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길현 칼럼> 제주 정치권의 부끄러운 얼굴과 미래 찾기 하나
 
   무언가 잘 못 본 줄 알았다. 도의원들 포함 제주의 새누리당 정치권 인사들이 한 자리에 모여 불쌍한 여성 국회의원 한 사람을 내리 몰아붙이는 사진을 보았기 때문이다. 지금 제주 집권여당이 할 일이 그렇게 없는 것인지. 제주도의회 도민의 방에 우루루 몰려가서 고작 한다는 게, ‘민주당 장하나 의원직 사퇴 및 출당 촉구’ 기자회견이었다.

  그렇게 현직 대통령에 충성 경쟁을 하지 않으면, 제주의 새누리당 남성 정치인들 20여명은 지내기가 힘든 것일까. ‘헌정질서를 문란케 하고 국론분열을 조장하는 어처구니없는 망언’이라면서 장하나 의원의 부정선거 불복 언명에 대해 결기를 보이고 있는 모습을 보면서 드는 생각은 단 하나. 박근혜 정부 하에서의 제주의 실세 정치인들이 고작 하는 것이, 어렵사리 국회에 입성해서 나름대로 열심히 일하고 있는 제주의 젊은 여성 의원을 내쫒지 못해 안달하는 모습을 보여야 하는 걸까.

  제주의 이른바 내로라하는 새누리당 정치인들의 충성 경쟁 행태를 보면서 한편으로는 측은해 보인다. 그렇게 하지 않으면 내년 도의원 후보공천을 받지 못할 정도로 경쟁력이 없는 분들일까 하는 생각. 그리고 그렇게 제주의 정치엘리트들이라고 자처하는 분들이 집단적 기자회견을 통해 표명하고 있는 바. 그들이 수호하고자 하는 헌정질서라는 게 무엇일까 하는 의문,
 
  장하나 의원이 큰 정치적 문제로 제기하고 있는 것이 정말로 4·19 전야처럼 박근혜 대통령의 하야를 촉구하는 것으로, 제주 새누리당 정치인들은 그렇게 생각하는 것일까. 만약 그렇게 좁은 속견을 갖고 있다면. 그들이야말로 정치를 모르는 것이고, 해서 그들은 정치를 해서는 안 되는 사람들이다. 왜냐고, 장하나 의원이 진정으로 의도하는 바는 박근혜대 통령의 하야가 아니기 때문이다. 그것은 부수적인 것이다.
 
  장하나 의원이 박근혜 대통령 사퇴를 언명한 의도는, 작년 대선에서의 국정원 선거 개입을 제대로 규명해서 다시는 그런 일이 일어나지 않도록 해달라는 데에 있는 것이다. 그걸 읽지 못하는 정치인이라면, 그는 정치인 자질이 없는 것이다. 다만 장하나 의원은 박근혜 대통령이 그런 진실 규명을 제대로 해야 한다는 데 큰 강조점을 두기 위해서, 지금까지 박근혜 대통령이 그런 진실 규명을 소홀히 하고 있다고 보기 때문에 보다 강한 어조로 박근혜 대통령의 사퇴를 언명한 것일 뿐이다.

  그렇게 삼척동자가 다 아는 장하나 의원의 언명을 갖고, 제주 새누리당 임원들이 집단 기자회견을 하게 된 이유는 무엇일까. 그것은 한 마디로 선거공학적 계산이다. 내년 지방선거에서 새누리당 후보로 공천을 받고자 하는 새누리당 전·현직 의원들의 개인적 계산이 한 데 모인 패거리 모임인 것으로 보는 게 더 본질에 가까운 게 아닐까.

마침 별로 힘도 없고 만만해 보이는 30대 장하나 의원을 희생양으로 삼는 건 그들에게 큰 손실도 없어 보일 것이다. 거기에는 말로만 헌정질서가 있을 뿐, 제주도민의 자긍심도 없고 대한민국의 민주주의에 긍지는 조금도 없다. 그저 어떻게든 내년 지방선거에서의 공천과 당선만을 생각하는 정치권의 계산만 있을 뿐이다.

  물론 박근혜정부의 임기 초기라는 권력정치의 2014년 6월이라는 정치적 선거정치의 시간대를 고려할 때, 어떻게든 공천만 받으면 최소한 2등은 보장받는 새누리당 전·현직 의원들의 정치현실적 출마 계산을 무턱대고 나무랄 것만은 아닐지도 모른다. 그러나 그러한 선거공학적 계산이 집권 새누리당의 정치인들을 지배하는 한, 제주의 미래와 제주도민의 행복 그리고 대한민국의 민주주의는 전혀 무망해 보인다.

  그렇다면 어떻게 해야 이러한 선거공학을 넘어설 수 있을까? 이를 위해서 생각 있고 깨어있는 제주도민들이 할 일은 무엇일까? 필자가 보기에 그건 크게 어려운 일이 아니다. 그것은 공천만 받으면 최소 2등은 보장받으리라 생각하는 새누리당 후보자들의 선거공학적 상식을 60만 제주도민들이 앞장서서 깨뜨리면 되는 것이기 때문이다.

내년 지방선거에서의 도지사 선거 포함 도의원 지역구 여기저기서 새누리당 후보들을 3등으로 밀어내 버리는 이변을 보이면 된다. 아마도 그것이야말로 제주정치의 일대 변혁이며 제주 미래의 새로운 시작이 아닐까.  

  그래서 제주도민에게 간곡히 부탁하는 바, 내년 지방선거에서 우리 모두 각자 용기와 소신을 갖고 일반의 상식적 예상을 깨보자는 것이다. 도민들의 정서와 상식은 전혀 고려하지 않은 채 그저 집권여당인 새누리당으로 정치엘리트들이 몰려다니는 정치철새들에게 경종을 울리는 풀뿌리 하나하나의 선택. 바로 그것이 2010년대 제주의 미래를 만들어가는 주춧돌일 것이고, 2014년 지방선거의 주된 과제일 것이다. 다시 한 번 강조하건대 제주의 새로운 미래는 새누리당 제주도지사를 포함 여러 도의원 후보들을 3등으로 만드는 풀뿌리 제주도민의 선택에서 시작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다.

 

   

  내년 지방선거에서 새누리당 우위일 것이라는 상식적 예견을 깨는 것이 가능한 이유, 그것은 우리가 익히 알고 있듯이 정치는 ‘가능성의 예술’로서 살아 움직이는 생물이라는 데에 있다. 그것은 주류 매스 미디어의 통상적 예측을 벗어나는 방향으로 선거 결과가 나타나는 것으로서, 행위자 선택의 무한한 역동적 변화 가능성을 보여주는 데서 시작할 것이다. 바로 이 지점에서 우리 모두 내년 지방선거에서 제주가 주권재민이라는 민주주의의 정치적 신조가 그 의미를 발휘하는 시발 터가 되길 기대해 보는 것도 유쾌한 상상이 아닐까.  / 양길현 제주대 교수  <제주의소리>

<제주의소리  / 저작권자ⓒ제주의소리. 무단전재_재배포 금지>

저작권자 © 제주의소리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