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와대 정무수석실 12일 내도, 4.3단체 의견수렴

정부의 제주4·3진상조사보고서 확정이 이틀(15일) 앞으로 다가온 가운데 청와대가 12~13일 제주를 방문, 4·3단체를 비롯한 각계의 의견수렴에 나서 귀추가 주목되고 있다.

특히 청와대 관계자와 4.3관련단체들간에 논의된 주 내용이 ▲대통령의 사과 시기 ▲사과 방법 ▲사과의 수준 ▲국민 담화문 발표 등 구체적 사안을 놓고 의견을 주고받은 것으로 알려져 청와대가 오는 15일 4.3진상조사보고서 확정될 경우에 맞춰 노무현 대통령이 4.3유족과 제주도민들에게 사과를 하기 위한 수순 밟기에 들어간 것으로 관측되고 있다.

청와대 정무수석실 관계자 등 3명은 12일 제주를 방문, 4·3유족회, 4.3연구소, 4.3도민연대, 민예총 등 4.3관련단체들을 잇따라 만나 4.3보고서 확정 후 노무현 대통령의 사과와 관련된 폭넓은 의견수렴에 들어갔다.

청와대측은 12일 4.3단체들을 만난 데 이어 13일에는 제주도의회와 경우회 등도 만날 예정인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정무수석실 행정관은 12일 오후3시부터 제주4.3유족회 사무실에서 이성찬 회장, 김두연·이중흥 부회장 등 유족회측 인사와, 4.3연구소의 김창후 부소장, 박찬식·이규배·이은주 상임이사 등과 합동 모임을 가졌다.

또 오후4시부터는 4.3도민연대 사무실을 방문, 도민연대의 고성화 고문, 김평담·윤춘광·양동윤 공동대표 등으로부터도 의견을 수렴했으며, 오후 5시30분에는 제주민예총을 방문, 김상철 지회장, 박경훈 부지회장, 현경철 사무처장 등과도 의견을 교환했다.

유족회, 연구소, 도민연대, 민예총 등 도내 4.3관련 단체들은 청와대 관계자와의 간담회에서 "오는31일 열리는 제주평화포럼 기조연설차 노무현 대통령이 제주를 방문하는 시점에 맞춰 4.3평화공원에서 유족과 도민들에게 '국가의 잘못된 공권력에 의해 제주도민들이 억울하게 희생당했다'는 것에 대해 분명한 사과를 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이날 청와대측과 4·3단체들 사의에서 논의된 내용을 쟁점별로 묶어 재구성한다.

"10월30일 제주평화포럼 참석때 사과해야"

■ 노무현 대통령 사과시기
청와대 정무수석실 행정관과 4.3관련 단체들과의 이날 만남에서 청와대측은 4.3진상조사보고서가 확정될 경우 노무현 대통령의 사과시기에 대해 ▲제주평화포럼(10월30일~11월1일) 기조연설시 언급 방안 ▲내년 4·3위령제에 참석해 사과하는 방안 ▲이외의 또 다른 방안을 제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날 청와대측과 만난 4.3단체들은 대통령의 사과시기에 대해 이구동성으로 "제주평화포럼 기조연설을 위해 제주에 방문하는 시점에 맞춰 사과를 해야 한다"는 입장을 분명히 밝혔다.

4.3단체들은 "당초 올 4.3위령제 직전에 확정될 진상조사보고서가 6개월 유예되면서 제주도민들 사이에서는 '노무현 대통령의 의지가 없는 게 아니냐'는 갖가지 억측이 난무했다"면서 "또 다시 내년 4.3위령제로 사과시기가 연장된다면 도민들은 대통령의 의지에 심각한 의문을 제기할 것"이라고 말하고 평화포럼에 맞춘 사과를 강력 주장했다.

청와대측은 "최근 송두율 교수와 이라크 파병문제, 그리고 재신임 문제 등으로 시기가 매우 좋지 않다"며 난감해 했으나 4.3단체들의 강력한 주장이 계속되자 "확정된 것은 아니나 가급적 평화포럼에 맞춰보겠다"고 말했다.

"4.3평화공원에서 유족·도민들에게 사과해야"

■ 사과방법
청와대는 노무현 대통령이 제주평화포럼에 참석, 기조연설(10월30일)이 예정돼 있는 만큼 평화포럼 기조연설 내용에 '사과문구'를 포함하는 방안을 제시했다.

