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근민-청와대 교감설 파문] 사실이면 대통령 선거관여...‘빈말’이라도 도덕적 비난 못면해  

우근민 제주지사의 새누리당 입당 과정에 박근혜 대통령의 권유가 있었다는 뉘앙스의 발언이 엄청난 후폭풍을 예고하고 있다.

우 지사 측은 문제의 발언 뒷날 우 지사가 먼저 정부와 함께하기 위해 입당을 결심한 것일 뿐 박 대통령의 권유나 교감은 없었다는 취지로 해명했으나 이 역시 거짓으로 드러나면서 파문이 확대되는 양상이다.

지난 3일 새누리당 제주도당 신년인사회 때 우 지사가 한 발언 가운데 가장 논란이 큰 대목은 다음과 같다.

“다만 박근혜 대통령께서 일을 하실 때 지방정부의 버팀목이 절대 필요하다는 얘기를 저한테 해주셨습니다. 그래서 중앙정부와 함께 제주도 발전을 위해서 우 지사가 같이 기여를 했으면 좋겠다 하는 얘기를 듣고, 의기투합했고, 이신전심으로 뜻을 모았습니다”

누가 들어도, 우 지사의 입당 과정에 박 대통령의 ‘러브콜’이 있었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우 지사는 민주당의 논평 발표 등 파문이 일자 4일 밤 <제주의소리>와 전화통화에서 “박근혜 대통령과 만난 적도 없는데 어떻게 입당을 권유하겠느냐”며 부랴부랴 진화를 시도했다. “신년인사회에서 내가 언제 박 대통령과 만났다고 했느냐”고 반문하기도 했다.

<제주의소리>는 우 지사의 입당에 박 대통령의 권유가 있었음을 우 지사의 발언을 빌어 보도했을 뿐, 둘이 만남을 가졌다고는 보도하지 않았다. 정작 중요한 것은 입당 과정에 박 대통령의 메시지가 있었느냐는 점인데도, 우 지사는 회동 여부에 집착하는 듯한 인상을 풍겼다.  

제주도는 한술 더 떴다. 실제 우지사의 발언 중 ‘지방정부’를 해명자료에서는 ‘지방자치단체장들’로 뭉뚱그리고, ‘...얘기를 저한테 해주셨습니다’, ‘...우 지사가 같이 기여를 했으면 좋겠다...’는 부분은 쏙 뺐다.

대신 “제가 정부와 함께 제주발전에 기여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고, 그래서 의기투합하고 이신전심으로 뜻을 모아 입당했다”는 취지로 말했다고 포장했다. 어떻게든 박 대통령과 선을 그으려는 모습이 역력했다.

우 지사 발언은 두 가지 점에서 메가톤급 폭발력을 지녔다고 볼 수 있다.

우선 우 지사의 입당 과정에 박 대통령의 권유나 교감이 있었다면 이는 대통령의 지방선거 관여에 해당될 수 있다. 민주당이 우 지사의 발언에 주목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경우에 따라선 대통령의 중립의무 위반 시비로 번져 지방선거 판도 자체를 뒤흔들 수 있다.

민주당은 4일 김정현 부대변인 명의의 논평에서 “만일 우근민 지사의 새누리당 입당에 청와대가 직접 관련이 있다면 이것은 지방선거를 앞두고 청와대가 선거에 직접 개입한 아주 나쁜 사례로 기록될 수 밖에 없다”고 비난했다.

그러면서 “당사자(우근민 지사)가 기왕에 대통령과 입당교감설을 밝힌 마당이니 청와대는 우근민 지사의 새누리당 입당과 무슨 관계가 있는지 상세히 밝힐 것을 촉구한다”고 압박했다.

이 대목에서 2004년 3월 노무현 전 대통령의 탄핵사태가 오버랩된다.

탄핵사유는 17대 총선을 앞두고 노 전 대통령이 여당인 열린우리당의 지지를 요청해 선거법을 어겼다는 것이다. 헌법재판소는 선거중립 의무를 위반하긴 했어도 국민 불신임을 받을 정도는 아니라며 탄핵안을 기각했으나, 헌정 사상 초유의 탄핵사태도 따지고보면 지도자의 말 한마디에서 비롯됐다.

우 지사는 부인했으나, 실제 회동이 있었는지도 따져봐야 할 대목이다. 우 지사는 지난해 11월18일 새누리당 최고위원회에서 입당이 최종 승인됐다. 이 과정에서 제주도당에서 내홍이 일어나는 등 우여곡절을 겪었다. 우 지사로서는 입당 반대 여론을 한방에 잠재울 누군가의 도움이 절실했을 수 있다. 

두 번째는 우 지사가 자신의 존재감을 부각하기 위해 있지도 않은 대통령의 얘기를 들먹였을 가능성이다. 이 또한 선거를 위해 대통령까지 끌어들였다는 비판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하지만 제주특별자치도를 이끄는 도백이, 그것도 당내 경쟁자들이 두 눈을 부릅 뜬 상황에서 빈말을 했다면 믿기 어렵다. 더구나 관선까지 도합 5번째 지사로 재임중인 우 지사는 공개 발언의 파괴력에 대해 누구보다 잘 알고 있는 터였다. 

김 부대변인은 “최고 권력자와의 입당 교감설을 새누리당 당원들이 모인 자리에서 공개적으로 자랑스럽게 떠드는 것 역시 공천장을 약속받았다고 흔드는 것과 무엇이 다른가”라며 “한마디로 요즘 국민들의 민도로 볼 때는 혀를 찰 일이고 제주도민을 우습게 아는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두 가지 중 어떤 경우든 우 지사에겐 악재 중의 악재인 셈이다. 대통령의 이름이 오르내린 상황이어서 청와대도 우 지사의 발언을 예의주시할 수 밖에 없게 됐다. <제주의소리>

<김성진 기자 / 저작권자ⓒ제주의소리. 무단전재_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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