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주)부영주택은 1월29일자 ‘임원 변동’ 공시를 통해 강시우 전 제주도 도시디자인본부장을 대표이사로 등재한 사실을 대외에 알렸다. ⓒ제주의소리
강시우 전 본부장 등 6명 사장급 수혈..."해결사" vs "지나치면 독" 명암 

부영그룹이 제주도 고위 공직자 출신 영입에 열을 올리고 있다.

(주)부영주택은 1월29일자 ‘임원 변동’ 공시를 통해 강시우 전 제주도 도시디자인본부장을 대표이사로 등재한 사실을 대외에 알렸다.

제주 공직사회 기술직의 최고봉인 도시디자인본부장에 올랐던 강시우 전 본부장은 2011년 6월 돌연 “후배 공직자들에게 아름다운 모습을 보이고 싶다”며 명예 퇴직했다. 기술직 공무원들 사이의 후배들을 위한 ‘아름다운 용퇴’는 이제 전통(?)으로 자리 잡았을 정도다.

그런 그가 명예퇴직 후 3년만에 대기업 임원으로 화려하게 복귀한 셈이다.

제주도 출신 고위공직자들의 부영行은 낯설지 않다. 주로 기술직 출신들을 중용했다. 이는 제주지역 개발 사업에 깊숙이 관여하고 있는 그룹 사정과 무관치 않다.

지난 2007년에는 당시 제주공직사회 기술직들 사이에서 정신적 지주 역할을 하던 조여진(전 제주도 환경도시국장)·양팔진(전 제주도 광역수자원관리본부장) 두 전직 국장을 사장으로 영입한 바 있다.

당시 둘은 골프장과 호텔·콘도 건설사업 등 제주 개발 사업을 총괄했다. 조 전 국장은 이후 제주도 감사위원에 선임되면서 부영과 결별했지만, 양 전 국장은 부영그룹 계열사인 남광건설산업(주) 대표로 자리를 옮겨 부영과의 인연을 이어갔다.

양 전 국장은 2012년 조 전 국장의 뒤를 이어 제주도 감사위원으로 발탁되기도 했다.

기술직 출신뿐 아니라 일반직 중에서도 부영과 연을 맺은 고위공위자들이 여럿 된다.

공직사회의 꽃인 기획관리실장을 지낸 홍원영씨는 2010년 퇴임 후 부영CC 대표이사로 부영 가족이 됐다. 이후 부영그룹 계열사인 남광건설산업, 남광개발 경영을 맡다가 지난 2012년 6월 모든 직책을 내려놓고 자연인으로 돌아왔다.

제주도교육청 국장을 지낸 정동진씨는 지난 2005년 남광건설산업(주) 사장에 발탁된 데 이어 부영CC 대표이사로 재직하며 부영그룹의 제주 개발사업이 연착륙하는데 큰 힘을 썼다.

가장 최근까지 부영과 연을 이어가고 있는 고위공직자 출신으로는 고용삼 전 문화관광스포츠국장이 있다.

앵커호텔 인수 과정에서 제주앵커호텔 대표이사로 나서 큰 역할을 했고, 이후에 그룹 계열사인 남광건설산업(주)으로 자리를 옮겨 연을 이어가고 있다.

이처럼 부영그룹이 고위공직자 출신들을 잇따라 영입하는 데는 이해관계가 맞아떨어지기 때문이다. 제주지역 경제 환경이 워낙 행정에 대한 의존도가 높기 때문에 고위공직자 출신들에게 일종의 ‘해결사’ 역할을 주고 있는 것이다.

업계의 시각도 이와 별반 다르지 않다. 잇단 고위 공직자 출신 영입에 대해 “행정의 로비 창구나 방패막이를 위한 것 아니겠느냐”는 말을 스스럼없이 한다.

실제 세계적인 건축가 리카르도 레고레타의 작품 보존 요구를 외면해 비난 여론에 휩싸였던 부영측은 추진하는 사업마다 투자진흥지구로 지정받아 ‘특혜’ 의혹의 중심에 서왔다.

제주도 감사위원회조차 제주컨벤션센터 앵커호텔인 부영호텔의 설계변경 등 적정성 여부에 대한 조사를 벌인 뒤 솜방망이 처분을 내놔 지나치게 부영 측을 의식한 것 아니냐는 빈축을 사기도 했다. 당시 공직 안팎에서는 부영의 녹을 먹었던 모 감사위원의 역할이 컸다는 얘기가 파다했다.

부영 측에서는 고위공직자 출신 영입이 ‘양날의 칼’이 될 수도 있다. 일을 쉽게 처리할 수는 있지만 도가 지나칠 경우 ‘특혜’ 의혹을 더 키울 수 있다.

사기업은 냉혹하다. 실적을 내지 못하면 바로 ‘아웃’이다. 철밥통 공직에서 퇴직한 고위공직자 출신들이 적자생존, 약육강식이 판치는 민간영역에서 얼마나 많은 역량을 발휘할 지 주목된다.<제주의소리>

<좌용철 기자 / 저작권자ⓒ제주의소리. 무단전재_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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