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점] JDC, SJA 건립방식 놓고 고심...출혈 큰 ‘임대형 민자사업’ 약속 때문에 속앓이  

JDC(제주국제자유도시개발센터)가 제주영어교육도시 세 번째 사립 국제학교가 될 세인트 존스베리 아카데미 제주(St. Johnsbury Academy Jeju)의 건립 방식과 개교 시기를 두고 고심에 빠졌다.

미국 본교(SJA)와 국제학교 설립.운영에 관한 본계약을 체결하고, 설계업체까지 선정했지만 이미 개교한 NLCS제주와 브랭섬홀아시아(BHA)의 건립 방식을 따르자니 재정부담이 만만치 않고, 마냥 건립을 늦추거나 건립 방식을 바꾸자니 대외 공신력이 떨어질 수 있어 속앓이를 하고 있다. 

▲ 2012년 11월30일(한국시간) 미국 세인트 존스베리에 있는 세인트 존스베리 아카데미와 JDC의 본 계약 체결식. 당시 김선우 환경.경제부지사(앞줄 오른쪽에서 세번째)와 변정일 JDC 이사장(네번째)이 달려갈 정도로 제주에서는 이 학교 유치에 대단한 애정을 쏟았다. <제주의소리 DB>
JDC에 따르면 2011년 개교한 NLCS제주와 2012년 10월 문을 연 BHA는 모두 BLT(Build Lease Transfer), 즉 임대형 민자사업으로 지어졌다. 은행 채권단 모임인 대주단이 자기부담으로 건물을 지어 JDC에 빌려(리스)주되 대주단은 20년동안(거치 기간 2년 제외) JDC로부터 원금과 이자를 해마다 챙기는 방식이다. 20년 후에는 JDC에 기부채납된다. 따라서 현재 두 학교의 소유주는 대주단이다.

정확하게는 JDC가 국제학교 운영을 위해 100% 출자한 자회사 ㈜해울이 빚을 졌고, JDC는 해울의 보증채무자로 돼 있다. 해울이 두 손을 들게 되면 JDC가 빚을 떠안는 구조다. 현재 해울은 막대한 채무로 자본이 잠식된 상태.

두 학교는 건축비로만 각각 1311억원, 1242억원이 들었다. 해울이 부담하는 금리는 학교 마다 다르지만 연 평균 5.5%에서 6% 사이로 알려졌다. 대주단에 수익을 보장해줘야 하고, 한 단계(해울)를 더 거치다 보니 시중금리 보다 비싸졌다.   

# BLT 방식, ‘직접 건립’ 때보다 수백억 더 들어...회계처리 변화로 JDC에 ‘짐’

이로인해 BLT 방식은 JDC가 직접 건립할 때 보다 비용(20년 동안 총 부담액)이 300억원 가량 더 들어갈 것으로 추산됐다.  

그럼에도 JDC가 BLT 방식을 선택한 것은 당시로서는 최선이라는 판단 때문이다. 차입 주체가 주식회사(해울)여서 회계상으로는 국가공기업(JDC)의 채무로 잡히지 않는데다, 재무건전성과 관련해 타박을 받을 일도 없겠다 싶었다.

하지만 곧바로 사정이 달라졌다. 전 세계적으로 연결재무제표가 의무화되면서 해울의 빚이 고스란히 JDC의 채무로 잡히고 만 것이다. 이에따라 수치상으로 JDC의 재무건전성이 급격히 악화됐고, 툭하면 정부나 국회로부터 쓴소리를 들어야 했다.

연결재무제표는 2개 이상의 회사가 지배.종속 관계에 있을 때 이들 복수기업집단을 단일 조직체로 간주해 작성하는 재무제표를 말한다.

돈은 돈대로 더 쏟아붓고도 좋은 평가를 듣지 못하게 된 게 JDC가 고심하는 배경이다.

