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합] 中영사관 “유감”, 외교부 “제정 유보”…국제분쟁 뇌관 될까 ‘촉각’

▲ 제주도 ‘이어도의 날 조례’ 제정이 ‘태풍의 눈’으로 떠올랐다. 제주도의회 농수축·지식산업위회가 12일 조례안을 원안 가결하면서 우리 정부(외교부)가 혹시나 한·중 영토분쟁의 불씨를 촉발시키는 것 아니냐며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제주의소리
중국이 우리나라 영해에 있는 이어도를 자국 방공식별구역(CADIZ)에 포함시킨 가운데 제주도의회가 추진하는 ‘이어도의 날 조례’가 ‘태풍의 눈’으로 떠올랐다.

우리나라 외교부는 외교 분쟁을 촉발시킬 뇌관이 될 수 있다며 제정을 보류해줄 것을 직·간접적으로 압박하고 있고, 중국 정부도 재제주영사관을 통해 ‘유감’을 표명하면서 자칫 ‘이어도의 조례’ 제정이 한·중 양국 간 영토분쟁을 촉발시킬 뇌관이 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 제주도의회, 8대 첫 시도 후 5년만 ‘이어도의 날 조례’ 제정 눈앞

제주도의회 농수축·지식산업위원회는 12일 오후 제312회 제2차 정례회를 속개해 ‘제주도 이어도의 날 지정·운영에 관한 조례안 번안동의안’을 가결했다.

이번 번안동의안은 현재 계류 중인 조례안에 명시된 시행시점이 지나 효력을 발휘할 수 없음메 따라 ‘2013년 7월1일부터 시행한다’고 된 부칙조항을 ‘공포한 날부터 시행한다’는 내용으로 변경한 게 골자다.

이에 따라 조례안은 13일 오후 2시에 열리는 본회의에서 재석 의원의 과반수 이상의 찬성을 얻으면 최종 통과된다.

박희수 의장은 이날 <제주의소리>와 통화에서 “상임위원회 결정을 존중하겠다”고 밝혀, 지난해 12월 임시회 때와 같이 본회의 상정보류는 하지 않을 것으로 예상돼 처리는 무난할 것으로 예상된다.

조례안은 이어도에 대한 사회적 관심을 높이기 위해 매년 9월10일을 이어도의 날로 정하고 1주간을 이어도 문화행사주간으로 정해 축제나 각종 전시, 행사 등을 여는 내용을 담고 있다.

9월10일은 1951년 해군이 이어도를 발견하고 ‘대한민국령’이라는 동판을 수중암초에 설치한 날이다. 조례안은 이어도를 ‘제주사람들로부터 구비 전승되고 있는 이상향인 환상의 섬, 피안의 섬, 이어도 타령 등에 내재하고 있는 정신적이고 문화적인 것’이라고 정의하고 있다.

◇ 외교부 “한·중·일 방공식별구역 진정 국면인데...” 곤혹…재의 가능성 배제 못해

당장 우리 정부(외교부)는 당장 ‘이어도의 날 조례’ 제정이 영토분쟁 문제로 긴장감이 높아진 동북아 정세에 어떤 영향을 미칠 지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이날 조례안 심사에서 박태희 제주도 해양수산국장은 ‘이어도의 날 조례’와 관련한 외교부와 중국대사관 측 입장을 전달하며 조례제정 ‘유보’ 입장을 요청하기도 했다.

박 국장은 “저희(제주도)는 조례 제정 필요성에 충분히 공감한다”고 전제한 뒤 “다만 중앙정부는 한·중 분쟁유발 가능성 때문에 지속적으로 제정 시기를 늦춰줄 것을 요구하는 상황이다. 중국 영사관 측도 강한 유감을 표명하고 있다”고 전했다.

박 국장은 특히 “외교부는 어렵게 미국의 동의를 받고 선포한 방공식별구역 문제가 진정 국면으로 접어드는 상황에서 이번 ‘이어도 날 조례’ 제정으로 인해 부정적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높다고 판단하고 있다”며 제주도의 난처한 입장을 항변했다.

그러면서 박 국장은 “조례가 제정되지 않더라도 행정 차원에서 조례의 취지를 충분히 살릴 수 있는 여러 조치들을 취해나가겠다”면서 “국내외 여건이 성숙될 때까지는 이어도조례 제정을 유보해 줄 것”을 요청했다.

이에 대해 조례안을 대표 발의한 박규헌 의원(애월읍, 민주당)은 “국익에 반하는 행동을 해서는 안 된다는 생각을 갖고 있다”고 전제한 뒤 “하지만 조례안 어디를 봐도 분쟁을 유발할 만한 내용이 없다. 조례와 방공식별구역 선포와는 별개로 생각해야 한다”면서 “제주도는 당당하게 대처해야 할 위치에 있음에도 너무 소심하게 접근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한편 ‘이어도의 날 조례’가 13일 본회의에서 의결되면 도지사는 조례안을 이송 받은 후 20일 이내에 공포해야 한다. 이 기간 내에 공포하지 않으면 도의회 의장이 공포할 수 있다.

만약 도의회가 공포했을 경우에는 외교부가 한·중 영토분쟁을 우려해 제주도에 ‘재의’를 요구할 수도 있고, 이렇게 되면 재의 요구→재의결→대법원 제소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제주의소리>

<좌용철 기자 / 저작권자ⓒ제주의소리. 무단전재_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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