4.3단체들은 이에 대해 "4.3 문제와 제주평화포럼 문제는 별개로 구별돼야 하며 평화포럼 기조연설에 사과문구를 담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면서 "기조연설이 아닌 4.3유족을 비롯한 도민들이 별도로 보인 장소에서 사과를 해야 한다"며 4.3평화공원에서 대통령이 사과해 줄 것을 요구했다.

단체들은 "대통령이 적극적으로 이 문제를 해결하겠다는 의지를 보여주기 위해서라도 4.3평화공원을 방문, 유족과 도민들을 대통령이 직접 어루만져주는 보습을 보여줘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대통령 경호와 대부분 연로한 유족들이 참석하기에는 힘든 날씨 등으로 인해 평화공원이 아닌 제주도의회를 비롯한 제3의 장소 의견도 제시됐다.

다만, 사과장소가 평화공원이 아닐 경우 대통령이 상징적으로 4.3평화공원을 방문,참배한 후 도민의 대의기관인 제주도의회 등 제3의 장소에서 유족과 도민들을 만나 사과하는 방안도 함께 거론됐다.

"국가 공권력에 의해 희생된 사실 구체적으로 담아야"

■ 사과수준
청와대는 이 자리에서 구체적인 사과수준은 밝히질 않았다.
다만 "최근 송두율 교수문제와 이라크 파병문제로 인한 국민들간의 '보혁갈등'으로 (청와대가) 어려움을 겪고 있다. 이 같은 상황에서 4.3문제로 보혁갈등이 또다시 불거지지 않을까 우려된다"는 말로 다소 민감한 문제임을 내비쳤다.

4.3단체들은 "단순 명료하고 확실한 사과표명을 요구한다"면서 "여론의 눈치를 보며 어영부영 밀릴 게 아니라 여론을 치고 나가야 한다"고 당부했다.

또 "4.3문제와 송두율 교수와의 문제는 비교가 안 된다. 한국 현대사에서 최고의 비극적인 사건으로 기록된 4.3은 인권과 평화의 문제로 이는 누가 뭐라고 할 수 없는 '인류의 보편적 가치'이다. 정부수립 후 어려운 과정 속에서 정부의 공권력에 의해 발생한 잘못된 부분에 대해 당당히 사과하는 게 오히려 떳떳하다"고 주장했다.

또한 "추상적이거나 정치적 수사여서는 안 된다. 이럴 경우 도민들은 사과로 보지 않을 것이다. 구체적으로 '제주도민들이 억울하게 국가의 공권력에 의해 희생당한 것에 대해 사과한다'는 것을 분명히 밝혀야 한다"고 역설했다.

이와 함께 4.3진상조사보고서에서 아직 밝혀지지 않은 불법 군사재판에 의해 형무소에 수형중 희생당한 3000여명의 희생자 문제, 정뜨르 비행장 학살사건 문제 등 아직 진상이 밝혀지지 않은 부분에 대한 후속조치도 사과내용에 담겨져야 한다는 의견도 제시됐다.

"대통령이 대국민 담화문 발표해야"

■ 대국민 담화문 발표
이날 만남에서 4·3단체들은 노무현 대통령이 평화포럼에 참석, 사과하기에 앞서 '대국민 담화문'을 발표, 국민들에게 정부의 공식적인 입장을 표명해 줄 것을 요구했다.

4.3단체들은 대국민 담화문 발표에 대해 "4.3이 비록 제주에서 발생한 것이라고 할 지라도 이는 제주도민만의 문제가 아니라 대한민국 국민 전체의 문제"라며 "진상조사보고서가 확정된 직후 대통령의 이름으로 '대국민 담화문'을 발표해야 한다"고 말했다.

청와대측은 "하나의 사안을 놓고 대통령이 대국민 담화문을 발표하고 또 현지에서 사과까지 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하나의 방법으로 하는 게 바람직하다"는 입장을 보였다.

이 관계자는 "정부의 공식발표를 하게된다면 국무총리가 담화문을 발표하는 방안이 있을 수 있다"고 말해, 오는 15일 진상조사보고서 확정직후 국무총리의 대국민담화문 발표에 이어, 30일 노무현 대통령 사과라는 순차적 방안이 검토될 수 있음을 내비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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