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승주 칼럼> 6·4 지방선거에서의 정당공천 배제와 후보차출 문제

6·4지방선거가 얼마 남지 않은 시점에서 기초의원 후보에 대한 정당공천권 행사를 배제하는 문제가 국민적 관심을 불러 오고 있다. 물론 결과는 뻔하고, 국민의 마음을 흡족하게 하지 못할 것으로 점쳐지고 있다. 현재처럼 공천권을 행사할 것이라는 시각이다.

이런 와중에서 한술 더 떠서 특정지역 유권자의 정서를 무시한 채 광역자치단체장 판세분석 결과 잠정열세지역으로 분류된 곳에 해당지역과 연고가 있고 지명도가 높은 유력 전·현직 의원들을 낙하산 부대원으로 투하하는 소위 ‘중진차출론’이 제기되어 논란을 키우고 있다.

제주지역도 그 대상지역으로 포함되어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중진차출론’의 파고가 점점 높아질 수 있는 징후가 서서히 드러나고 있다.

여당 후보투하정략에 따라 과연 제주에 중앙정치인이 실제로 차출되어 도지사 후보로 낙점될 것인지 여부가 초미의 관심사로 부상하고 있고, 본인 또한 차출되는 것에 대하여 절대 부정은 하지 않은 것으로 지역 언론은 보도하고 있다. 이 과도(過度)하고 불공정을 몰고 올 수 있는 중앙정당의 지방선거 참여가 제주지역에서 현실이 될 가능성이 점점 커지고 있다. 그 결과 도지사 선거가 한치 앞을 내다볼 수 없을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  기초의원후보 공천 배제 문제 불가사의한 현안 아니다.

중앙당의 기초의원 공천배제문제는 지난 대선유력 후보들의 공약사항이었다. 공천배제 문제에 관한 한, 여야 정당이 충분한 시간을 갖고 공론화 과정을 거쳐 필요한 입법과정을 거쳐 실행에 당연히 옮겨야 하는 사안이었다. 그렇지만 아쉽게도 그렇게 되지 못했고, 결국 정치권 스스로 이런 혼란을 가중시킨 원인제공자가 되버렸다.

사실 우리나라 중앙정당의 지방선거 후보공천권행사 문제가 국민적 관심으로 대두된 것은 어제 오늘 일이 아니다. 지방자치가 새롭게 부활한 1991년 이래 이런 저런 정치적 이해득실상황에서 뜨거운 논쟁거리가 되어 온 진부한 이야기다. 정치권이 국민을 위하여 일치된 결정을 내려 실행에 옮겼더라면 지금과 같은 분란은 발생하지 않았을 것이다.

그럼에도 여야정치권은 자신들에게 유·불리한 정치적 이해득실을 계산하는데 익숙해짐에 따라 이 제도의 정착에는 크게 관심을 두지 않았다. 오히려 이를 정략적으로 이용하는 데만 허송세월한 감이 없지 않다.  현재도 이 논란은 여전히 자신들의 정치적 이해득실의 알파와 오메가인 것처럼 호도되며 해결의 실마리를 찾는데 매우 소극적이다. 국민을 더 짜증스럽고 혼란스럽게 하고 있다.

지방선거에서의 후보공천 배제 문제가 불거진 이후 지금까지 그 주된 핵심은 주로 기초의원 후보공천권 행사 배제 문제로 비화되어 논란거리가 되곤 했다. 그 결과 어느 때는 중앙정당의 공천권 행사를 당연히 인정하여야 한다는 주장이 득세하였고, 어느 때는 중앙정당의 공천권은 배제되어야 한다는 주장이 첨예하게 대립된 가운데서 우세를 유지하기도 하였다.  그리고 논란의 주된 명분은 지방선거에 중앙정당의 참여로 인한 여러 가지 부작용과 폐해가 선거 때마다 드러남으로써 중앙정당개입에 대한 국민적 불신을 불식시키는데 두곤 했다.

