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분석] 선거구획정案 ‘부결’ 초유사태…선거판 출렁, 희비 교차
김수남, 4선거구로 U턴 가능성…김명만 ‘안도’(?)-강경식 ‘긴장’ 모드

 

▲ 왼쪽부터 김명만 의원, 김수남 전 의원, 강경식 의원. ⓒ제주의소리
제주도의원 선거 제4·5선거구 조정이 끝내 불발됐다. 이에 따라 제주시 이도2동 갑·을 선거구는 현행대로 치러지게 됐다. 선거구도 역시 재편될 수밖에 있어 출마 예상자들의 희비가 엇갈리고 있다.

제주도의회가 추천한 위원까지 포함된 선거구획정위원회가 6개월간 고심 끝에 내놓은 조정안을 의회가 부결시키면서 몰고올 후폭풍이 누구를 겨냥할 지 여.야가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제주도의회 행정자치위원회(위원장 김용범)은 19일 제314회 임시회를 속개해 제주도지사가 제출한 ‘제주도의회의원 지역선거구 및 교육의원선거구의 명칭 및 의원정수에 관한 조례 개정안’을 표결에 붙여 재석의원 4명 중 찬성 1, 반대 3표로 부결 처리했다.

무소속 박주희 의원(비례대표)만 찬성 표를 던졌고, 민주당 소속 김용범, 박원철, 소원옥 의원은 반대 표를 던졌다. 새누리당 소속 고충홍, 허진영 의원은 표결에 참여하지 않았다.

이에 따라 이도2동 선거구 구역 조정안은 사실상 무산됐다. 다만, 현행 지방자치법에는 상임위원회에서 부결된 안이 보고된 날로부터 7일 이내에 의장이나 재적의원 3분의 1 이상의 요구로 본회의에 부칠 수는 있다.

새누리당 소속 의원들이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 오는 28일 예정된 제2차 본회의 상정 가능성은 남아 있는 셈이다. 하지만 제주도의원 예비후보자 등록이 21일부터 시작되는 점을 감안할 때 사실상 선거구역 조정은 무산된 것으로 보는 시각이 우세하다.

조정되는 선거구역의 출마예상자들이 예비후보 등록 후 선거구역이 바뀔 경우 참정권 침해 논란이 불거질 수 있기 때문이다.

지난해 6월 출범한 선거구획정위원회는 6개월 동안의 활동 끝에 2006년 제주특별자치도의회 출범 당시 제4선거구(이도2동 갑)에 편입됐던 구남동(48통, 53통 일부)을 제5선거구(이도2동 을)로 조정하는 안을 내놨다.

제주도는 이를 그대로 조례에 반영, 의회에 제출했다. 여태까지 선거구획정위 조정안을 담은 조례안이 부결된 사례는 단 한 차례도 없었다.

조례안 처리에 비상 신호가 들어온 건 지난 1월 들어서다. 민주당 의원들을 중심으로 ‘부결’ 움직임이 포착되면서 선거구역 조정의 당사자격인 구남동 주민들이 발끈했다.

이들은 지난달 구남동 마을회 등은 지난달 27일 기자회견을 열고 “공식 석상에서 수차례에 걸친 논의 끝에 결정한 사항을 뒤집으려는 것”이라며 민주주의 원칙에 위배된다고 주장했다.

이들은 특히 “특정 후보들의 유·불리를 떠나 지난 2010년 지방선거 당시 구남마을은 생활권역이 다른 이도2동 갑 선거구에 포함됐다”면서 “이번 선거구획정위원회의 결정은 합당하다”며 제주도의회에 원안 가결을 촉구했다.

그러자 이번에는 도남동 주민들이 “선거구 조정에 불순한 의도가 있다”며 반발하고 나섰다.

도남동 마을회와 노인회, 부인회, 청년회는 지난 13일 보도자료를 통해 “지난 2006년 특별자치도의회 출범 당시 제4선거구에 편입됐던 구남동을 이후 어떠한 지역여건 및 상황 변동이 없음에도 다시 재조정하려는 불순한 의도로 지역주민을 매도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들은 “2006년 특별자치도 출범 이후 2번의 선거를 치르면서 아무런 문제가 없었던 곳을 이제 와서 인구수 및 생활여건, 지역정서 등을 거론하며 구남동을 제5선거구에 편입시킨 이유와 근거를 대라”며 정치적 논리가 개입한 것으로 몰고 갔다.

