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한라대, 힘내라 가족회사] (7) 시각디자인업체 바나나아이디씨 문병철 대표

지역대학과 지역기업이 ‘동반성장’이라는 목표를 향해 산·학 협력체제를 한층 강화하고 있다. 산업체는 대학으로부터 우수한 글로벌 인재를 제공받고, 대학은 산업체가 요구하는 맞춤형 우수 인재를 취업시키는 상생모델로서 지역대학과 지역기업 간의 네트워크인 ‘가족회사’ 제도가 주목받는 이유다. <제주의소리>가 지난해 ‘산학협력선도전문대학 육성사업’ 전문대학으로 선정된 제주한라대학교와 업무제휴를 맺고 대학 가족회사들을 집중 소개함으로서 지역기업들의 경쟁력 제고는 물론 산학협력 선순환 환경 조성에 힘을 보태고자 한다. <편집자 주>  

▲ 문병철 바나나아이디씨 대표. ⓒ제주의소리 김태연기자

제주 출신도 아니었다. 제주에  연고도 없었다. 디자인을 전공한 것도 아니다. '간판은 그저 클수록 좋은 것', '현수막은 덤'이라는 인식이 파다했던 제주도에 도전장을 내밀었던 그는 무모하리만치 용감했다.

그러나 그는 버텼다. 다른 업체의 외주 일을 맡아오던 1인 기업에서 13명의 직원을 둔 법인으로 키워냈다. 강산도 변한다는 10년을 코앞에 둔 바나나아이디씨의 문병철 대표(44)를 만났다.

바나나아이디씨는 내부 인테리어부터 외부 광고물 디자인, 사인물, 인쇄물 등 점포 하나를 아우를 수 있는 종합적인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2005년 설립 당시만 하더라도 옥외광고와 인쇄 정도를 취급하다가 차츰 영역을 넓혀갔다.

비록 그는 디자인 전공자는 아니나 경력은 만만치 않다. 대학에서 영문학을 전공한 그는 학교를 마치고 전자회사에 취직했으나 이내 그만뒀다. 어릴 적부터 막연한 꿈이었던 '건축'이 자꾸만 눈에 밟혔던 것.

학원을 끊고 어깨 너머 배우며 혼자서 공부를 거듭한 끝애 20대 후반에 자신의 이름을 걸고 을지로에 가게를 냈다. 5~6년이 지나고 자리를 잡을 쯤 서울을 떠날 결심을 했다. 마침 제주가 눈에 띄었다. 시장 조사차 몇 차례 드나들다보니 여느 도시와 다른 가능성이 보였다. 그렇게 온 가족이 제주로 이주했다.

창업에 앞서 가장 중요한 것은 '이름'이었다. 제주에 오기 전 북한산을 오르며 머리를 굴렸다. 가장 염두에 둔 것은 한 번 듣고 잊히지 않을 만큼 인상적이면서 '디자인은 어렵다'는 사람들의 편견을 해소할 만큼 쉬운 이름.

문 대표는 "일반인들은 디자인이 자신들과 거리가 멀다고 하는데 결코 그렇지 않다. 간판 하나를 만들더라도 그 간판의 느낌에 따라 매출이 달라진다"고 설명했다. 그렇게 만들어진 이름이 '바나나애드'다. 이들의 경영 철학 역시 '쉽고 편한 디자인'이다.

▲ 문병철 바나나아이디씨 대표. ⓒ제주의소리 김태연기자

연고도 없는 제주 정착이 쉬울 리가 없었다. 제주시 이도이동 구 세무서 사거리에 사무실을 낸 것이 전략이라면 전략이었다. 유동인구가 많아서인지 금방 입소문이 났다. 다른 업체에서 외주 일이 들어오기 시작했다.

