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본부 단대 관계자와 대책회의...최근 교수실 망치질까지 ‘끙끙’

지역 최대 캠퍼스인 제주대학교 절도와 재물손괴 사건으로 골머리를 앓고 있다. 현금과 컴퓨터도 모자라 시험지까지 털리면서 대학 보안에 구멍 뚫렸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제주대는 최근 대학본부를 주관으로 각 행정실과 단과대학 관계자가 참석하는 대책회의를 열어 절도사건에 대한 대응방침을 논의하고 야간에 각 건물 출입문을 봉쇄하고 있다.

대학측의 단호한 대응은 최근들어 발생한 각종 사건사고 때문이다. 제주대 관계자 등에 따르면 지난 몇 달 간 다수의 교수 연구실에서 각종 금품이 사라지는 절도사건이 발생했다.

범인들은 교수가 퇴근한 늦은 시간대 보안·시정 장치가 제대로 되지 않은 연구실에 들어가 금품을 훔치는 수법을 이용했다.

최근에는 수의학과 학생이 지난 4월 전공시험을 앞두고 담당교수의 연구실에 몰래 침입해 시험지를 빼돌려 성적을 올린 사실이 알려져 교육부가 진상조사를 지시하기도 했다.

이 학생은 담당 교수가 연구실에 설치한 CCTV에 범행 모습이 포착돼 덜미를 잡혔다. 제주대는 김씨에 대해 유급결정을 내리고 학과를 중심으로 진상조사를 벌이고 있다

22일에는 행정학과 모 교수 연구실의 출입문이 둔기로 파손됐다는 신고가 경찰에 접수돼 조사를 이뤄지고 있다.

경찰에 따르면 22일 오후 9시께 누군가 양모 교수의 연구실 앞에 나타나 망치로 보이는 둔기로 출입문 윗부분을 내리찍고 현장에서 사라졌다. 이 모습은 CCTV에 그대로 촬영됐다.

▲ 22일 밤 9시께 제주대학교 사회과학대학 모 교수의 연구실에서 누군가 망치로 문을 부수고 사라지는 사건이 발생해 경찰이 조사를 벌이고 있다. 문이 부숴지자 학교측은 파손부위에 종이를 붙여놨다.
범인은 문을 파손했으나 연구실 안으로 진입하지는 않아 절도 등의 추가 범죄는 발생하지 않았다. 경찰은 40대 여성을 용의자를 지목하고 사실관계를 파악중이다.

앞서 경상대학에서도 김모 교수와 조모 교수의 연구실 문이 파손되는 등 해괴한 사건이 곳곳에서 발생하고 있다.

실제로 피해를 당한 한 교수는 이런 일이 한 두 건이 아니라고 말한다.

이 교수는 "작년 여름부터 도난 사건이 일어났다"며 "교수들이 보완장치를 제대로 하지 않고 가면 철저히 현금만을 노렸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모 단과대학에서는 수백만원이나 절도를 당하기도 했다"며 "경찰에 신고를 했지만 장갑을 끼는 등 치밀해 지문분석도 효과가 없었다"고 설명했다.

또 다른 교수는 "현금을 잃어버린 사람도 있고 심지어 컴퓨터를 도난당한 교수도 있다"며 "대학 내에 총비상이 걸렸다"고 밝혔다.

대학측도 절도 사실은 인정했다. 다만 정확한 피해액이나 피해횟수는 밝히지 않고 있다. 피해 교수들 역시 피해물품에 대해서는 구체적 언급을 피하고 있다.

사무국 관계자는 "지난 달 말까지 수 차례 행정실, 각 단과대학 별 관계자가 참석하는 대책회의를 열어왔다"며 "이 회의 결과 CCTV에 닿지 않는 구역에는 밤에 출입문을 잠그기로 결정했다"고 했다.

이어 "교수들이 보안 장치를 작동하지 않은 경우 피해를 당한 경우가 많았다"며 "경계심을 높이도록 홍보도 많이 해서 최근에는 도난 사고가 발생하지 않고 있다"고 했다.<제주의소리>

<문준영 기자 / 저작권자ⓒ제주의소리. 무단전재_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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