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8월 강정대행진 도중 뇌출혈 투병 4개월...세계서 쾌유 기원, 31일 후원주점 

 

▲ 지난해 6월 <제주의소리> 인터뷰 당시의 고길천 작가. ⓒ제주의소리DB

제주4.3과 해군기지문제를 국제적으로 이슈화 하는데 큰 역할을 한 미술가 고길천 작가의 회복을 비는 마음이 이어지고 있다.

미국 등 전세계에 4.3과 제주해군기지 문제를 적극적으로 알리던 고 작가는 지난 8월 3일 강정평화대행진 마지막 날 제주시내를 걷던 도중 뇌출혈로 쓰러져 병원으로 급히 옮겨졌다. 당시 도보 행진 중 어지럼증을 호소했고 곧 쓰러져 몸이 굳었다.  

한 때 중환자실에 있을 만큼 위급했지만 현재는 의식이 돌아와 건강을 회복하고 있다. 그러나 내년 상반기까지 집중적인 재활치료가 필요한 상태다.  

당시 고 작가가 쓰러졌다는 소식이 알려지자 마을주민과 평화활동가들은 물론 전국과 세계에서 위문 메시지가 쏟아졌다.

반전평화운동가인 브루스 개그논 '우주와 핵무기 반대 글로벌네트워크' 사무총장은 고 작가 입원 일주일 뒤 “소식을 듣고 저는 충격을 받았으며 마음이 무겁다”며 “우리는 모두 그를 위해 기도해야 한다”고 전했다. 또 제주와 시애틀 전시회에서 만났던 인연을 언급하며 “당신들은 그보다 더 친애하는 이를 결코 만나지 못할 것”이라고 무한애정을 보냈다.

미국 독립영화 감독 레지스 트렘블레이는 지난 9월말 보낸 위로편지에서 “당신의 전시장에 들어갔던 일을 결코 잊지 못할 것이다. 저는 그 전시에 압도됐고 마침내 눈 위에서 아기를 안고 기어가는 여인의 야외 조각상을 보며 매우 감동받아 눈물을 흘렸다”고 했다.

이어 “저는 당신을 친구라 부를 수 있어 자부심을 느낀다”며 “당신의 완전한 회복을 빌며 당신의 예술 작업으로 다시 돌아갈 수 있길 빈다”고 쾌유를 기원했다.

고 작가는 지난 9월 서울의 한 재활전문병원으로 옮겨져 치료를 받고 있다.

최근에는 건강을 많이 회복해 의사소통을 하는 데는 무리가 없고 걷기도 시작했다. 단거리를 걷는 데는 무리가 없는 정도다. 하지만 여전히 손이 떨려 펜이나 붓을 잡고 작품을 그리는 데 힘이 든다. 

한 강정마을 평화활동가는 “고 작가 본인이 최대한 빨리 회복해서 미완성한 강정시리즈 작품을 완성하겠다는 의지를 갖고 있다”며 “언제 완치될지는 누구도 장담할 수 없지만, 본인은 내년 상반기 까지 재활 치료에 집중하겠다는 목표를 분명히 잡고 노력하는 중”이라고 근황을 전했다.

▲ 지난해 5월 촘스키를 직접 만난 고길천 작가. ⓒ오마이뉴스 최경준 기자

 

▲ 고 작가의 최근 모습. 건강을 많이 회복했지만 여전히 집중적인 재활치료가 필요하다. ⓒ고길천

고 작가는 탐라미술인협회 회원으로 20년 가까이 4.3을 그리면서 꾸준히 사회의 어두운 현실을 고발해왔다. 특히 세계에 4.3을 알리기 위한 노력을 끊임없이 펼쳐왔다.

세계적 석학 노암 촘스키 MIT 교수와 인연을 맺게 된 것도 4.3 진상 규명운동이 계기가 됐다. 제주해군기지 건설 반대운동에 대한 지지를 끌어냈다.

