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무병의 제주, 신화] (39) 삼공본풀이 5

 

▲ ⓒ문무병

1. 작은 마퉁아 나영 고찌 발 막앙 누웡자게

 

쌀밥을 모르는 아이들. 은옥미 고은 쌀을 씻어 고운 밥(곤밥)을 짓고, 세 마퉁이에게 대접을 했지만, 큰 마퉁이, 셋마퉁이는 거들떠도 보지 않았고, 작은 마퉁이만 하얀 쌀밥 한 그릇을 다 비웠다. 맛을 알았다는 것이다. 맛을 알았다는 것은 가치와 아름다음을 알았다는 것이다.

비주리 초막에 자고 들판에서 마를 캐어먹고 사는 마퉁이네의 가난한 생활을 원시농경생활이라 한다면, “나는 배또롱(배꼽) 밑의 선금(성기) 덕에 삽니다.”는 폭탄선언 때문에 소한 마리를 끌고 집을 나와 방랑을 하다가 여기, 비주리 초막을 찾아와 촌놈 마퉁이들에게 고운 은옥미 쌀밥을 차려주는 가믄장아기는 부유한 삶, 쌀밥을 먹는 농경사회의 새로운 문화생활을 가져온 것이다.

그리고 이를 지혜로운 막내 작은 마퉁이가 이러한 새로운 생활을 수용한다. 이와 같이 삼공본풀이는 3남 족은 마퉁이와 셋째딸 가믄장아기를 통해 제주문화가 막내(三子) 상속의 문화, 막내가 영리하고, 셋째 딸이 복을 받는 문화, ‘지혜로운 셋째’를 선택하는 문화임을 강조한다.

특히 삼공본풀이는 여자가 먼저 남자를 선택하고, 먼저 같이 자자고 유혹하는 적극적 성생활을 그리기도 한다. 나는 당당하게 “배또롱 밑에 있는 선그믓 덕에 사는” 여자다. “마퉁이들아. 느네 중에 아무라도 나영 눅고프민(자고싶으면) 오라. 나영 고찌 발 막앙 눕게.” 이러한 제안에 겁이 나서 첫째 마퉁이도, 둘째 마퉁이도 머뭇거린다. 가믄장아기의 속내를 알아챈 영리한 작은 마퉁이만 서른여덟 잇바디(잇몸)가 허우덩싹하게 웃으며 달려들었다.

“족은 마퉁아, 나영 고찌 발 막앙 누우난 조으냐?”(나와 같이 발 막고 자니 좋아?)하고 물으니, 작은 마퉁이는 가다렸단 듯이(어가라) 달려들어 가믄장아기의 남자가 되었다. 새 세상의 새 문을 연 남자, 복을 갖다 주는 셋째 딸 가믄장아기가 택한 행운아, 셋째가 가업을 잇는 전통을 만들어 내었던 것이다.

 

▲ ⓒ문무병

2. 눈을 뜨는 것[開眼]은 무지의 깨달음이었다. “느가 가믄장아긴댜?”

삼공본풀이는 불교의 연기 설화, 말녀발복설화[末女發福說話], 온달 설화, 서동 설화, 심청 설화, 개안 설화 등 근원 설화의 내용들을 다양하게 차용하고 있다.

앞에서 살펴보았듯이 형식상 제주설화의 독특한 3단 화법, 내용상으로는 남성 우위의 가부장적 유교적 봉건사회의 허위를 비판하고 저항하는 직업의 신 가믄장아기의 적극적인 행동을 통하여, 제주 여성의 현실주의적 세계관을 드러내고 있으나 이야기의 마지막은 거지잔치로 끝나고 장님거지가 딸을 만나 눈을 뜨는 이야기로 끝을 맺는다. 
 
가믄장아기는 부모 생각이 간절하였다. 남편과 의논하여 거지잔치를 석달 열흘 백일 동안 열기로 하였다. 잔치가 시작되자 사방에서 거지들이 모여들었으나 어머니 아버지는 나타나지 않았다. 100일이 되어 잔치를 마무리하는 날이었다. 날이 거의 저물 무렵 눈 익은 거지가 보였다. 날이 저물고 잔치가 끝날 무렵, 가믄장아기는 계집종을 시켜 이 부부 거지를 사랑방으로 모시게 했다.

통영칠반에 상다리가 부러지게 차리고 귀한 약주로 대접하였다. 가믄장 아기가 말을 걸었다. 살아온 이야기를 하라는 것이다. 두 부부 거지는 살아온 이야기를 노래하였다.

거지로 얻어먹으러 다니다 부부가 된 젊은 시절, 은장 아기, 놋장 아기, 가믄장 아기를 낳고 일약 거부가 되어 호강하던 시절, 가믄장 아기를 내쫓고 봉사가 되어 다시 거지가 된 이야기……눈물을 흘리며 듣던 가믄장아기는 “제가 가믄장아기우다. 내 술 한잔 받읍서”하자 “오오! 느가(네가) 가믄장아긴댜(감은장 아기냐)?”

부부는 깜짝 놀라 받아 든 술잔을 떨어뜨리는 순간, 눈이 번쩍 뜨이는 것이었다. 한꺼번에 세상의 이치를 다 깨닫는 순간이었다. 삼공본풀이는 결국 가난은 하늘나라에 흉년이 들었기 때문이며, 하늘 거지 윗마을 사는 강이영성이서불과 아랫마을 사는 홍은소천이 얻어 먹으로 가다 중간에 만나 딸을 셋 낳자 부자가 되었다.

딸이 복을 가져다 주었다는 것을 몰라 장님이 되었는데, 막내딸이 효성과 지혜로 눈을 떠 개명천지하는 이야기다. 가난은 왁왁한 어둠 하늘나라의 흉년과 같은 것이며, 풍요로운 세상 땅의 풍년은 어둠, 소록을 거두어 눈[開眼]을 얻는 것, 잃어버린 복둥이 잃어버린 딸을 찾는 것이다. / 문무병 시인·민속학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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