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류 이끌 '제주산 애니메이션' 머지 않았다
한류 이끌 '제주산 애니메이션' 머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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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한라대, 힘내라 가족회사] (15) 제주 이주 1호 애니메이션 기업, 대진애니메이션

지역대학과 지역기업이 ‘동반성장’이라는 목표를 향해 산·학 협력체제를 한층 강화하고 있다. 산업체는 대학으로부터 우수한 글로벌 인재를 제공받고, 대학은 산업체가 요구하는 맞춤형 우수 인재를 취업시키는 상생모델로서 지역대학과 지역기업 간의 네트워크인 ‘가족회사’ 제도가 주목받는 이유다. <제주의소리>가 지난해 ‘산학협력선도전문대학 육성사업’ 전문대학으로 선정된 제주한라대학교와 업무제휴를 맺고 대학 가족회사들을 집중 소개함으로서 지역기업들의 경쟁력 제고는 물론 산학협력 선순환 환경 조성에 힘을 보태고자 한다. <편집자 주> 

다음, 넥슨, 이스트소프트…. 최근 몇 년 사이, 국내에서 손에 꼽히는 IT기업의 제주행이 이어지고 있다. 첨단과학기술단지라는 인프라와 제주라는 공간에서의 창의력 증진에 주목한 까닭이었다.

이 가운데 애니메이션 기업의 제주행은 과감한 도전으로 받아들여졌다. 지난 2012년 제주로 본사를 옮긴 대진애니메이션(대표 김철휘) 이야기다.

전문 인력도 기관도 없는 데다 애니메이션에 대한 인식 자체가 생소한 곳으로 기업을 옮긴다니, 하지만 이들은 오히려 이 같은 걸림돌에 주목했다.   

서울에는 전문 인력은 몰려있지만 인건비가 계속 오르는데다 이직이 빈번하게 이뤄져 어려움을 겪었다. 대진애니메이션은 일본에서 일을 가져오는 경우가 대부분이라 일본 경제 상황에 민감할 수밖에 없었다.

2002년에 문을 연 대진애니메이션은 일본 애니메이션 수주 제작을 주 사업으로 11년 동안 꾸준히 성장해 온 영상소프트웨어 수출 전문 회사다. 120여명의 직원 가운데 조민구 본부장을 포함한 창작기획팀 9명이 제주에서 근무하고 있고 나머지 직원은 서울에서 메인 프로덕션을 맡고 있다.

▲ 조민구 대진애니메이션 제주본부장. ⓒ제주의소리

조 본부장은 "지방으로 이전을 고려하던 중에 경영진에선 좋은 환경에서 창작과 기획도 하면서 일을 해야 하니 제주도가 가장 적합하다는 판단을 내렸다"고 설명했다.

마침 회사 상황도 뒤따라줬다. 오래 함께 일해왔던 일본의 TMS Entertainment와 3년간 총 150억의 영상물 제작 수주계약을 맺게 되면서 법인을 제주로 옮기자는 결심을 굳혔다. 섬이라는 지리적 특수성을 밑바탕으로 한 소재가 무궁무진하다는 점도 한몫 했다.

이들이 제주에 이주해오며 가장 염두에 둔 것은 '인재 양성'. 제주에는 애니메이션 관련 교육기관이 없기에 기업을 꾸려 가는데 필요한 인력을 직접 키우기로 한 것이다. 궁극적으로는 제주도내 인프라 구축까지도 계획에 포함됐다.

지난해 1월, 한라대와 문화콘텐츠산업 전문 인력 양성교육과정에 따른 산학협력 교류 협정을 맺었다. 영상, 애니메이션, CG 기술을 교육하는 특별과정을 운영하는 한편 교내에 전용 실습실을 구축하기로 뜻을 모았다.

조 본부장은 "서로 필요충분조건이 잘 맞아떨어졌다. 우리는 인력이 필요했고, 한라대는 애니메이션 학과 개설을 염두에 두고 있었던 것"이라고 설명했다.

▲ 조민구 대진애니메이션 제주본부장. ⓒ제주의소리

지난해 10월에는 애니메이션 트랙을 개설해 방송영상학과 26명을 대상으로 동안 기초 드로잉, 프레쉬 애니메이션까지 전반적인 내용을 교육했다. 학기 중이나 방학 때 짬을 내 기업체에 현장 실습을 나오는 기존의 산학 협력 프로그램에서 한 단계 진화한 셈이다. 교육 과정을 거친 학생 중 2명이 직원으로 채용될 예정이다. 짧은 기간이지만 서로 만족할 만한 결과를 낸 것이다.

현재 제주 본사에 근무하는 기획창작팀은 전부 제주 출신으로 구성돼있다. 이들을 주축으로 제주에서 모티브를 딴 창작물도 여러 편 기획·제작 중이다. 환경오염 문제를 해결하는 과정을 그린 '합체로봇 클린', 돌하르방을 캐릭터화한 '꼬루와 친구들' 등이다. 특히 꼬루와 친구들은 최근 홍콩에서 개최됐던 국제 라이선싱쇼에서 호평을 받았다.  

▲ 제주의 대표 문화상징인 ‘돌하르방’에서 모티브를 딴 '꼬루와친구들' 캐릭터 상품. ⓒ제주의소리

조 본부장은 "날마다 성과물이 좋아져서 아주 만족하고 있다. 제주 이주 첫 해엔 OEM 제작이 100%였는데 지난해엔 10%의 창작물을 만들어냈다. 이곳에서 인프라만 제대로 구축된다면 더 많은 창작물로 승부를 낼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올해엔 교내에 '대진애니메이션 연구센터'를 연다. 실습과 제작을 동시에 진행할 수 있는 산업체와 똑같은 애니메이션 전용 실습실을 구축해 학생과 산업체가 동시에 사용할 수 있도록 한다는 구상이다.

조 본부장은 "학생들에게 제주에서 흔히 접하기 어려운 애니메이션의 제작 과정을 접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면서 학생들 가운데 발군의 실력을 지닌 이들은 비용을 지불해서 현장 업무에 투입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아직까진 제주에서는 '프리 프로덕션'밖에 소화하지 못한다. 시나리오를 쓰고, 캐릭터와 서브 캐릭터, 배경을 설정하고, 색을 지정하고 콘티를 짜는 과정을 거치는 것은 그야말로 기초 단계다. 하루라도 빨리, 더 많은 인재를 확보해야 하는 이유이다. 이들은 해녀, 돌문화, 제주어, 민속 신앙…. 제주 고유의 문화 원형을 자연스레 익히면서 자란 제주의 인재들이 전문성을 갖췄을 때 내는 시너지 효과를 기대하고 있다.

애니메이션 분야는 기획부터 완성까지 50여개의 과정을 거쳐야 하기에 인재상도 남다를 수밖에 없다. 조 본부장은 "이곳은 자유로운 사고를 지닌 인재를 필요로 한다. 그래야만이 새로운 콘텐츠를 만들어낼 수 있다. 기술은 가르치면 비슷해지지만 아이디어는 다르다. 대표께서 항상 강조하는 부분이기도 하다"고 설명했다.

<제주의소리>

<김태연 기자 / 저작권자ⓒ제주의소리. 무단전재_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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