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정칼럼] 제주특별자치도의회 김태석 의원

“프랑스 공공건축법 제1조 건축은 문화의 한 표현이다, 한국의 건축법 제1조 건축물의 대지, 구조, 설비의 기준 및 용도 등을 정하여 건축물의 안전, 기능 및 미관을 향상시킴으로써 공공복리의 증진에 이바지함을 목적으로 하는 법률이다”.

본 인용글은 프랑스와 한국의 건축에 대한 법률 제1조 건축은 이런 것이다에 대한 선언과 정의를 비교한 것이다. 누가 옳고 더 나은지를 따지자는 것은 아니다. 단지 동일한 주제를 어떻게 접근하는가에 대한 비교를 위해 인용한 것이다. 비교해보면 확연히 다르다. 건축에 대한 접근과 풀어가는 방법이 달라진다. 구구절절한 역사를 꺼내 비교하고 싶지는 않다. 그러나 이제 프랑스나 한국이나 서로가 비슷한 경제력과 입지를 갖춘 상황이라면 조금은 할 말이 생긴다. 그동안 숨가쁘게 발전해온 대한민국이 이제 숨고르기를 해야 할 때라는 당연한 얘기를 하려는 것이다.

건축은 발전의 상징이다. 모두가 함께 잘 사는 공공복리의 대표적인 결과물이다. 경제와 자본으로 축적된 한 국가의 국제 경쟁력의 표본이다. 하늘을 찌르는 높이와 규모를 갖춘 건축물과 그런 건축물이 모인 도시를 통해 발전한 기술력과 국가 경쟁력을 자랑하려는 노력이 현재도 진행 중이다. 제주도 역시 다르지 않다. 제주를 대표하는 랜드마크가 되고자 하는, 그래서 제주를 방문한다면 반드시 한번쯤은 눈으로 보든, 직접 발품을 팔아 돌아보든 해야 하는 최고의 건축을 자랑하려는 노력들이 진행 중이다. 이런 노력이 잘못되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이런 노력들이 우리가 사랑하는 가족들을 먹여 살려 왔고 앞으로도 그럴 것이라는 건 당연한 일이다.

제주는 대한민국 유일의 특별자치도이다. 한국을 대표하는 관광지이며, 천혜의 자연경관과 다양한 문화가 어우러진 누구나 한번쯤은 오고 싶어 하는 곳이다. 그런데, 제주 역시 피해가지 못하는 것이 있다. 발전과 개발의 거대한 성장과 성과 뒤에 남겨진 지나온 시간의 흔적들이 도시 속에 고스란히 남아있다. 이제 나이 먹어 쓸쓸한 주름으로, 되돌리기 어려운 낡음으로 남아있는 흔적들이 제주의 곳곳에 산재해 있다. 성장과 발전의 지표인 신제주와 지난 시절 제주의 발전을 증거하는 구제주가 그렇다. 서로 얼굴을 맞대고 한쪽은 계속 발전해 가고 있지만 한쪽은 저물어가고 있는 것이다. 이런 현상은 전세계 거의 모든 도시가 공통으로 안고 있는 제대로된 "문제"다. 성장과 발전을 위한 노력들이 남긴 노후된 건축과 도시문제는 반드시 풀어야한 숙제다. 그것도 미룰 수 없이 바로 지금 해야 하는 숙제다.

우리나라에서 구도심 쇠퇴에 대한 문제와 도시재생사사업에 대해 논의가 시작된 것은 1990년대 이후이다. 2000년대 들어 기존의 단순한 물리적 재생에서 사회, 경제, 물리적 재생을 포함하는 도시재생이 본격적으로 대두되기 시작했다. 2007년 국토교통부를 중심으로 도시재생사업단이 설립되어 다양한 연구가 진행되었으며, 2013년 도시재생정책은 새정부의 주요정책으로 채택되어「도시재생 활성화 및 지원에 관한 특별법」이 2013년 6월 4일(법률 제11868호), 2013년 12월 5일 시행령 등 하위법령이 제정되었다. 도시재생사업에 대한 법률적 근거가 확립되고 이제야 본격적인 사업이 진행될 수 있게 된 것이다.