이렇게 마을간 갈등으로 비화된 데는 두 지역을 기반으로 한 전·현직 의원들의 의중이 반영됐기 때문이다. 사실상 두 마을이 전·현직 의원을 대신해 ‘대리전’을 치른 셈이다.

제주도의회는 조례안 처리를 놓고 자중지란에 빠졌다.

민주당은 주민의견을 사전에 수렴하지 않은 점, 연동·노형의 경우도 같은 문제가 있는데 유독 이도2동 선거구만 조정한 점, 조정 전·후를 비교해 인구편차가 거의 없다는 점을 들어 반대 입장을 분명히 했다.

반면 새누리당과 무소속 의원들은 도의회, 학계, 언론, 선관위 등에서 추천된 인사로 구성된 선거구획정위가 11차례에 걸쳐 심도 있게 논의를 한 만큼 존중해야 한다면서 맞섰다.

양 측이 팽팽히 맞서면서 18일 첫 회의에서 아무런 결론 없이 자리를 털고 일어섰던 행자위는 이날 다시 회의를 열어 전격 부결 처리했다.

이 과정에서 겉으로는 ‘반대’ 입장을 밝혔으면서도 정작 표결에 참여하지 않은 새누리당 소속 의원들도 책임론에서 자유로울 수 없게 됐다.

당장 선거구획정 조례안 부결 사태는 후폭풍을 몰고 올 것으로 보인다.

조례안 처리에 앞서 제주참여환경연대는 “제주도의원들이 선거구 획정에 따른 유·불리에 얽매여 합리적 이유 표명 없이 변경안을 무산시킨다면 이후 제주도의 자치역량 강화에 찬물을 끼얹는 결과를 초래할 것”이라며 비판의 목소리를 높였다.

이들은 또 “각계 대표 11명으로 구성된 선거구획정위원회가 도민통합과 민간의 자치역량 강화 차원에서 일궈낸 결론이라는 점에서 그 의견을 도민의 뜻으로 존중해야 한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결국 선거구획정 조례안 부결 사태로 제4.5선거구의 선거구도도 재편이 불가피할 것으로 예상된다.

구남동의 터줏대감인 김수남 전 의원이 5선거구에서 다시 4선거구(이도2동 갑)로 방향을 틀 가능성이 높다. 이렇게 되면 당 공천을 놓고 강철호 이도2동 주민자치위원장과 피 말리는 예선전을 치러야 한다.

두 차례의 맞대결에서 ‘1승1패’를 주고받은 김수남 전 의원의 귀환(?)으로 현역인 강경식 의원은 다시 ‘긴장 모드’로 전환될 가능성이 높다.

반면 가장 강력한 라이벌이었던 새누리당 후보를 떠나보낸 5선거구(이도2동 을)의 김명만 의원은 다소 여유를 찾게 됐다. 그렇더라도 앞날을 모르는 게 정치다.

제주도의회 정책자문위원 출신으로 ‘새 인물, 새 정치’구호를 내건 강성민 제주생활정치포럼 대표가 급부상할 수도 있다. 이렇게 될 경우 ‘현역 의원 vs 보좌관 출신’, ‘50대 vs 40대’의 대결 구도가 펼쳐지면서 예측하지 못할 상황이 전개될 수 있다.

여기에 새누리당이 또 다시 어떤 인물을 발굴, 내세울 지에 따라 선거판은 다시한번 출렁거릴 수밖에 없다.

민주당이 중심이 된 이번 ‘선거구획정 조례안’ 부결 사태가 앞으로의 선거흐름에 있어 어떤 영향을 미칠지, 또 어떤 후폭풍을 몰고 올지 귀추가 주목된다.<제주의소리>

<좌용철 기자 / 저작권자ⓒ제주의소리. 무단전재_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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