유중 하나가 바로 그에 상응하는 문화적 창조가 안됐기 때문"이라고 진단한 남 이사장은 "제주도도 4.3의 아픈 상처가 있지만 그 역사적인 상처가 문화적으로 고양되고 환치가 안되면 4.3의 전국화와 제주의 정서가 그 이외의 지역으로 확산되는 것은 상당히 어렵다"면서 "그런 장소의 하나로 추사적거지나 이중섭 미술관은 상당히 중요하다"고 조언했다.

그는 이어 소비중심의 제주관광산업의 문제점도 지적했다.

남 이사장은 "제주에는 여러가지 관광업소가 많지만 상업적인 관광시설은 육지 관광객들에게는 매력이 없다"면서 "상업적인 관광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게 오늘날 제주관광이 겪고 있는 퇴행의 모습이라고 생각된다"며 제주관광의 아픈 상처를 솔직하게 건들었다.

또 제주관광업소나 문화업소가 제주사람들의 삶과 유리돼 있고, 제주문화와 차단된 채 단지 (즐기려는) 관광지로만 개발되는 것에 만족스럽지 못하다는 뜻을 피력했다.

그는 "개인적으로는 제주관광에 어떻게 인문학적인 바탕을 만드느냐, 문화적 기반을 만드느냐에 따라 제주관광의 성패가 달려있다고 생각한다'면서 "추사적거지가 그런 곳이 될 수도 있고, 지금은 폐허가 돼 버렸지만 여미지 식물원도 문화가 숨쉬는 제주도민이 사랑하는 명소로 만들어 가고 싶다는 게 솔직한 포부"라고 말했다.

남 회장은 이어 "제주도가 제주라는 지역성에 매몰되지 말고 전국적인 레벨에서 과거의 역사들을 몹고 제주의 문화, 예를 들자면 돌하르방 같은 것도 부단히 현대적으로 만들어 나가야만 제주의 문화가 발전하고 다른 지방 사람들이 제주도를 진정 사랑하게 된다'면서 문화산업의 중요성을 거듭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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