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분은 “중소기업에 기회 제공”...‘제주시 진출’ 집중전략 때문 분석도 

   
‘혈투’가 예상됐던 제주공항 국제선 3층 출국장 면세점 운영권 경쟁이 다소 맥이 빠지게 됐다.

‘빅3’ 중 1, 2위인 롯데면세점과 신라면세점이 입찰을 전격 포기했기 때문이다.

12일 업계에 따르면 이날 오후 4시 마감된 제주공항 면세점 전자입찰에 기존 운영자인 롯데면세점과 신라면세점이 응찰하지 않았다.

지난 3일 열린 현장설명회에는 ‘빅3’를 포함해 총 13개 업체가 참여해 뜨거운 경쟁을 예고했었다.

이 가운데 대기업은 ‘빅3’인 롯데(롯데면세점), 신라(호텔신라), 신세계(신세계조선호텔)를 비롯해 현대백화점, SK네트웍스, 현대아산, 한화타임월드 등 7곳이다.

중소.중견기업은 동화면세점, 하나투어, 중원산업, 엔타스, 온플랜인터내셔널, 대동백화점 등 6곳이다.

롯데면세점을 운영하는 호텔롯데 측은 중소기업 면세점에게 기회를 주고 제주 관광산업 발전을 위해 입찰에 불참했으며, 앞으로 중소기업 제품의 입점을 확대하는 한편 해외 판로 개척을 적극적으로 지원하겠다는 입장을 밝힌 것으로 전해졌다.

신라면세점을 운영하는 호텔신라 측도 입찰 포기 배경에 대해 ‘중소 면세점과의 상생’을 이유로 든 것으로 알려졌다.

업계에선 두 업체가 막판까지 입찰 참여 여부를 두고 고민에 고민을 거듭하다 최종 불참을 결정한 것으로 보고 있다.

두 업체가 양보하더라도 신세계, 현대백화점, 한화(한화 타임월드) 등 대기업이 그 자리를 대신 차지할 가능성이 높아 양보의 의미가 거의 없다는 판단 때문에 고심했다는 얘기도 있다.

‘빅3’를 제외한 나머지 대기업의 입찰 참여 여부와 관련해선 전망이 엇갈리고 있다.

롯데면세점과 신라면세점의 입찰 포기는 최종 낙찰이 되더라도 득보다 실이 많을 수 있다는 판단도 작용했다는게 업계의 시각이다. 경쟁이 치열해져 낙찰가가 치솟게 되면 실익이 떨어진다는 얘기다. 
 
롯데면세점은 지난 5년동안 연간 90억~100억원의 임대료를 한국공항공사에 지불한 것으로 알려졌다.

롯데의 입찰 포기를 ‘제주시 진출’ 전략과 연계해 바라보는 시각도 있다.

현재 롯데는 제주공항 말고도 서귀포시 중문관광단지 내 롯데호텔에서 면세점을 운영하고 있으나 지리적으로 불리한 접근성 등의 이유로  유독 제주도에서만 신라에 밀리는 형국이다.

이와 맞물려 롯데는 제주시 연동에 롯데시티호텔 제주를 짓고, 면세점 허가를 준비해왔다. 그러잖아도 대기업 면세점에 대한 시선이 곱지않은 상황에서 한 지역(제주) 여러 곳에서 동시에 면세점을 운영하면 여론이 더욱 악화될 수 있음을 감안한 결정이라는 분석이다. ‘제주시 진출’을 최대 목표로 삼아 '양보'라는 모양새를 취하면서 이른바 ‘선택과 집중’ 전략을 구사했다는 것이다.

업계 관계자도 “롯데는 유통.판매시설의 집적화를 추구하는 대표적인 업체”라며 이같은 분석에 힘을 실었다.

제주공항 면세점 운영자 선정을 위한 개찰은 13일 오후 2시 시작된다. 모든 것은 한국자산관리공사 전자자산처분시스템인 ‘온비드’ 상에서 진행된다.

공사가 정한 예정가격 이상 최고가 제시자가 낙찰자로 결정된다. 예정가는 개찰 직전 작성돼 밀봉되며, 개찰 후에도 비밀에 부쳐진다. <제주의소리>

<김성진 기자 / 저작권자ⓒ제주의소리. 무단전재_재배포 금지>

저작권자 © 제주의소리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