문제는 2012년 11월30일 SJA와 본 계약을 체결하면서 BLT 방식에 합의하고, 개교 시점도 2015년 9월로 잡았다는 점이다. 지난해 5월에는 설계업체도 선정했다.

그 후 개교 시점을 1년 연기(2016년 개교)하기로 합의했으나, 이마저도 불투명한 상황에 놓였다.

   
김한욱 JDC 이사장은 14일 신년 브리핑에서 미국 국제학교 SJA에 대한 운영방식과 개교 시기 등을 전반적으로 재검토하겠다고 밝혔다. <제주의소리 DB>
SJA 유치 당시 JDC는 미국 국제학교의 제주 진출에 상당한 의미를 부여하며 흥분을 감추지 못했다. 국내 학부모들이 영어권 국가 중에서도 영국(NLCS)이나 캐나다(브랭섬홀) 보다는 미국 학교를 더 선호하는데다, 제주영어교육도시로서도 영어권 주요 국가의 명문학교가 모두 둥지를 틀게 돼 명실상부한 국제적 교육도시로서 면모를 갖출 수 있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유치 과정도 가장 험난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본 계약 체결 당시 JDC 이사장 뿐만 아니라 제주도 부지사까지 미국 버몬트 주 세인트 존스베리로 날아갈 정도였다.

JDC는 지난 14일 신년 사업구상을 밝히면서 2016년 개교 예정인 SJA 제주의 운영방식 및 개교 시기 등을 전반적으로 재검토하겠다고 선언했다.

# 개교 늦추거나 건립방식 바꾸면 공신력 저하 불보듯...짐 쌀 수도?

JDC가 만지작거리는 경우의 수는 대략 3~4가지. 약속대로 BLT 방식으로 가되 개교 시기만 늦추는 방안, BLT와 섞어서 JDC가 일부를 직접 투자하는 방안, 아니면 JDC가 건립 비용 전부를 대는 방안 등이다.

가장 효율적이면서 채무 부담을 줄일 수 있는 방안이 뭔지 전문가 자문을 구하기로 했다.

어떤 경우든 JDC로선 부담이다. 그러잖아도 개교 시기를 1년 늦춘 판에 공신력이 더 떨어질 수 있고, 어렵사리 유치한 미국 본교가 아예 짐을 싸는 상황도 배제할 수 없다.    

JDC 관계자는 “합의대로 가도 그만이지만, JDC로선 재무건전성을 생각하지 않을 수 없다”며 “어떻게든 출혈을 줄여보려는 자구노력 차원의 몸부림으로 봐달라”고 이해를 구했다.

1842년 설립된 SJA는 미국 동부 뉴잉글랜드 지역의 상위권 명문 사학이다. 

JDC는 올해 순수 민간투자 방식의 2단계 국제학교 유치계획도 수립할 예정이다. 가급적 재정지출을 피하겠다는 뜻이지만, ‘순수 민간투자 방식’의 구체적인 내용은 백지상태다.

지금은 해울이 건물을 지어주는 것은 물론 인건비.운영비를 대고, 심지어 막대한 로열티까지 해외 본교에 지급하고 있다.

제주영어교육도시 조성계획 상 국제학교는 총 8개를 유치하는 것으로 돼 있다. 공립 국제학교(KIS 제주)까지 3개 학교가 들어섰으므로 앞으로 5개 학교(SJA제주 포함)가 남아있다.    

그러나 순수 민간투자 방식은 과실송금 문제와 맞닿아 있다. JDC 내부에선 “땅도 건물도 (민간이)알아서 하라면서 과실송금을 억제하면 누가 제주영어교육도시에 국제학교를 세우려 하겠느냐”는 의견이 많다.

이 때문에 JDC는 중앙부처와 정치권에 과실송금 허용을 줄곧 요구해 왔으나, 야당의 반발로 여의치 않은 상황이다. <제주의소리>

<김성진 기자 / 저작권자ⓒ제주의소리. 무단전재_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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