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무병의 제주, 신화] (40) 삼공맞이(전상놀이)

 

 

▲ 전상놀이의 거지부부. ⓒ문무병

1석(席) : 길에서
하늘에 흉년이 들어 강이영성과 홍은소천이란 거지부부가 거리에서 만나 같이 살게 되었다.

[거지부부 등장]

하르방 : 호호호 할망 배고프고.
할망 : 하르방 나도 배고파. 다리도 아프고.
하르방 : 할망, 어디로 올라가는 할망이라.
할망 : 우리집은 가난허난 웃상실이 부자동네난 그디 얻어먹으레 감수다.
하르방 : 오. 아이고 게민.
할망 : 아지방은 어디로 감순.
하르방 : 알상실도 흉년들었구나.
할망 : 흉년 들고말고.
하르방 : 웃상실은 비도 안 오고
할망 : 비도 안 오고.
하르방 : 홀연 광풍이 불어서 모든 농사가 다 멸망돼부난,
할망 : 다 멸망됐구나 이. 아이고 저 하르방
하르방 : 이제 어디 얻어먹을 데도 없고. 알상실에나 가면 좀 얻어먹어지카.
할망 : 아이고, 하르방. 하르방 마씸
하르방 : 응.
할망 : 알상실도 예, 비도 안 오고. 보리도 농사가 바짝 말라버려서 막 가난하니, 난 웃상실로 뭐라도 얻어먹으러 올라가는 중이우다.


하르방 : 아이고, 경해서. 할망.
할망 : 예.
하르방 : 할망도 홀 할망(과부)이라.
할망 : 나도 홀 할망이우다.
일동 : (웃음)
하르방 : 나도 홀 아방, 홀 하르방이라.
할망 : 홀하르방. 하르방하고 나하고
하르방 : 할망하고 나하고, 오늘부터 같이 자나 하지.
할망 : (웃음)
하르방 손목잡고 같이 동리마다 마을마다 고을마다 얻어먹으레도 다니고.
하르방 : 그렇지.     
할망 : 그래도 좋읍주.
하르방 : 오. 우리 두갓이
할망 : 어.
하르방 : 나가 어이 짓엉
할망 : 어이 짓엉?
하르방 : 꼭꼭 하여
할망 : 꼭꼭 하여?
하르방 : 아기도 하나쯤 낳고
할망 : (웃음) 아기도 하나 낳아? 그럽주. 그럽시다. 아이고 우리 하르방
하르방 : 무사 할망은 자꾸 위로만 붙나?
일동 (웃음 )
하르방 : 이게 우리 살림집이요.
할망 : 이게 살 곳이요. 아이고 좋은 집에 사는구나.
하르방 : 저녁밥은 있어?
할망 : 아이고 저녁 차릴 것도 없수다.
하르방 : 먹은 걸로 하지.
할망 : 먹어도 원 먹은 거 안 닮다.
하르방 : 난 배가 부니, 할망이나 다 먹어.
할망 : 아이구 나도 배불어.
하르방 : 이젠 야간 밤이 되었으니, 이부자리나 펴.
할망 : 펴? 예. 폈수다.
하르방 : 폈어. 

할망 : 하르방이랑 여기 누워 잘 곳이니.
하르방  한 베개 놓았나?
할망 : 한 베개 해서 누려우?
하르방 : 어, 아이구. 꼭꼭. 꼭꼭. 그래 할망은 꼭꼭하까  아이구 이젠 밥상도 물려가고
할망 : 밥상도 물려가고
하르방 : 어째서
일동 : (웃음 )
할망 : 옷엔 풀내가 나고.
하르방 : 풀내가 나고
할망 : 장엔 장칼내가 나고
하르방 : 장칼내가 나고
할망 : 물엔 물내가 나고
하르방 : 아이고, 이거 아기 배었구나!
일동 : (웃음)
하르방 : 한달 두달 석달 열달 강알(사타구니) 차네.
할망 : 강알 참져.
하르방 : 아이구 배야- 아이구 아이구 아이구 (할망도 산모의 고통을 울부짖는다.)
일동 : (웃음)  아기 낳는 시늉, 응아응아 아기울음 소리.
하르방 : 할망, 딸이여.
할망 : 딸아기. 하르방 이 큰딸아기 이름이나 지어 봅주.
하르방 : 그러지.
할망 : 뭐라 지으면 될꼬?
하르방 : 보아하니 이름 가남도 없고, 돈도 없고.
할망 : 돈도 없고.
하르방 : 그럼 은장아기라 지어.
할망 : 은장아기
하르방 : 또 꼭꼭 해보세.
할망 : 어, 또 꼭꼭 해봅주.
일동 : (웃음)

하르방 : 아이고. 열달 가망찼네. 할망.
할망 : 아이고.
하르방 : 이젠 아들 날걸세.
소무 : 응액 응액(아기 우는소리 흉내 낸다)
하르방 : 아이고. 아이고. 뭣인고.
할망 : 뭐야 이건.
하르방 : 아이고. 또 벨라졌저.
일동 : (웃음)
할망 : 하르방 그럼 두 번째 낳은 건 뭐라 이름 짓겠오.
하르방 : 아이고 뭐라 지어. 놋장아기라 짓지.
할망 : 놋장아기?
하르방 : 응. 밴 고파도 꼭꼭은 잘 해서. 꼭꼭꼭 했오.
일동 : (웃음)
하르방 : 또 열달 살아 낳았오.
소무(관객) : 아이구 배야(할망 발악하듯이). 응액 응액(관객)
하르방 : (본다) 아이구 아이구 아이구. 아이구 집안 망해버렸네.
일동 : (웃음)
하르방 : 그러니 또 벨라진 거.