1991년 지방선거에서는 기초의원선거에서만 후보의 정당공천이 배제되었다. 이어 1994년에는 정치개혁법의 일환으로 각종 선거법을 통합한 ‘공직선거 및 선거부정방지법’이 만들어지면서 정당참여 문제가 거론되었으나, 모든 지방선거에 중앙정당의 후보 공천권 행사를 허용하는 것으로 하는 입법이 이루어졌다.

1995년 전국 동시지방선거를 앞두고서는 또다시 여야가 대립하였고, 여당이 기초의원선거에서의 정당참여를 배제하는 쪽으로 입장을 정리하자 여야는 기초의원후보의 중앙정당 공천을 배제함은 물론 공천 배제된 기초의원 후보자의 중앙정당 소속임을 알리는 것을 금지하도록 하였다.

이런 가운데서 1999년 기초의원 후보의 정당표방금지조항에 대한 헌법소원이 제기되었다. 이에 헌법재판소는‘지방선거 중 기초의원선거의 후보자만 정당소속임을 표방하는 행위를 금지할 것인지 여부의 문제는 헌법에서의 정당보호 및 지방자치단체의 제도보장 취지, 우리나라의 정치문화와 지방자치에 대한 국민의식 등 제반사정을 헤아려서 입법자인 국회가 알아서 특정 후보자가 특정 정당소속임을 표방할 도록 할 것인지 말 것인지를 결정할 수 있는 소위 ‘입법권자인 국회의 재량의 영역에 속하는 사항’이라고 판시하여 이에 대한 논란은 잠재웠다.

아울러 헌법재판소는 특정 기초의원 후보자의 특정정당 표방을 금지하는 입법취지는 ‘기초의회의 구성 및 활동에 중앙정당의 영향을 배제함으로써 지역 실정에 맞는 순수한 지방자치를 실현하기 위하여 필요불가결한 것’이라는 입장을 제시하기도 하였다.

그런데 문제는 얼마 못가서 꼬였다는 점이다. 헌법재판소가 위의 결정내용을 번복하여 기초의원 후보자의 특정 정당소속임을 표방하는 행위금지는 후보자의 정치적 표현의 자유를 과도하게 침해하는 것임으로 위헌이라는 결정을 내림으로서 정치권의 논란은 다시 증폭되었다. 즉, 기초의원 후보의 중앙정당 공천 배제가 이루어지는 경우일지라도 특정 정당의 소속임을 표시하는 행위는 기초의원 후보자의 정치적 자유 신장을 위하여 허용되어야 한다는 취지의 결정을 내려 버렸다.

한마디로 법적 문제해결의 최후의 보루인 헌법재판소가 일관성을 유지하지 못함으로써 이 문제에 대한 혼란은 가중되었고, 현재까지 여야 정당 간에 옥신각신 하게 만들어 버렸다. 

개인적으로는 지방선거에서의 정당공천권 행사 또는 배제 문제는 법적 논리에 따라서 규범적인 판단이 절대적으로 요구되는 문제는 아니라고 본다. 오히려 입법권자인 국회가 어떤 입장에서 어떤 제도를 선택할 것인가 하는 입법상의 재량적 판단이 요구되는 문제라고 할 수 있다. 게다가 국회가 우리나라의 민주주의 현실, 지방자치의 현실, 국가선거와 지방선거를 어떻게 보느냐에 따른 시각 차이에서 비롯되는 입법권자의 결단의 문제라고 본다.

지방자치가 성숙되어 있는 선진국의 사례를 들여다보더라도 심각하게 옥신각신 할 문제는 아니라고 본다. 지방선거에 중앙정당의 참여가 일반적으로 보장되는 나라는 영국이다. 그래서 영국의 경우 의회(국회)로부터 지방의회에 이르기까지 구성원 대부분은 정당에 소속되어 있다. 의회정치가 정당중심으로 행해지기 때문에 전반적으로 중앙정당 본위의 지방선거가 실시되는 것을 당연하게 받아들이고 있다.

