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학재단 신입생 배정거부에 동문·재학생 비판
홈페이지 북새통 "모교를 나온 게 부끄럽습니다"

도내 사립고등학교가 사학법 개정에 반대해 전국에서 처음으로 신입생 배정명단 수령을 거부하는 초유의 사태가 벌어지면서 각 사립학교 홈페이지에는 재단과 학교를 비난하는 의견들이 잇따르고 있다.

언론을 통해 자신들의 모교가 사실상 신입생배정을 거부한다는 소식을 접한 졸업생과 재학생들은 "모교를 나온 게 부끄럽다" "무엇이 두려우냐" "선생님들이 들고 일어서야 할 때다"라는 이야기로 사학재단의 신입생 배정 거부를 강하게 비판했다.

▲ 신입생 명단 수령을 거부한 도내 5군데 사립고등학교 홈페이지마다 재단을 비판하는 동문들의 글들이 이어지고 있다. ⓒ제주의 소리
오현고 홈페이지 자유게시판에 필명이 '졸업생'인 네티즌은  "오중-오고를 졸업해 지금은 서울에서 살고 있지만, 어느 지방 어느 학교 출신을 만나도 부끄럽지 않은 학창시절이었다"면서 "사학법 개정에 반대해 신입생을 받지 않겠다구요? 개방형 이사제가 그렇게 두렵나요? 뭐 그리 숨길 게 있나요?"라고 반문하고는 "오늘 졸업생이라는 게 부끄럽습니다"라며 모교측에 유감을 전했다.

또 다른 졸업생은 "예나 지금이나 재단이 어디고 이사장님이 누군지도 모릅니다. 학교의 주인은 우리들 오현동문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입니다.이제 확실히 알게 됐습니다. 학교의 주인은 재단인것을...."이라면서 "부끄럽습니다. 제가 있는 이곳 서울에서도 오고하면 알아주는 사람 많습니다. 이제 그분들에게 뭐라고 해야할 지 막막합니다"라며 개탄했다.

이 졸업생은 "이제 재단과 이사장인 주인인 학교를 더 이상 자랑스러워 할 수 없게 되어버렸습니다. 정당한 사립학교법을 반대하고 자신들의 소유물이라 주장하는 오현고를 자랑스런 우리모교라고 할 수 없기 때문입니다"라면서 참담한 심정을 전했다.

'오고생'이라는 필명으로 '신입생 배정 거부~!솔직히 창피합니다!'라는 제목의 글에서는 " 개인적으로 모교를 굉장히 사랑하는 저인만큼 이번 조치에 대한 실망과 충격도 매우 큽니다. 이번에 저희 학교의 신입생 배정을 거부하는 조치는 저희 오현고를 지망하는 학생들의 교육권을 침해한 것입니다"이라며 "정부와 사립학교가 각자가 자신들의 의견을 관철하기 위해 팽팽하게 대립하는 사이에 정작 제 3자라고 할 수 있는 일반 국민과 신입생들이 엉뚱하게 피해를 보고 있는 것입니다"라고 지적했다.

이 재학생은 "이런 막무가내식 의견 관철은 아무런 효과도 불러오지 못할 뿐더러 학교의 존재 의의인 학생들에게 피해를 끼치게 되고 결국은 오현고등학교를 바라보는 제주 도민, 나아가서는 대한민국 국민의 시선도 사나워지게 될 것이 뻔합니다"라며 "개정되는 사학법에 대한 찬성, 반대를 떠나서 우리 오현고등학교는 학생들을 끝까지 배려하는 학교가 되는 것이 저의 작은 소망입니다. 그렇기 위해서는 학교측의 의견을 좀 더 민주적이고 합리적인 방법으로 제시하는 것이 현명한 처신이라고 생각합니다"라며 신입생 배정거부를 철회할 것을 요구했다.

또 다른 '재학생'은 '이럴때, 신입생 거부에 반대하시는 선생님들이 들고 일어나실때입니다!'라는 제목을 통해 "정말 가능하다면 한번쯤이라도...선생님들의 그런 모습을 보고싶습니다"라면서 "참교육을 실현해보겠다는 그 의지만이라도 보고 싶습니다...보여주십시오!
그 의지를! 그 신념을!"이라면서 재단의 결정에 맞서 교사들의 입장을 밝힐 것을 주문하는 글도 잇따랐다.

대기고 홈페이와 남녕고 홈페이지에도 신입생 배정거부를 우려하는 동문과 재학생 글들이 올라오고 있다

'허니'라는 필명의 네티즌은 "정부는 강하게 나갈 텐데...정말 학교 없어지겠네요.명문 대기 사라지겠네"라며 안타까워 했다. 또 '대기인'으로 글을 쓴 동문은 "신입생까지 안받겟다니, 사학법이 얼마나 학교에 손해되는거길래 그러신지는 모르겟습니다만, 후배없는 학교 별로 기대하고싶지는 않습니다만..."이라며 유감을 전달했다.

또 남녕고등학교 자유게시판에 글을 올린 필명 'crom'의 네티즌은 자신을 가르쳤던 한 선생님들의 이름을 부르면서 "선생님...학교가 개인이나 이해관계에 의한 단체의 사유물이 아니지 않습니까.지금 제주의 사립학교가 벌이고 있는 행태때문에 더욱 더 사학법 개정의
필요성을 확신하고 있습니다"라며서 "000 선생님, 000 선생님, 000 선생님 학창시절 소신을 심어 주셨던 선생님들, 아직도 후배들에게 그런 모습을 보여주고 계시리라 믿습니다"라며 학교에 대한 변함 없는 애정을 전했다.

지금 껏 남녕인임을 자랑스레 여겨왔던 4회 졸업생이라고 자신을 밝힌 오승현씨는 '감출 수 없는 씁쓸함...'이란 글을 통해 "뉴스 헤드라인에 나온 모교의 모습은 좋아 보이지 만은 않았습니다. 씁쓸 하더군요"라며 "교육의 의미에 대해서 한번 더 생각 해 보게 되는 오늘 입니다"라고 말했다.

이 동문은 "예비 남녕인들에게 '박문독행'의 길을 널리 열어 놓는것이 좋은 일이지 않을까요?"라며 "졸업생으로서, 훌륭한 후배들이 더욱 더 많이 배출 되기를 바라는 마음입니다"라며 신입생 배정 거부에 안타까운 마음을 달았다.

저작권자 © 제주의소리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