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아리연합회 '정치적 중립' 이유로 금지했다가 취재 들어가자 방침 철회

 

▲ 지난 16일 제주대학교 학생회관에 이 학교 재학생 임규진(20)씨가 게재한 대자보. 동아리연합회 측은 당초 "이 게시물이 인수인계 과정에서 허가를 받으러 와 잘 모르는 상태에서 도장을 찍어줬다. 이번 주 내로 내릴 계획"이라고 밝혔으나 취재에 들어가자 "혼선이 있었다. 게시할 수 있도록 할 방침"이라고 말을 바꿨다. ⓒ제주의소리

최근 대학가에서 시국을 비판하는 '안녕들하십니까' 대자보가 확산되고 있는 상황에서 제주대 학내 기구가 '정치적 중립'을 이유로 대자보 부착을 불허해 논란을 낳고 있다.

학내기구는 논란이 커지자 급히 대자보 불허 방침을 철회했다. 

제주대에 재학중인 김모(21)씨는 17일 오후 자신이 작성한 '안녕들하십니까' 대자보를 게재하기 위해 동아리연합회를 찾았다. 학생회관 내에는 동아리연합회의 직인이 있는 게시물만 게재가 가능하기 때문이다.

그런데 관계자로부터 돌아온 답변은 "안된다"였다.

김씨에 따르면 동아리연합회 간부는 "학생 복지과에서 '더 이상 대자보에 직인을 찍어주지 말라'고 했다"며 거절했다. 앞서 다른 대자보가 게재되지 않았냐는 물음에는 "그 게시물도 금요일(20일)날 내릴 계획"이라고 답했다.

동아리연합회는 학생복지과의 외압설을 일축하며 '정치적 중립'을 이유로 들었다.

동아리연합회 관계자는 18일 <제주의소리>와의 통화에서 "동아리연합회나 총학생회는 정치적 중립을 지켜야하는데 그런 곳에 우리 도장이 찍혀있으면 우리가 그 입장을 취한다는 말이 될 수 있기 때문에 거부를 했다"고 답했다.

또 "학생복지과 외압설은 '학생복지과는 도장을 받지 않은 대자보를 게시할 수 없도록 규정하고 있다'를  제대로 설명하지 못한 것"이라며 "학교 측에서 저희에게 따로 외압을 가한 일은 없었다"고 했다.

논란이 불거지자 동아리연합회는 불과 반나절만에 입장을 바꿨다.

동아리연합회는 18일 오후 내부회의와 학생복지과와의 면담을 거친 뒤 "현재 인수인계 과정인데다 이런 정치적 사안과 관련된 구체적 논의가 없어서 미숙한 점이 있었다"며 "'정말 노골적인 내용이 없으면' 도장을 찍어주기로 했다. 학생복지과도 저희 입장을 따르기로 했다"고 전했다.

대자보를 거절당한 학생들에게도 다시 문자를 보내 허가 방침을 전했다.

대학 학생복지과 관계자는 "이와 관련해 외압을 가한 사실은 전혀 없다"며 "다만 도장을 찍을 때 '상행위 게시물 등 여러가지가 있으니 그것을 잘 판단하라'는 말 정도만 했다"고 답했다.

 

▲ 제주대에는 학칙으로 게시물 게재 시 총장의 허가를 받아야 한다. 이 업무를 동아리연합회와 총학생회가 대신 담당하고 있다. ⓒ제주의소리

하지만 외압 논란은 가라앉지 않고 있다. 

박모(20)씨 역시 17일 오후 동아리연합회에 대자보에 도장을 받으러 갔다 거절을 당했다. 박씨는 "당시 동아리연합회 사무실에 있던 학우는 '기존의 대자보는 잘 모르고 찍어준 것'이라며 '앞으로는 대자보 등에 직인을 찍어주지 말라는 학생복지과의 지침이 있었다'고 말했다"고 전했다.

박씨는 동아리연합회의 해명에 대해 "동아리연합회 답변을 듣기 전까지는 학생복지과라는 이름도 알지 못했다"며 "분명히 학생복지과의 지침이라고 들었다"고 했다.

익명을 요구한 한 재학생은 "지난 8월 학생회에서 국정원 대선개입 의혹 규탄 성명을 발표할 때도 대학본부에서 성명서 발표 전 본부에 허락을 받을 것을 요구해 난리가 난 적이 있었다"며 "이번에도 이를 막으려다 취재가 들어가자 입을 맞춘 것 아니냐"고 의혹을 제기했다. <제주의소리>

<문준영 기자 / 저작권자ⓒ제주의소리. 무단전재_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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