할망 : 작은딸은 무어라 이름을 짓겠오?
하르방 : 가믄장아기
할망 : 가믄장아기.
하르방 : 이젠 자랑자랑 웡이자랑.
하르방 : 누구 덕으로 탄생을 하고.
은장아기 : 예
하르방 : 이제까지 누구 덕으로 행동발신을 하는 줄 알겠느냐?
은장아기 : 예. 아옵니다.
하르방 : 누구 덕인 줄 알겠느냐?
은장아기 : 하늘님의 덕입네다.
하르방 : 오냐
은장아기 : 지하님의 덕입네다.
하르방 : 오냐
은장아기  부모님의 덕으로 삽니다.
하르방  어따 내 딸 적실하다. 네방으로 나고가라. 이번이랑 우리 셋딸아기 불러보지. 셋딸아가-
놋장아기 : 예.
할망 : 셋딸애긴 놋장애기.
하르방 : 셋딸아.
놋장아기 : 예
하르방 : 너 이년 이리 와 봐라. 네년은 인간에 탄생할 때, (놋장아기 파마한 머리를 보고) 너 어째서 신식년으로 변해버렸느냐. 어째서 머린 파마하고?
일동 : (웃음)
하르방 : 바람났구나. 이놈의 자식. 인간에 탄생을 할 땐 누구 덕으로 탄생을 하고, 옛날부터 사람이 누구덕으로 행동을 한 줄 알겠느냐.
놋장아기 : 하느님 덕입니다. 지하님도 덕입니다.
하르방 : 오냐.
놋장아기 : 아버님 어머님 은덕으로 살았습니다. 
하르방 : 아이고, 너 셋딸아기도 적실하다. 네방으로 들어가거라.
할망 : 이제랑 작은딸아기.
하르방 : 우리 막둥이,  잘 낳았으니 부자로 살았지. 가믄장아기야
가믄장아기 : 야. ......

 

▲ ⓒ문무병

하르방 : 너 이리 와 봐라. 아이구 반질 반질 반질. 우리 작은 아가
이년도 구지베니(연지) 죄끔 발랐구나.(웃음)   너 인간에 탄생할 때, 누구 덕으로 탄생하고,
이제까지 크기는 누구 덕으로 큰 줄 알겠느냐?
기믄장아기  하나님 지하님도 덕이고, 부모님도 덕으로도 살았지만,
  나 뱃또롱 아래 선그믓(배꼽 밑에 선금)이 덕으로 살았습니다.
하르방 : 에이 이년, 나가라. 이년(때리려 한다).
소무 : 어서 도망 가.
하르방 : 아이고, 그래도 작은 년은 이년 이제까지 할망하고 나하고
동녕바치질(동냥질) 하며 벌언 먹이다 보니,    이년은 제 배또롱 아래 선그믓 덕이라 하는구나.
이년 내쫓고보니 그래도 아기가 잠자고프면 안으로 기는 법.
할망 : 저 은장아가-
하르방 : 놋장아가-
은장아가 : 예
놋장아기 : 예
하르방 : 여기 앉거라. 너의 작은 동생이 아버님이 어떻게 해서 장성하게 된         덕이냐. 하고 물으니 하나님 덕이요 지하님 덕이요 내 뱃또롱 아래 무슨 금?
관객 : 선(線)그믓
하르방 : 선그믓? 이건 잘도 났다. 그래서  먼 문밖으로 내쫓아 버렸는데.   오죽 울며 가며 배고프며 가겠느냐. 저기 보리밥이라고 갔다 말아, 너희들 바깥으로 가서 먹여 보내거라.
은장아기 : 예.
놋장아기 : 예
하르방 : 오냐

하르방 : 큰년도 셋년도 다 어디 갔나? 할망. 우리 아이들이나 찾아봅시다.
        (찾다가 둘이 부딪힌다)
할망 : 아이고 캄캄. 하르방 어디 있수가.
하르방 : 나 있는 데 있소만 앞이 안 보여.
할망 : (한숨 쉬며) 딸이나 찾으러 문지방을 넘다가
하르방 : (한숨 쉬며) 죄받아 문에 걸려 넘어지고
할망 : 천지혼합 왁왁 눈은 멀어 봉사되고
하르방 : 앉아만 살다보니. 전부 망해부렀구나.
할망 : 우린 망했소. 이거 짚어 이.
하르방 : 짚어서, 가지(힘없이 퇴장한다)  / 문무병 시인·민속학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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