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탄핵정국/릴레이칼럼(6)] 물러날때 깨끗이 물러나라

백 번 참다가도 도저히 그냥 넘어갈 수 없었다. 가급적 '입은 무겁게 그리고 행동으로 보이며 살자'라고 다짐해왔다. 그런데 이건 너무 심했다.

단도직입적으로 과거 군사정권 때도 없었던 국회의 대통령 탄핵 아닌가 …. 물론 그때는 서슬퍼런 군사정권에 감히 국회가 탄핵할 수 없었겠지. 그런데 이번은 국회가 막강한 권능을 드디어 행사했다.

뭣 모르는 애들에겐 "입법부가 행정부를 견제할 수도 있는 거란다"며 했다. 삼권분립의 얘기도 곁들이면서. 그러면서도 속으론 울화통이 치밀어 올랐다.

여당이든 야당이든, 다수당이든 소수당이든 국회가 과거 정권의 불법 탄생을 제대로 견제한 적이 있었는가? 국회는 늘 정권의 시녀노릇을 해오지 않았던가. 오히려 민주주의 수호의 책무는 국회가 아니라 항상 국민들 몫이었다.

4·19가 그랬고, 5·18이 그랬으며, 6월 항쟁이 그랬다. 그런데 이제는 거꾸로 국민들은 시큰둥한데 국회가 앞장서서 대통령을 탄핵했다. 대한민국 국회는 언제까지 국민과 정반대의 행보를 걸을 것인가. 심히 우려하지 않을 수 없다.

한편으론 서글프다. 아직도 대한민국의 민주주의는 길거리에서 나와야 하니…. 대한민국 국회는 민심의 흐름을 그렇게도 읽지 못하는가. 국회의원은 분명 국민이 뽑는다. 따라서 국민의 의사가 헌정 질서에 반영되도록 노력하는 것이 제일의 책무이다. 국운이 걸린 사안을 감안할 때 국회의원은 정당의 정략보다 국민의 민심을 따르는 것이 순리이다. 아주 쉬운 얘기 하나 하자. "민심(民心)은 천심(天心)이고, 역천자(逆天者)는 망한다."

말을 좀 바꿔보자. 재벌이 욕먹는 이유는 무엇인가. 지극히 상식적인 것을 실천하지 않는데 있다. 일반 국민의 입장에서 기업을 평가하는 잣대는 너무나 자명하다. 투명한 회계와 사회적 공헌도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다.

그러나 회계부정을 저질러 검은 돈을 만들고, 이를 차떼기로 정치권에 넘기고 해왔던 것이 재벌이다. 이것이 고쳐지지 않으면 재벌에 대한 부정적 이미지는 영원할 것이다. 경제교사 몇몇을 모셔다가 후하게 접대하면서, 교과서 문구 몇 자 고친다고 해서 재벌 이미지가 긍정적으로 바뀔 거라는 발상은 소아병적이다.

필자는 좀 순진한 편이다. 그래서 철모른다는 얘기도 종종 듣는다. 그러나 살기에는 오히려 편하다. 머리 돌릴 필요가 없기 때문이다. '정치판'에 빠지지 않으니 그들의 정략이 뻔히 보이고, '경제판'에 몸담지 않았으니 또한 그들의 속보이는 행태가 눈에 띈다. '정칟경제판'에 물들지 않으니 '정경유착'이 환히 보인다.

누구나 자신들이 살아가는 '현장'이 있다. 그러나 그 속에 오랫동안 물들면서 '현장'에 빠지면 다른 사람의 눈이 잘 보이지 않는다. 더 나아가 '현장 속의 생리'를 모른다고 윽박지르기도 한다. 바야흐로 '국민의 생리'는 읽지 않고 '자신들만의 생리'를 모른다고 오히려 국민을 압박하기까지 한다. 그러면서 시대 흐름이 읽히지 않는 가여운 신세가 된다.

누구나 오를 때도 있지만 내려갈 때도 있다. 오를 때는 정열과 패기와 참된 마음 하나면 된다. 그러나 내려갈 때는 쉽지가 않다. 고통의 결정이 뒤따를 때도 있다. 무엇보다 내려갈 때를 제대로 간파하고 아름답게 물러나는 것이 최선이다. 문제는 정작 내려갈 사람들이 내려갈 때를 모르고 버틴다는 데 불행이 싹트는 것이다.

이제 결론을 내자. 과거 우리 정치사에서 불법적 정권 탄생과 관계되었던 정당 및 그 후예들은 제발 깨끗이 물러나라. 차마 물러날 때를, 내려갈 때를 몰랐다고 강변해서는 안 된다. 그 정도의 시대 흐름을 읽지 못하는 이도 아닐 터이다. 유수의 대학 나오고 알만큼 알고 있는 사람들 아닌가. 이는 양심과 관계된 일이다. 이제 본인의 시대가 끝났다는 사실을 깨닫지 못하면 참으로 안타까울 뿐이다. 그나마 물러날 줄 알고 아름답게 퇴진할 줄 아는 사람이었다는 말처럼 명예로운 말이 어디 있겠는가.

퇴진 대상자들이 탄핵을 성사시키는 후진적 정치 행태가 이제는 대한민국 정치에서 사라져야 할 때 아닌가. 대한민국의 민주적 정치 발전은 아주 간단하다. 국민들을 제발 길거리로 나서지 않게 하는 것 그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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