반면 미국이나 캐나다 등의 경우 정당참여를 당연한 것으로 보기 보다는 그 배제를 일반적으로 인정하는 나라다. 미국의 경우도 주(州)단위 선거는 정당 주도로 실시된다. 그러나 여타 지방선거는 정당참여가 허용되는 주 단위 선거와 그렇지 않은 것으로 나누어 볼 수 있다. 그 중 지방선거에 정당참여를 금지하는 주가 50개주 중 70%인 35개 주에 이르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특히 미국의 기초단체 중에 정당공천을 금지하는 곳이 80.8%로 정당공천을 허용하는 곳보다 4배 이상 많은 것은 시사하는 바가 매우 크다고 할 수 있다.

이처럼 외국의 경우 지방선거에서 중앙정당 참여여부 문제는 해당 국가의 헌법 등 규범적 판단에 근거하여 결정되기보다는 각국이 처한 정치적 상황이나 역사적 배경 및 국민의 정치의식수준 등에 의하여 결정되어야 하는 것으로 인식되고 있다는 것이다. 한마디로 그 국가에 적합한 참여형태를 선택하면 그 만인 문제로 보고 있는 것이다. 우리나라처럼 정당 간에 호들갑을 떨면서 심사숙고하는 채 해야 겨우 풀려 국민의 품으로 돌아갈 수 있는 문제는 아니라는 점을 외국 사례는 우리에게 보여주고 있는 것이다.

따라서 지난 대선과정에서 각 대선후보 진영에서 지방선거에서의 정당공천배제를 주된 공약으로 제시했었다면, 특히 그런 공약을 했던 후보가 당선되었다면 그 쪽에서 국민과의 약속이행 차원에서 당연히 실행에 옮기는 것이 국민에 대한 도리였다고 할 것이다.

그럼에도 여야는 지난 1여 년 동안 정당참여에 의한 공천배제공약의 이행을 이런 저런 이유를 들어 지금까지 차일피일 미루어 왔다. 이에 대하여 서로 궁색한 변명만 늘어놓고 있다. 6·4 지방선거를 불과 몇 달 남지 않은 현시점에서 왜 이 논란에 불을 지피고 있는지에 대하여 속 시원한 대답을 하지 않은 채 서로 암중모색하고 있다. 이해하기 어렵다. 오히려 이상야릇해 보일 뿐이다. 더욱이 그간의 여야 정당의 정치적 행태에 비추어 그 진정성을 쉽게 찾아볼 수 없게 하고 있다.

#  소위 ‘중진차출’ 후보선출의 공정성을 크게 훼손할 우려가 있다.

어느 정당이든 민주적 기본질서에 따라 자당의 정치적 의사결정을 통하여 국민을 행복하게 하는 것이 그 근본이다. 풀뿌리 민주주의를 신봉하고 헌법을 통해서 보장된 지방분권이 크게 훼손되지 아니하고 지방자치발전을 위하여 실질적인 지방분권 보장에 최선을 다하는 것 또한 마찬가지다. 이런 점에서 지방선거의 근본을 훼손할 수 있는 소위‘중진차출’ 운운하는 카드를 제시하는 행태는 정당본연의 정치행태는 아니다.

그럼에도 중앙정치권이 자신들에게 유·불리한 정치적 이해득실을 계산하는데 익숙해진 경험을 살려 주민자치의 풀뿌리 민주주의 정착에는 크게 관심을 두지 않은 채로 정략적으로 정치적으로 유리한 결과를 챙기려는데 골몰하고 있는 것이다. 자당 후보가 도지사로 당선되면 그만이라는 놀부 심보를 드러내는 것과 전혀 다르지 않다.

국민을 정치공학의 대상쯤으로 간주해버린 소위 여당의 ‘중진차출론’은 관점에 따라 달리 말할 수도 있겠지만, 정당의 지방선거에의 참여문제를 크게 왜곡시킬 수 있다는 점에서 전혀 간단해 보이지 않는다.

이 ‘중진차출론’이 지방선거의 판세가 유리하게 돌아가지 않은 지역의 도지사 후보를 자당 소속 해당 지역출신 중 지명도 높은 전·현직 중앙정치인을 후보로 내세우겠다는 국민을 향한 선전포고적인 정치행위로 비쳐질 수 있다는 점에서도 그렇다. 특히 정당은 그 목적·조직과 활동이 민주적이어야 하고, 국민의 정치적 의사 형성에 참여함을 천명하고 있는 헌법의 취지에 비추어서도 그렇다. 