10여년전 4.3을 국제적으로 알리려는 생각을 하던 중 세계적 지식인인 촘스키를 떠올렸고 영문으로 된 4.3자료를 계속 보냈다. 그렇게 3년여가 흐른 뒤 “4.3에 대해 더 자세히 알고 싶다”는 예상치 못한 답장이 왔다.

그렇게 교류를 지속하던 2011년 9월. 그는 촘스키에게 제주를 휘감은 강정의 상황을 이야기했고 촘스키는 제주 해군기지 반대운동에 대한 연대와 지지의사를 확실히 밝혀왔다.

2011년 9월 고 작가를 통해 강정 해군기지 문제를 알게 된 촘스키는 서한을 통해  “제주해군기지 건설로 평화를 위협할 매우 불길한 계획들을 전해 들어 상당히 충격적”이라며 “반대 운동을 하는 제주도민과 평화운동가들의 노력에 존경과 찬사를 보낸다”라고 격려했다.

이후 미국 언론이 강정을 보도하고 국제적인 평화운동가들이 강정문제에 관심을 나타내며 연대와 지지를 보내는 국제네트워크가 만들어지기 시작했다. 그는 세계에 강정문제를 알린 역할을 인정받아 2011년 한겨레 신문으로부터 ‘올해 주목받는 화가 12인’에 선정됐다.

이후 뉴욕대학 등 미국 대학 네 군데를 돌며 제주해군기지와 미국의 군사 패권주의를 다루는 작품을 선보이고 연단에도 올랐다.

이듬해 5월 직접 촘스키를 만나 강정의 노란 티셔츠를 선물했다. 당시 촘스키는 우근민 제주도지사에 공사중지명령을 내릴 것을 요구하고 “군사기지 건설은 한국 사회 전반에 걸쳐 부정적인 영향을 가져올 것이며, 중국을 견제하고 태평양 지역을 통제하려는 미국의 의도가 엿보이는 제주 해군기지 건설은 국제사회의 긴장을 심각하게 증가시킬 것”이라고 강하게 비판했다.

이후에도 강정마을회 기금 마련을 위한 전시회, '강정예술행동 아카이브전-제주해전' 등을 통해 전국과 해외에 해군기지 건설의 부당함을 알리는 데 앞장서왔다. 쓰러질 당시에도 강정 해군기지의 부당함을 알리는 기획 전시 작품들을 준비중이었다.  

   

그의 빠른 회복을 비는 마음을 모아 오는 31일 강정마을 일대와 의례회관에서 열리는 ‘생명평화 강정마을 기원 해맞이’에서는 고길천 화가 후원주점이 마련된다. 이 날 수익금 전액은 고 작가의 후원금으로 사용될 예정이다.

고권일 해군기지반대대책위원장은 고 작가가 해군기지 반대운동을 하다 구속 수감된 양윤모 영화평론가의 석방을 늘 기원해왔던 것을 떠올린다. 쓰러지던 달일에도 그는 ‘양윤모를 석방하라’는 플래카드를 들고 뜨거운 뙤약볕 밑에서 행진하던 중이었다.

고 위원장은 “양윤모 영화평론가와 고 작가는 죽마고우였는데, 같이 구럼비 바위를 지키자 결의를 하고 그 때부터 저희들과 함께 해 왔다. 두 분이 보여준 인간애는 우리 가슴 속에 깊이 자리잡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부디 빨리 쾌차하셔서 그리고 싶던 작품들을 빨리 완성하시기를 빌고 싶다”고 마음을 전했다.

고 작가는 30일 <제주의소리>와의 통화에서 사람들의 관심과 위로에 대해 “개인적으로 굉장히 고맙다. 그래서 빨리 쾌유를 해서 다시 작업을 할 것”이라며 “두 달 정도면 다시 제주에 내려갈 수 있을 것”이라고 재활 의지를 밝혔다. <제주의소리>

<문준영 기자 / 저작권자ⓒ제주의소리. 무단전재_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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