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쓴소리] 삼일도 아니고 하룻만에 백기투항 모습 '어글리'하다.

교육은 소신(=철학)을 가지고 하는 것입니다. 철학이 없으니 사학이 비리의 온상인양 부각되고 있습니다.

이번 사태만 봐도 '중앙'(?)에서 오더(order)를 받고 충동적으로 정부에 '항명'을 했다가 하룻만에 백기투항한 것은 아마도 제주도 교육사상 '치욕'으로 기록될 것입니다.

내가 배운 교육철학(민주주의와 교육) 제1장에 보면 교육은 "생활로써의 교육"입니다. 실생활에 적용되지 못하는 교육은 죽은 교육입니다. 입시준비 학원으로 전락해버린 중고등학교 교육의 현실을 직시해야 합니다. 좋은 대학으로 진학하지 못하더라도 인간이 인간답게 살아 갈 수 있는 교육이어야 한다는 말입니다.

"교육은 갱생(renewal)의 과정"입니다. '갱생'이란 바로 날로 새로워 진다는 것입니다. 옛적 선인들의 말씀에도 '온고이지신'이라고 했습니다. 역사를 가르치고 배우는 것도 바로 옛것을 거울삼아 새로워지려는 것입니다. '새로운 것(지식)들을 익히고 또 익히니 기쁘지 아니한가'는 새로운 문물을 받아들여 내것으로 만드는 기쁨을 말합니다.

그런데, 어찌된 영문인지 교육계 특히 사립학교의 운영을 좀더 개방적이고 개혁적으로 투명하게 운영하자는데, 일부 사학재단들과 일부 '정치꾼'들이 그렇게 반기(신입생 접수 거부와 국회장외 투쟁 등)를 들고 나서는 것인지 국민 대다수(특히 학부모들)와 또 교육을 받아야 할 학생들 대부분이 납득이 가질 않고 있습니다.

구태의연한 구습(관행)에 젖어서 그냥 그대로 백년을 가자는 것으로밖에 해석이 안됩니다. 그렇게 되면 고인물은 썩게 마련인 것처럼 썩게 됩니다. 외부인사(사외이사)를 영입하지 못하고 또 마지못해 영입했다고 하더라도 '왕따'시킨다면 바로 썩게 되고 죽게 되는 것입니다.

비판의 소리에 귀를 기울여야 합니다. 그리고 과감하게 개선(갱생)해 나가는 것입니다. 그것이 바로 교육의 현실입니다. 학창시절에 한 은사님으로부터 이런 질문을 받고 무척 당황한 적이 있습니다. "교육은 사회개혁을 주도하는가? 아니면 사회의 부당한 요구에 굴복하고 마는가?" 지금도 항상 '화두'로 남아 있습니다. 지금의 현실은 후자라고 봅니다. 모두 좋은 대학(소위 일류) 입학하고 졸업해서 일류 회사에 취직하는 것이 꿈이지요, 선생이나 학부모나 학생들의. 치열한 '생존경쟁'만이 부각되고 '참인간 교육'은 부재인 것이 현실이죠. 그게 바로 '시장경제'에 맡겨진 교육의 현실이지요.

정부로부터 막대한 예산을 달갑게 받아들이고 흥청망청(?) 써 온 것은 반성하지 못하고 이제 새로운 법 질서에 의해서 개혁해 보자는 것은 쌍수와 쌍족을 들고 반대하는 것은 결코 합당한 의사표현이 아닙니다.

정부보조를 딱 끊고 이제 자립하여 진정한 사립으로 나선다면 정부는 간섭을 하지 않을 것입니다.

이런 일화가 주마등처럼 스쳐갑니다.

그 유명한 다지 자동차회사인 '크라이슬러'가 베트남 전쟁이 끝남으로 인해서 슬럼프에 빠졌습니다. 위기에 직면한 크라이슬러 이사진들은 '비법처방'을 구하지 않고는 회생이 불가능하다는 것을 빨리 깨닫습니다.

그 한 처방으로 포드회사에서 사장을 지낸 리 아이아코카씨를 사장으로 영접하는 것이었습니다. 그들로부터 제안을 받은 아이아코카씨는 고민에 빠졌습니다. 집에서 애만 보고 있어도 연봉 100만 달러가 포드회사로부터 주어집니다. 단, 다른 회사로 취직하지 않아야 한다는 조건입니다.

그는 3인 가족회의(아내, 딸)를 열었습니다. 가족회의 결과 "포드의 코를 납작하게 만들어 주자"는 것이었습니다. 포드로부터의 거액의 연봉을 거부하고 크라이슬러의 새연봉인 1달러 플러스 스탁옵션을 받고 크라이슬러 사장으로 취임합니다. 크라이슬러가 살아나면 거부가 될 수 있는 것이지요. 그때 크라이슬러가 회생할 가능성은 희박했습니다.

크라이슬러에 들어가 본 아이아코카는 아연실색하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놀고먹는 이사들이 너무 많았고 어셈블리 라인 노동자들은 저임금에 일할 의욕을 상실한 '사망선고' 직전에 놓여 있었습니다.

크라이슬러 사장은 취임직후 놀고먹는 이사들을 대거 '숙청'해버리고 대신에 노동자들의 주급을 대폭 인상해 주었습니다. 바로 수혈이 시작되기엔 역부족이었습니다. 하는 수 없이 정부의 보조(loan)를 신청하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아이아코카는 이것을 대단히 수치스런 일로 여겼습니다. 그러나 다른 방도가 없어서 '극약처방'을 취한 것입니다. 정부의 돈을 받는다는 것은 '독약'을 받아 먹는 것과 같다고 했습니다. 왜냐하면, 사기업이 연방정부의 간섭을 시시콜콜 받아야 하기 때문입니다. 당시 2백억불을 빌렸던 것으로 기억합니다.

그는 2년반만에 연방정부의 부채를 갚아 버림으로써 그 수치를 극복할 수 있었다고 합니다. 10여년이 지난 후 크라이슬러는 미니 벤(가족용 승용차) 시장 점유율의 50%를 석권했습니다. 극심한 자동차업계의 경쟁에서도 살아남고 있습니다. 포드와 GM이 휘청거리고 있는데도...

그는 민주당으로부터 대통령 후보로 나서 줄 것을 권면받았지만, "나는 평생 자동차밖에 모른다"고 일체의 주문을 사양했습니다.

제주의 사학 운영자 여러분 그리고 교장선생님 여러분, 이런 '용기'와 '지혜'가 있습니까? 지금까지 받아써온 정부보조금 전액(원금+복리이자)을 환불하고 자립할 수 있어야 내 목소리를 진정으로 낼 수 있고 또 국민들도 들어주고 학생들도 들어줄 수가 있게 됩니다.

만약 그렇지 못하다면, 대의기관인 국회에서 사립학교 운영에 관한 개정된 법률을 준수하시기 바라마지 않습니다. 그리고 새로워져야 합니다. 스스로 새로워지지 못하고 관행에 사로잡힌다면, 사학은 부패하여 죽게 됩니다.

내가 제주에 돌아가서 2년 반(1997~1999년)동안 한 사학내에서 겪었던 경험은 글로 이루 다 표현할 수가 없습니다. 부당, 부정, 부패, 독선과 횡포, 횡령...훗날 다른 형태의 기록으로 남겨 두고자 합니다.

제발, 이제 날로 새로워지는 진정한 '사학'이 되고 그 장내에서 새로운 교육이 시작되길 간절히 기원합니다.
저작권자 © 제주의소리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