문제와 숙제가 명확하다. 우리는 그것을 도시재생사업이라는 명칭으로 부른다. 발전과 개발에 대한 책임으로 남겨진 추억과 역사를 되돌아보고 보완하고 다시 숨쉬게 하는 참 어렵고도 필요한 숙제다. 글 서두, 건축에 대한 정의를 인용한 이유가 여기에 있다. 쓸쓸히 낡아가는 구도심은 우리의 역사다, 구도심의 건축들, 거리들 모두다 우리가 기억하는 유년시절의 추억과 기억을 간직한 살아있는 앨범들이다. 그래서 프랑스 건축법 제1조가 가슴에 와닿는다. 건축은 문화의 한 표현이라는 말이 도시재생사업이라는 문제와 숙제를 푸는데 중요한 지표를 제공해 주고 있다고 말하고 싶다.

이제는 지방자치단체의 역할과 올바른 방향설정이 정말 중요하다. 앞으로의 10년 100년을 결정하는데 정말 중요한 상황이 생겨난 것이다. 한해 1000만명이 방문하는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관광지 제주, 60만 제주도민이 삶을 가꾸고 살아가는 터전인 제주, 다양한 식생과 자연자원을 가진 제주, 전통문화와 현대가 어우러진 탐라문화의 발상지 제주, 이 모든 것이 제주를 이르는 것들이다. 다른 도시와는 확연하게 다른 제주의 특징이다.

도시재생사업은 이제서야 시작되는 사업이다. 제주도민 모두의 관심과 합의와 동의가 필요한 사업이다. 지난 시간 우리가 살아온 치열한 삶의 결과를 되돌아보고 다시 살리려는 노력이 절실한 사업이다. 각자의 이익이 상충될 것이며, 행정 부처와 단체와 협회가 서로 첨예하게 싸워야 할 일이다. 막대한 자본과 돈이 필요한 일이며, 전문적인 분석과 대안 수립이 필요한 일이다. 생존권이 걸린 일이라 끊임없이 잡음이 일어날 것이다. 그 누구도 쉽게 점근하기 어렵고 풀기 어려운 난제이다. 그래도, 반드시 해야만 하는 일이다. 이제는 늦출 수 없는 일이다.

겨우 이제야 법률적 근거가 마련된 새로운 사업이기에 제주도민의 참여와 의견교환과 합의와 공공이익에 대한 허심탄회한 소통의 장이 필요하다. 문제를 찾아내고 공유할 수 있도록 하는, 각자의 입장과 다른 시각에 대해 논의하고 합의 할 수 있도록 하는 창구와 제도와 절차가 필요하다. 제주도 행정과 제주도의회의 올바른 역할 수행이 중요한 이유가 여기에 있다.

제주도민의 민의를 대표하는 제주도의회의 올바른 역할 수행이 정말 중요하다. 10년 100년 제주의 미래를 설계하고 준비하는 입법기관의 책임과 의무를 제대로 수행해야 한다. 제주도정 공무원은 물론 제주도의회 의원 및 관련 기관은 열심히 공부해야한다. 지나온 발전의 시간이 남긴 역사와 미래를 위한 대계를 세우는데 필요한 것들이 참으로 많다. 사람과 건축이 모여 도시가 되고 시간과 역사속에서 지속적인 재생과 선순환이 바로 자리잡아야 한다는 목적은 모두가 동의 할 수 있다. 그 구체적인 실천방안 수립과 집행이 문제다. 그래서, 정말 피터지게 공부하고 연구하고 준비해야 한다. 이제 시작해야한다.

일제 강점기 일본은 제주시 동부두, 서부두 축조와 산지포 매립에 제주성과 동, 서, 남문의 성채와 돌을 사용하였다 얼마나 많은 제주도민이 이를 기억하고 있을까. 제주 구도심엔, 잊혀진 도시속의 이야기들이 무궁무진하다. 사람과 건축이 모여 이룬 도시는 그래서 문화라고 생각한다. 문화가 숨쉬는 도시는 사람이 살아가는 곳이다. 사람이 살아가는 모든 것은 결국 환경으로 귀결된다. 그래서 도시재생사업은 문화사업이며, 환경사업이다.

▲ 김태석 의원.ⓒ제주의소리
도시재생사업을 위해 조직을 만들고, 기금을 조성하고, 조사와 계획을 수립하고, 지속적인 지원 체계를 구축하자. 기관간 중복된 업무가 있다면 과감히 양보할 건 양보하고 조정하자.

누군가에게 미루지 말자. 내가 살아온, 앞으로 살아갈 내 삶의 현장에 대해 관심을 갖고 대화하자. 꺼내서 회자시키고 공개적으로 논의하자. 잠깐 떠들다 끝내지 말고 지속적으로 추진하고, 확인하고, 점검하고, 보완하고, 완성시키자. 제주도의 문화와 환경을 살아 숨쉬게 하자. 100년 대계의 첫발을 지금 시작하자. / 제주도의회 김태석 의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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