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출신 김창준씨 등 석방요구 투쟁…오는 12일 2차 재판

지난 달 홍콩에서 WTO 협상에 반대하다 불법시위 혐의로 기소된 제주출신 김창준씨를 포함한 한국 농민과 노동자 등 11명이 5일 석방을 요구하며 홍콩시내 번화가에서 무기한 단식농성에 들어갔다.

전국농민회총연맹에 따르면 홍콩에서 반세계화 시위를 벌이다 지난달19일 구속됐다 보석으로 풀려난 양영규 공공연맹위원장과 제주농민회 김창준씨 등 11명, 그리고 일본인 고스케 아가리기씨 등 12명은 5일 오후3시부터 홍콩시내 번화가인 침사추이에서 무기한 단식 농성에 들어갔다.

이들은 23일 보석으로 풀려난 이후 홍콩 셤오이 교회로 숙소가 제한된 상태이며, 11일 2차 재판을 앞두고 있다.

'연대와 정의를 위한 단식투쟁' 명명된 무기한 단식 농성에 들어간 이들은 전국농민회총연맹에 보내온 성명을 통해 "이제 우리 12인의 WTO 반대 시위 구속자들은 오늘부터 무기한 단식 투쟁에 들어간다"면서 "정의롭고 평화로운 세계를 위해 아직 끝나지 않은 WTO 반대투쟁을 이어가고자 한다"고 밝혔다.

이들은 "세계 각국에서 모인 민중들의 외침과 구속된 14인의 투쟁이 정당했음을 확인하면서 이 투쟁이 다시 한번 전 세계 민중들과 공유될 수 있기를 바란다"면서 "특히 WTO 반대 투쟁에 언제나 성원과 지지를 보내주신 홍콩 시민들과 함께 하고, 인류의 생존과 민중의 권리가 위기에 처해 있는 시대의 한 가운데에서 정의로운 세상을 전 세계 민중과 함께 열어 나가고자 한다"고 무기한 단식농성의 이유를 말했다.

12명의 농성단은 "우리는 농사를 짓거나 공장에 다니는 농민과 노동자들이며, 거리의 노숙 노동자를 돕는 사람들로 우리들 중에는 천식으로 고생하는 사람, 공황장애에 시달리는 사람, 건식피부염으로 고생하는 사람도 있으며 홍콩으로 오기 바로 전에 애를 낳았지만 구속된 바람에 백일잔치에 참여하지 못한 농민도 있고, 하루하루를 쇳가루를 뒤집어 쓰며 보내야 하는 현장 노동자도 있다"면서 "우리는 이번 투쟁을 통해 가족과 친구 동료들이 기다리고 있는 고향으로 돌아가고자 한다"고 밝혔다.

농성단은 "홍콩 거리에서의 외침은 한국 농민만의 목소리가 아니었으며 멀리 토지에 대한 권리를 주장하는 무토지농업노동자의 목소리이며, 교육과 공공서비스를 지키려는 노동자들의 목소리이며, 생태계 파괴에 저항하는 생태주의자들의 목소리이며, 자연자원에 대한 자기통치를 주장하는 원주민공동체들의 목소리이며, 정당한 노동의 권리를 주장하는 이주민 노동자들의 목소리이며, 또한 여성의 권리를 주장하는 페미니스트들의 목소리이며, 미주대륙자유무역지대(FTAA)에 저항하는 미주대륙 민중들의 목소리"라면서 자신들의 투쟁의 결코 외롭지 않음을 강조했다.

이들은 "하지만 WTO와 신자유주의 체제는 민중들의 목소리와 진실을 가둬두려 했으며, 우리는 우리의 목소리를 각국 협상 대표단들에게 직접 전달하기 위해 바다에 뛰어들기도 했고, 삼보일배라는 고행을 감내하며 컨벤션 센터로 향하기도 했으나 WTO와 홍콩 정부는 우리의 몸짓과 목소리, 그리고 저항의 권리를 철저하게 폴리스 라인 안에 가두고 통제했으며, 우리의 외침 뿐만 아니라 세계 각국에서 온 1000명이 넘는 민중들을 가두었고, 14명의 노동자 농민을 구속하기에 이르렀다"고 말했다.

이들은 "이제 얼마 있으면 아시아 민중들의 또 다른 경축일인 설날이 다가오며 그 날 만큼은 우리 삶의 터전에서 보내고 싶다"면서 "그 날 만큼은 가족, 친구 그리고 동료들과 함께 하고, 그 날 만큼은 전 세계 민중, 그리고 홍콩 시민들과 함께 WTO 반대 투쟁의 승리를 확인하며, 진정한 새해를 경축하고 싶다"면서 홍콩 정부에 대해 석방을 강력히 요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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