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한라대, 힘내라 가족회사] (14) 정부 공인 디자인회사 제주사람들

지역대학과 지역기업이 ‘동반성장’이라는 목표를 향해 산·학 협력체제를 한층 강화하고 있다. 산업체는 대학으로부터 우수한 글로벌 인재를 제공받고, 대학은 산업체가 요구하는 맞춤형 우수 인재를 취업시키는 상생모델로서 지역대학과 지역기업 간의 네트워크인 ‘가족회사’ 제도가 주목받는 이유다. <제주의소리>가 지난해 ‘산학협력선도전문대학 육성사업’ 전문대학으로 선정된 제주한라대학교와 업무제휴를 맺고 대학 가족회사들을 집중 소개함으로서 지역기업들의 경쟁력 제고는 물론 산학협력 선순환 환경 조성에 힘을 보태고자 한다. <편집자 주> 

▲ 김성환 제주사람들 대표. ⓒ제주의소리

제주도에 디자인 업체가 본격적으로 들어선 것은 1990년대 말. 시장규모가 크지 않은 제주지방의 경우 어떤 산업이 안 그렇겠냐마는 디자인 업계도 어려운 풍토와 맞서야 했다. 가장 문제는 ‘디자인’이라는 개념이 없었던 것.

그냥 인쇄소라는 인식만 있었기에 고객들이 디자인 비용을 따로 줄 필요성을 못 느낀다던가, 기업의 CI나 BI는 공짜로 만들어 줄 수 있는 것 아니냐는 인식들이 즐비했다. 그래서 가장 큰 일은 ‘디자인이 왜 중요한지, 브랜드 가치를 높이는 일이 왜 필요한지’ 설득하는 과정이었다.

제주 디자인기업 1세대 중 하나인 제주사람들의 김성환(51) 대표도 이 같은 시기를 거쳐야만 했다.

원래 서양화를 전공했던 그였기에 색감 선택이나 전체적인 디자인의 완성도를 높이는 일에는 자신이 있었다. 그렇게 1998년 창립 첫 해 한라문화제의 팜플렛과 로고 등 총괄적인 홍보 디자인 등을 맡으며 성장해 나갔다. 국제관악제, 왕벚꽃축제 등 국제적인 문화행사의 팜플렛, 캐릭터 디자인, EI를 도맡으며 점점 이름을 알렸다.

학교와 교육기관 등에서도 이제는 세련된 디자인을 입히게 됐다. 그러다보니 축제나 학교의 특징을 알리기 위해 만들었던 결과물이 각종 공모전에서 상을 타기에 이르렀다.

제28회, 30회, 31회 제주도미술대전 대상을 비롯해 전국 규모 대회에서도 수상을 하게 됐다.

조악했던 공공기관의 출판물이 그럴듯한 외양으로 탄생하게 됐고, 캘리그라피를 EI 등에 도입해 큰 효과를 나타냈다.

현재 한국미술협회 제주특별자치도지회장을 맡고 있는 그는 미술교사를 하다 호텔의 판매촉진실과 통신사 홍보실장 등을 두루 거쳤다. ‘편한 길 놔두고 왜 고생만 사서하냐’는 말에 ‘집안이 온통 사업가라 그 피가 흐르는 것 같다’고 답했다.

▲ 김성환 제주사람들 대표. ⓒ제주의소리

그렇게 일을 열심히 하는 성격 탓인지 제주에서 이름을 꽤 날리게 됐다. 관공서와 유관기관, 교육기관, 문화예술단체, 사회단체, 각종 학교 출판물에 이르기까지 수백여명의 클라이언트를 갖게 됐다.

16년이나 생존해왔으니 비결도 있을 거 같았다. 맨 처음에는 서양화를 전공했던 만큼 남다른 실력이나 기술적인 부분이 나올 줄 알았더니 오히려 ‘신뢰와 성실’이 핵심이라고 답했다.

“지속가능하게 살아남기 위한 전략요? 신뢰와 성실이죠. 꾸준히 하다 보니 영업을 따로 하지 않아도 믿고 맡겨주시는 분들이 많이 생겨요. 또 하나가 기획이죠. 고객이 저희한테 요청한 거 플러스 저희가 꺼내놓은 제안. 고객이 생각은 하는데 표현을 못할 때가 있잖아요. 그때 고객 마음을 끄집어내서 ‘이렇게 하면 어떻겠습니까’ 제안을 하죠”

16년전에 비해 사람들이 디자인을 인식하는 태도가 바뀌고 디자인업계의 규모도 커졌지만 아직도 극복해야 할 과제들은 많다는 게 김 대표의 설명이다.

가장 대표적인 것이 ‘제주도 업체는 디자인을 못할 것’이라는 생각 때문에 정말 규모 큰 사업들은 아예 타 지역에 의뢰를 해버린다는 것. 그는 제주에도 분명 능력있고 우직하게 버텨온 업체들이 많다며 “관계부서가 업계의 현황을 파악 못하는 것 같다”고 했다.

그러면서 “참여만 시키더라도 달라질 수 있는데 참여기회를 안 주니 문제”라며 “어떤 기준 이상 업체에 대해서는 참여기회를 보장해 주는 게 필요하다”고 밝혔다.

▲ 눈에 익힌 심볼들. 모두 제주사람들의 작품이다. 홍보 팜플렛 부터 EI, 캐릭터 디자인까지 다양한 부문의 디자인을 맡고 있다. ⓒ제주의소리

이 기업의 또 다른 고민거리는 ‘사람’이다. 인재를 수급하는 일이 쉽지 않기 때문이다. 

디자인 관련 학과 졸업생들은 서울 업체에서 근무하는 것을 우선 목표로 여기며, 막상 들어오더라도 몇 달을 버티지 못하고 그만둔다는 것. 인력관리가 애로사항이라는 설명이다.

그는 “고급인력을 뽑고 싶어도 사람이 없다”며 “꾸준히 할만한 친구라고 생각해서 채용해보면 얼마 안가서 퇴사하는 경우가 꽤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또 중간에 직원이 그만두거나 하면 그 공백을 매우기 위해, 또 적당한 인원을 뽑지 못해 하루에 2~3시간씩 자며 일을 한 적도 있었다”고 덧붙였다.

그래서 지역 대학들에게 실무와 인성을 동시에 가르쳐주는 커리큘럼을 기대한다고 밝혔다. 지역 중소기업의 경우 ‘가족같이 평생 같이 할 구성원’이 절실하기 때문이다.

제주사람들은 매년 제주한라대의 학생들의 현장실습을 받고 있고, 실제로 직원들 중 한라대 학생이 2명 있다. 그리고 앞으로도 대학과의 교류를 지속해나갈 예정이다.

그래서인지 그는 어린 학생들에게 당부를 했다. “저희는 자부하는 게 다른 회사에선 한 1, 2년 배울 걸 6개월에 다합니다. 다양한 일을 많이 하고 있고 저희가 나름대로 직원 트레이닝 지도하는 게 확실히 있죠”

제주 디자인 업체 1세대인 제주사람들이 과연 20년, 30년을 넘어 백년기업이 될 수 있을지는 역시 ‘사람’에 달렸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항상 생각하고 움직이고 뛰어다니며 일하는 것을 좋아한다’는 그가 올해에는 원하는 보석을 찾을 수 있을 지 기대해 본다.

▲ 김성환 제주사람들 대표. ⓒ제주의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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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준영 기자 / 저작권자ⓒ제주의소리. 무단전재_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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