게다가 설령 종전 지방선거에서 자당중진을 차출하여 당선자를 배출했던 사례가 있었다고  하더라도 중앙정당이 지방선거의 공정성을 크게 훼손할 수 있는 행태로 선거에 노골적으로 개입하려는 시도는 어떤 이유에서든 그 정당성을 인정받기 어려울지 모른다.  더욱이 차출이 난무하는 자당후보의 공천과정이 과연 민주적 기본질서에 따라 공정한 절차가 이행되어 그 공정성이 담보될 수 있겠느냐는 점에 이르러서는 아연 긴장하지 않을 수 없기 때문이다.

오직 지방선거 승리를 위해서 본인의 의사를 무시하고 득표력 있는 중량급 중앙정치권 인사를 수도권을 비롯한 제주도 등 주요 격전지역에 후보로 내세워야 한다는 자가 발전된 주장은 가능하다면 다소 아쉬울지 모르지만 성숙된 민주선거를 위하여 거둬들여졌으면 한다. 꼼수를 부리기보다는 공명정대한 정당 활동을 해 주었으면 한다. 대승적인 견지에서 정당의 본분을 다하는데 필요한 대안을 제시하고, 정당의 선거기능을 온전하게 보전하였으면 한다.

#  자유·민주국가에서 실질적 지방분권을 보장하는 것이 대세(大勢)다.

현대 자유민주국가의 대부분은 자율과 독자성이 강조되는 실질적 지방분권의 보장에 최선을 다하고 있다. 그럼에도 우리나라의 경우 지방자치의 역사가 일천할 뿐만 아니라 제도적으로나 현실적으로 본래 의미의 지방분권을 기대하는 것이 요원한 것으로 비판되고 있다.

특히 최근 중앙정부 주도의 행정체재 개편 등 일련의 중앙정부 중심의 제도개선 등으로 말미암아 현실적으로 지방자치제가 시행되고 있으나 실제로는 모든 것이 중앙정부에 집중되고 중앙정부가 지방행정을 좌지우지 하는 신(新)중앙집권화가 노골화되는 양상이 뚜렷해지고 있다.

이런 상황을 타개해줄 책무가 있는 국회가 우리나라의 풀뿌리 민주주의 현실을 직시하여 옳은 방향으로 나아가야 함에도 그렇게 하지 못하고 있다. 지금과 같은 실질적 지방분권이 이루어지지 못하고 모든 것이 중앙정부를 통해야 이루어지는 소위 ‘신(新)중앙집권화’가 일반화된 지방자치 현실을 직시하여야 함에도 합심하여 거들떠보려 하지 않고 있다.

▲ 백승주(행정·지방자치·지역개발·환경·협동조합전문가) C&C국토개발행정연구소 소장.

지방선거가 국가선거와는 달리 전체 국민에 의한 대표자 선출을 위한 것이 아니라 특정 지방자치단체의 관할구역 안에 거주하는 주민에 의한 지역의 대표를 선출 하는 제도라는 점을 고려하여야 함에도 이를 무시하려 하고 있다. 그 해답은 바로 나올 수밖에 없는 문제임에도 그렇다. 어쩌면 노골적으로 중앙정당들이 속 다르고 겉 다름을 보여주고 있는 얄궂은 양상이 드러나 있는듯하다. 

중진차출논란 또한 전혀 간단치 않아 보인다. 중진차출에 따른 정당 내부의 시비나 계파갈등 등 우려되는 상황을 차치하더라도 무엇보다도 유권자의 투표권 행사나 공무담임권 행사와 관련하여 국민적 논란 내지는 저항을 불러 올 수 있다는 점에서 심사숙고 해봤으면 한다. / 백승주(행정·지방자치·지역개발·환경·협동조합이론 전문가) C&C국토개발행정연구소 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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