바나나아이디씨의 주 고객은 관광지나 리조트이다. 에코랜드 테마파크의 경우는 실내외 사인물과 내부 인테리어 설계 시공, 인쇄물 제작 설치까지 모두 도맡았다. 선녀와나무꾼테마공원, 김녕요트클럽, 허브동산, 트릭아트뮤지엄, 다희연, 도깨비공원 등이 이들의 작품(?)이다. 호텔이나 골프클럽, 관공서나 공공기관도 제법 고객층이 두텁다.

10년 가까이 해소되지 않는 힘든 점도 있다. '인력난'이다. 그는 "대학에서 디자인을 전공했거나 감각이 있는 인재들은 제주에 남지 않으려고 하다 보니 인력풀이 현저히 적다. 도내 대부분의 업체가 2~3인 체제로 운영되는 영세업체이다 보니 겨우 구한 인재도 1년을 버티지 못하고 그만 두는 경우가 허다하다"고 말했다.

바나나아이디씨가 한라대와 가족회사 협약을 맺은 것도 이 같은 이유에서다. 직접 청년인재들을 발굴하고자 나선 것이다. 지난 2010년부터 협약을 맺은 이들은 1년에 3명 정도 실습생을 맞아들인다. 벌써 12명이 거쳐 갔다.

▲ 문병철 바나나아이디씨 대표. ⓒ제주의소리 김태연기자

문 대표는 "실습생들이 오면 디자인보다 다른 일을 많이 시킨다. 대학에서 전공을 하고 들어와도 막상 현장에서 할 수 있는 일은 거의 없다. 학생들은 책상에 앉아서 뚝딱 해치우는 줄 알지만 실제 디자인은 외적인 부분이 훨씬 더 많다"고 설명했다.

그의 설명에 따르면 고객을 만나고 고객의 뜻에 맞게 콘셉트를 잡고 여러 차례 수정을 거쳐 최종 디자인이 고정되면 실제 제품을 만드는 것이 보통의 과정이다. 게다가 이곳에선 실제 제작된 결과물을 시공까지 하는 것까지 포함이다.

문 대표는 "컴퓨터상에서 예쁘게 보이는 게 디자인이 아니라, 똑같은 디자인이라도 두 사람이 할 수 있는 일이 있고 한 사람만 가능하게 공정을 조절할 수 있다. 그걸 알지 못하면 마진도 줄어들 수밖에 없다. 회사는 이윤을 추구하는 곳이기에 이런 부분을 항상 염두에 두어야 한다"고 설명했다.

문 대표는 "도내 다른 업체의 많은 경우가 당장 현장에 투입해야 하는데 곧바로 일을 할 수가 없다. 저희는 형편이 그나마 괜찮은 편이라 초보자를 뽑아서 가르칠 여유가 된다. 현장 직원 가운데 배우고 싶다고 해서 업무 끝나고 매일 캐드를 가르치고 있다. 하고자 한다면 얼마든지 길이 있다"고 덧붙여 설명했다.

▲ 가구 공장을 안내하고 있는 문병철 바나나아이디씨 대표. ⓒ제주의소리 김태연기자

그는 직원을 뽑을 때 학력이나 경력, 성별, 나이 전혀 따지지 않는다. "실력은 초보자나 경력자나 종이 한 장 차이다. 하지만 열정이 없으면 견디기가 힘들다"는 것이 이유다. 디자인에 열정을 가진 지역의 인재들이 바나나아이디씨에서 함께 커 가길 바랐다. 그러나 마음처럼 뚝딱 이뤄지는 일은 아니다. 서로의 눈높이가 맞지 않는 까닭이다.

문 대표는 "길게 봤으면 좋겠다. 갓 취업하고 나서 한동안은 기초체력을 쌓는 시기라고 생각하길 바란다. 학기 중이라도 업체에 드나들면서 실무자들의 이야기를 듣는다면 실전에 적응하는데 더 좋을 거라고본다"고 말했다.

마지막으로 문 대표는 "저희가 지역의 청년들을 성장하도록 뒷받침하면 결국 그 친구들이 저의 성장을 도와줄 것이기에 아낌없이 투자하려고 하려고 한다"고 강조했다. <제주의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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