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상단 왼쪽부터 시계방향으로 염홍철 대전시장, 김완주 전북도지사, 김범일 대구시장, 김문수 경기도지사, 신구범 전 제주도지사, 우근민 제주도지사.
재도전 가능한 4명, '새로운 리더십' 내걸고 용퇴...당 안팎 '물갈이론' 확산 주목

재도전이 가능한데도 불출마를 선언하는 시.도지사가 늘어나면서 이미 출마를 선언했거나 출마를 노리는 신구범 전 제주지사와 우근민 지사에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다.

특히 불출마를 밝힌 단체장들은 이구동성으로 '새로운 리더십'의 필요성을 강조하고 나서 관선 포함 각각 2번, 5번씩 지사를 지낸 신 전 지사와 우 지사로선 상당한 정치적 압박을 받을 전망이다.

지금까지 재도전이 가능한데도 불출마 의사를 밝힌 현역 시.도지사는 새누리당 소속 3명, 민주당 소속 1명 등 모두 4명이다.

염홍철 대전시장이 일찌감치 지난해 8월 불출마를 선언했고, 김완주 전북지사와 김범일 대구시장도 새해 들어 지방선거에 나서지 않겠다고 밝혔다.  김문수 경기지사도 3선 도전을 포기했다.

이들의 불출마 이유를 들어보면 '할 만큼 했기 때문에 더이상 자리에 연연하지 않겠다'는 뜻으로 정리할 수 있다.

김범일 대구시장(64)은 1월17일 기자회견에서 "단체장 임기 12년은 너무 긴 것 같다"며 "비전과 열정을 가진 새로운 리더십이 필요한 때라고 판단했다"고 밝혔다. 

염홍철 대전시장(70)은 지난해 불출마 선언 당시 "관선 시장 한번, 민선 시장 두번을 해봤는데 또다시 선출직 시장에 도전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오래전부터 생각해왔다"고 말했다.

염 시장은 "저는 2010년 7월 민선 5기 시장에 취임하면서 이번이 마지막 임기라고 결심했다"면서 "대전 발전을 위해 훌륭한 인재가 많이 나서기를 바란다"고 당부했다.

2010년 지방선거 당시 이번이 마지막 도전임을 암시한 우 지사의 발언과 묘하게 오버랩된다. 

1월3일 불출마를 선언한 김완주 전북지사(67)는 "자리를 비켜줌으로써 전북의 새로운 변화를 이끌어내는 작은 밀알이 되고 싶다"고 밝혔다.

김완주 지사는 고창군수, 남원시장을 거쳐 1998년 7월1일부터 2006년 3월10일까지 전주시장을 두 번 지냈다. 2006년 7월1일부터 현재까지 도지사를 하고 있다.

김문수 시장(63) 역시 1월14일 "단체장 임기는 8년이 충분한 것 같다"고 말했다.

시.도지사들의 불출마 배경에는 여러가지 복잡한 셈법이 작용했을 수 있으나 현직의 프리미엄을 과감히 내려 놓았다는 점에서 공통적으로 '용단'이라는 찬사가 뒤따랐다.

당 안팎에서 지역민심과 결부해 '물갈이론'이 확산되고 있다는 방증으로도 볼 수 있다. 

당장 불똥은 김관용 경북지사로 튀는 모습이다. 시.도지사 중 유일한 3선 도전자가 된 김 지사는 적잖은 부담을 안게 됐다. 결국 19일 "시기를 봐서 출마 선언을 하겠다"며 입장을 유보했다.

3선 연임 제한 규정에 따라 재도전을 못하게된 시.도지사들도 있다. 허남식 부산시장과 박맹우 울산시장, 박준영 전남지사가 이 경우다.

반대로 이번 지방선거에 재도전할 것으로 예상되는 시.도지사는 10명이다. 민주당은 박원순 서울시장, 송영길 인천시장, 강운태 광주시장, 이시종 충북지사, 안희정 충남지사, 최문순 강원지사 등 6명이다.

새누리당은 유한식 세종시장, 김관용 경북지사, 홍준표 경남지사, 우근민 제주지사 4명이다.

지방선거가 다가오자 중앙 언론들은 전, 현직 제주지사들의 잇단 당적변경에 비판을 가하고 있다. 우 지사와 신 전 지사의 화려한 정치적 행보가 따가운 시선의 배경이 된 모습이다.

▲ 종합편성채널 MBN이 전.현직 제주지사들의 잇단 당적변경을 비판한 18일자 보도.
종합편성채널 MBN은 18일자 <'당적 변경'은 제주지사의 요건? 셋이 합해 19번> 보도에서 신 전 지사의 새정치추진위원회 합류 선언으로 전.현직 제주지사들의 잦은 당적 변경이 입방아에 오르고 있다고 밝혔다.

MBN은 신구범, 우근민, 김태환 전.현 지사 3명을 제주 정치를 이끄는 '빅3'로 꼽고 이들이 19년간 무려 19번이나 당적을 옮겼다고 소개했다.

그러면서 "이번 선거에서 공천에 반발해 이들의 전철을 밟는 정치인이 또 나올까 하는 우려 때문에 선거 승리에만 집착해 손바닥 뒤집듯 당을 옮기는 이들의 행태가 부각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MBN은 1998년 새정치국민회의 당내 경선에서 격돌, 우 지사가 승리하자 신 전 지사가 탈당한 사실도 다뤘다.

이와관련 신 전 지사는 지난17일 안철수 신당 참여를 선언하는 자리에서 '1998년 당내 경선 불복'은 정치적 과오였다며 "시스템이 문제가 있든 없든 경선에 참여했으면 승복했어야 했다"고 반성했다.

반면 "정당을 옮기면 마치 문제가 있는 것처럼 생각하는데 자신의 정치적 가치.이념을 실현하기 위해 그에 합당한 정치결사체를 찾아가는 것은 당연한 생리"라며 "양지만 쫓는 철새와는 다르다"고 항변했다.

안철수 신당은 '양지'가 아니라는 얘기다. 당적을 바꿀 때마다 집권여당을 선택한 우 지사를 우회적으로 비판한 것으로 해석된다.

'빅3' 중 김태환 전 지사는 이미 불출마를 선언한 상태다. 신 전 지사가 안철수 신당 주자로 최종 선택될 지도 미지수다. 안철수 신당의 제주지역 구심체인 제주내일포럼이 출범 당시 '제주판 3김 동반퇴진론'을 내걸었기 때문이다.

더불어 다선 지사를 겨냥한 변화의 요구가 지지율에서 고전하고 있는 우 지사의 행보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주목된다. <제주의소리>

<김정호 기자 / 저작권자ⓒ제주의소리. 무단전재_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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