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외국인 카지노요건 완화 '부실 외자' 유입 우려...'한국형 복합리조트' 주목

   
정부가 외국인의 국내 카지노 투자 요건을 사실상 완화하기로 해 제주에서도 빗장이 풀릴지 주목된다. 

정부는 3일 청와대에서 박근혜 대통령 주재로 제2차 관광진흥확대회의를 열고 복합리조트(IR)의 외국인 투자자 자격요건을 완화하는 내용 등이 담긴 관광진흥책을 발표했다.

관광진흥책은 제도개선이 필요한 28개 과제 등 61개 추진과제로 짜여졌다.

정부는 그동안 카지노를 포함한 복합리조트에 투자하는 외국인에 대해 ‘투자 적격(BBB등급 이상) 이상’의 신용등급 기준을 적용해왔으나 이번 조치로 이르면 올 하반기부터 이 기준이 폐지돼 신용등급이 미달하더라도 종합적인 자금조달 능력이 있는 것으로 판단되면 허용될 전망이다.

이럴 경우 외국인의 국내 카지노 진출 벽이 낮아지게 되나 검증이 덜 된 외국자본의 유입 가능성에 따른 논란이 예상된다.

외국계 카지노는 2012년부터 인천 영종도를 중심으로 한국 상륙을 꾸준히 타진해왔다.

영종도에서만 외국계 3곳을 포함해 4~5개 업체가 거론되고 있으며, 중국계 인도네시아 개발 업체인 리포와 미국 시저스엔터테인먼트의 합작회사인 LOCZ가 가장 적극적인 것으로 알려졌다. LOCZ는 지난해 6월 심사에서 문화체육관광부로부터 부적합 판정을 받자 그해 12월 재심사를 청구한 상태.

또 일본계 유니버설엔터테인먼트는 한국토지주택공사(LH)와 손을 잡는 방식으로 영종도에서 카지노 허가 절차를 준비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유니버설도 지난해 심사에서 부적합 판정을 받았다.

업계 일각에선 공모제 도입을 골자로 하는 경제자유구역법 개정이 가시화되고 있는 상황에서 공모제로 바뀌기 전에 기존 사전심사제를 통해 손쉽게 허가를 받아보려는 의도가 아닌지 의심하고 있다.  

이밖에 라스베이거스샌즈, 엠지엠(MGM), 윈(Wynn) 등도 한국 진출에 관심을 갖고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일부 외국계 기업의 경우 궁극적으로 내국인카지노 허용을 조건으로 내세우는 것으로 알려져 우려가 일고 있다.

지자체도 카지노 유치에 적극적이다. 전북 새만금 지구, 경기도 화성 유니버설스튜디오 추진 부지, 충북 오송 경제자유구역, 제주국제컨벤션센터 등이 카지노 유치를 검토하거나 추진중이다. 제주국제컨벤션센터는 지난해 11월8일 이사회에서 수익사업 모델로 외국인 카지노 유치를 결의했다.

외국 자본의 한국 진출 추진은 무엇보다 ‘카지노 큰 손’인 중국인 관광객 유치가 용이하다는 판단 때문으로 풀이된다.

제주에 진출한 중국(계) 자본들도 상당수가 카지노 설립에 눈독을 들이고 있다.

제주도는 공식적으로 부인하고 있지만 제주시 이호유원지, 연동 쌍둥이빌딩, 서귀포시 예래동 휴양형 주거단지, 대정읍 신화역사공원 투자 업체들이 카지노 설치를 타진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전국 외국인카지노 16개 중 8개가 제주에 몰려있는 상황에서 외국인에까지 문호가 개방될 경우 업체간 과당경쟁에 따른 부작용과 함께 중국자본의 무차별적인 공습으로 이어질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제주도는 미화 5억달러 이상 투자하거나, 외국인관광객이 30만명 이상 증가할 경우 도지사 명의로 신규 카지노 허가를 내줄 수 있게 됐다.

이날 발표된 관광진흥책에는 복합리조트 조성 기반을 마련하기 위해 연내 한국형 복합리조트 모델을 개발하는 계획도 포함됐다.

제2차 제주국제자유도시 종합계획(2012~2021년)에 담긴 12대 전략사업 중 핵심인 ‘랜드마크적 복합리조트’ 건립이 탄력을 받을지 주목된다.

제2차 종합계획에 들어있는 랜드마크적 복합리조트의 내용은 컨벤션센터, 대규모 숙박시설, 엔터테인먼트 시설, 문화시설 등 집객(集客) 효과가 높은 다양한 시설을 민간 주도 사업으로 2조3000억원을 들여서 2021년까지 설치하는 것이다. 

한국형 복합리조트는 지난해 7월 대통령 주재 1차 관광진흥확대회의 때도 언급됐다. 당시 정부는 동북아 최고의 집객효과를 갖춘 시설이 필요하다며 복합리조트 육성계획을 발표했다.

이와관련 우근민 지사는 지난 1월2일 관광객 2000만명 유치 방안의 하나로 '테마파크의 원조'인 디즈니랜드를 언급해 랜드마크적 복합리조트의 콘셉트를 디즈니랜드로 잡은게 아니냐는 관측을 낳았다.

정부는 이와함께 국내 관광을 활성화하고자 봄.가을에 ‘관광주간’을 신설하고 이 기간 초.중.고교도 재량 휴업으로 단기방학 효과를 내도록 유도하기로 했다.

관광주간은 5월1일부터 11일까지, 9월25일부터 10월5일까지 총 22일로 정해졌다. ‘관광 1번지’ 제주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관심이다.

정부는 아울러 도시의 관광경쟁력 제고와 지역관광 활성화를 위해 올해부터 매년 전국 기초자치단체 3곳을 ‘올해의 관광도시’로 선정해 각 지자체에 3년간 최대 25억원을 지원할 방침이다.

이밖에 중국 관광객 수용태세 개선을 위해 서울.제주 관광안내소 59곳에 중국어 통역관광안내원을 배치하고, 크루즈관광 활성화 차원에서 제주 민군복합형관광미항(제주해군기지, 15만톤급 2선석) 등 10만톤급 이상 전용부두 4곳을 2015년까지 확충할 계획이다.

종합병원 부지 내 의료관광객을 위한 숙박시설 설치 허용, 72시간 환승관광 무사증입국 적용 공항의 지방공항(양양.청주) 확대를 통한 지역관광 벨트화(강원-제주, 청주-제주)도 추진한다.
 
지난해 7월 1차회의가 외국인 관광객 유치에 주력했다면 이번 회의는 내국인의 국내관광 활성화에 초점을 맞췄다. <제주의소리>

<김성진 기자 / 저작권자ⓒ제주의소리. 무단전재_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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