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일부터 제주도지사와 제주도교육감 선거 출마 예비후보자 등록이 시작되면서 사실상 6.4지방선거전이 시작됐다. 하지만 제주도지사 선거는 한치 앞도 내다볼 수 없는 ‘시계제로’ 상태다. 최종 대진표가 나오려면 갈 길이 멀다. 중앙당의 선거전략, 후보간 합종연횡 등 선거판을 뒤흔들 변수는 아직도 많다. 남은 변수들을 정리해본다. [편집자 주]

   

[6.4지방선거 스타트] <1> 우근민 변수, 4년 전 ‘불출마’ 약속 유효한가?

   
민선 6기 제주도정을 이끌겠다고 나선 제주도지사 후보군이 윤곽을 드러냈다.

지금까지 출사표를 던졌거나, 출마가 확실시 되는 후보는 새누리당 4명, 민주당 3명, 안철수 신당 3명 등 10명 정도다.

새누리당에서는 김경택 전 제주도 정무부지사(59)와 김방훈 전 제주시장(60), 양원찬 재외제주도민회총연합회장(64)이 출마선언을 했다. 아직 출마 여부에 대해 입을 굳게 닫고 있지만 최근 행보로 봐서는 우근민 지사(72)의 출마는 기정사실로 굳어지는 분위기다.

민주당에서는 고희범 전 제주도당 위원장(61)과 김우남 국회의원(59)이 지난달 공식 출마선언을 했다. 박희수 제주도의회 의장(53)도 오는 22일 출판기념회를 갖고 본격적인 선거전에 뛰어들 참이다.

가칭 ‘안철수 신당’에서는 신구범 전 제주지사(72)와 강상주 전 서귀포시장(60)이 출마를 선언했고, 최근에는 박진우 세계치유의섬추진위원장(50)도 후보군에 가세했다.

후보들이 난립하고 있지만 6월4일 치러지는 본선에 진출할 주자는 3명 정도로 압축될 것이란 전망이 우세하다. 이는 새누리당-민주당-안철수 신당 후보가 ‘빅3’ 구도를 만들 것이란 전제에서 비롯된다.

그렇지만 이러한 예상이 보기 좋게 엇나갈 수도 있다. 첫 번째 변수가 우근민 지사다.

우근민 지사는 지금까지 출마 여부에 대해 말을 아끼고 있다. 4년 전 지방선거 때 “마지막 출마”라며 읍소했던 과거의 발언에 대해서도 일언반구가 없다.

4년 전 ‘불출마’ 약속을 번복하지 않았기 때문에 지금으로선 우 지사의 출마를 예단할 수 없다.

우 지사와 ‘7대 경관’선정을 불철주야 함께 뛰었던 양원찬 재외도민회총연합회장은 이에 대해 단호하다. 그는 지난해 12월26일 출마 선언을 하면서 “우 지사가 도지사 선거에 나온다는 얘기를 한 번도 들어본 적이 없다”고 말한 바 있다.

또 “도민과 눈물을 흘리면서 (차기 불출마) 약속을 한 분이다. 5번씩이나 도지사를 한 분이 과연 나오겠느냐”며 대놓고 불출마 약속 이행을 압박하기도 했다.

그렇다 하더라도 지방정가에서는 우 지사의 새누리당 입당 자체를 출마 수순으로 본다.

우 지사 본인도 출마 여부에 대해서는 함구하고 있지만 기자들에게 ‘1만7000명 동반 입당’을 설명하는 과정에서는 속내를 들키고 말았다. 기자들의 거듭된 질문에 “경선 대비용”이라고 말한 것. 사실상 4년 전 ‘불출마’ 약속을 뒤집은 것이다.

우 지사가 출마를 전격적으로 선언하더라도 본선 진출까지는 산 넘어 산이다.

우선 경선까지 갈 수 있겠느냐는 회의적인 시각이 많다. 과거 성추행 전력 때문이다. 입당 과정에서 제기된 ‘가짜 당원’, ‘당비 대납’ 의혹도 언제 터질지 모를 지뢰밭이다.

새누리당은 지난 2012년 4.11총선 때 △성희롱으로 인해 사회적 물의를 일으킨 자 △사회적 물의를 일으켜 당의 명예를 실추시킨 자 △성범죄·뇌물·불법정치자금수수·경선 부정행위 등 4대 범죄로 형이 확정된 자 △병역문제가 야기된 자 △파렴치범죄·부정비리 전력자는 시기와 무관하게 공천에서 배제한 적이 있다.

당시 비상대책위원장으로 공천을 주도한 게 지금의 박근혜 대통령이다. 신뢰와 원칙을 강조하는 박 대통령이 공천기준을 후퇴시킬 가능성은 낮아 보인다.

새누리당은 이 기준을 이번 지방선거에도 적용할지 아직 방침을 정하지 않았다. 다만 지난 총선 때의 기준을 후퇴시킬 경우 당내·외로부터 심각한 반발에 직면할 가능성이 높다.

자칫 제주도지사 선거뿐 아니라 서울시장 및 경기도지사 선거 등 전국 판세에까지 악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커 당 지도부의 고민이 깊을 수밖에 없다.

다른 후보에 비해 지지율이 월등하다면 당내·외의 반발을 감수하면서 경선에 참여시킬 수 있지만 지금과 같은 상황에서는 굳이 모험을 할 필요가 있느냐는 부정적인 기류를 외면할 수 없다.

만약 새누리당이 우 지사의 경선 참여를 불허할 경우는 선거판이 더 복잡하게 꼬일 수 있다.

2010년 민주당에 복당했다가 성희롱 전력 때문에 공천부적격자로 내몰려 무소속으로 출마했던 전철을 밟을 수 있다.

이 경우 제주도지사 선거는 새누리당, 민주당, 안철수신당, 무소속 후보 등 다자구도로 재편되면서 한치 앞을 모르는 국면으로 빠져들 가능성이 높다.

가능성은 낮지만, 우 지사가 내년 선거 출마를 포기할 경우 이미 선거판에 뛰어든 신구범 전 지사까지 소위 ‘제주판 3김 동반 불출마’가 성사돼 세대교체가 이뤄지는 그림도 나올 수 있다.

판단은 당사자들의 몫이지만, 심판은 유권자들이 하게 된다.<제주의소리>

<좌용철 기자 / 저작권자ⓒ제주의소리. 무단전재_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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