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일 의원총회서 결의…선거구획정위 “한 줌의 정치적 고려도 없었다” 부글부글

   
제주도의회 민주당 소속 의원들이 주도한 ‘선거구획정 조례안’ 부결에 따른 후폭풍이 거세다.

조정대상이 됐던 이도2동 구남동(48·53통) 주민들은 조례안이 부결된 직후 마을 곳곳에 “선거구획정위원회 결정을 존중하라”고 적힌 현수막을 내걸고, 도의회를 규탄하고 나섰다. 사실상 민주당을 겨냥한 것이다.

선거구획정위원회 위원들도 부글부글 끓고 있다. 자신들이 6개월에 걸쳐 고심 끝에 내놓은 조정안을 부결시킨 것 자체가 “부실 조정안”이란 낙인이 찍혔기 때문이다.

김승석 전 위원장 등은 21일 보도자료를 내고 “선거구역 조정과 관련해서는 단 한 줌, 단 한 줄의 정치적 고려도 없었다”면서 부결 처리된 데 대해 ‘유감’을 표명했다.

특히 이들은 4.5선거구만 조정한 것이 ‘불순한 의도’가 있지 않느냐는 일부의 시선과 관련해서는 “지난 2009년 선거구 획정 당시 소위 ‘게리멘더링’ 요소를 제거하고, 5.16도로를 중심으로 구역을 재조정하는 것이 타당하다고 판단, 만장일치로 결정했다”고 반박했다.

이들은 또 “선거구획정위의 결정을 의회 권력으로 거부한 것에 대해 납득하기 쉽지 않았다. 오히려 정치적으로 당리당략적 차원에서 이뤄진 것이 아닌가 하는 의문을 가질 수밖에 없다”면서 “도민통합에 앞장서야 할 정치권이 오히려 구남동-도남동의 갈등을 조장하는 게 아닌가 하는 우려를 금할 수 없다”고 민주당을 정면 겨냥하기도 했다.

그러면서 이들은 “제주도의회는 지금이라도 선거구 획정안을 본회의에 상정해 논의함과 아울러 선거구획정위가 제출한 획정안을 존중해 처리해줄 것”을 정중히 요구했다.

새누리당 소속 도의원들은 부결된 조례안을 살려내기 위한 구체적인 방안을 논의하기 시작했다.

새누리당 소속 의원들은 21일 오후 1시20분 구성지 원내대표 사무실에 모여 부결된 조례안을 본회의에 상정하기로 입장을 모았다. 우선은 의장에게 직권 상정을 요구한 뒤 받아들이지 않을 경우엔 전체 의원 1/3이상의 서명을 받아 본회의 상정을 요구하기로 했다.

상임위원회에서 부결된 의안을 본회의에 상정하기 위해서는 의장 직권 또는 재적의원의 1/3분 이상 연서로 요구할 수 있다.

본회의에 의안을 상정해 처리하려면 먼저 본회의를 열어 상임위 부결 결과를 보고해야 한다. 휴회 중에도 1/3이상 의원들의 요구가 있으며 본회의를 재개할 수는 있다.

만약 새누리당 의원들이 1/3이상 서명을 받아 휴회 중 본회의 재개 및 부결된 ‘선거구획정 조례안’의 본회의 상정을 요구한다면 이후 의사일정은 전적으로 의장 몫이다.

▲ 제주시 이도2동 구남동(48·53통) 마을회가 ‘선거구획정 조례안’이 부결된 직후 마을 곳곳에 내건 현수막들. ⓒ제주의소리
현재 정당별 의석 분포를 보면 본회의 재개 및 ‘선거구획정 조례안’ 본회의 상정 요구에 따른 1/3이상 서명 요건은 무난히 달성할 것으로 예상된다.

현재 의석분포는 민주당이 17석으로 가장 많고, 새누리당 13석, 무소속 4석, 통합진보당 1석, 교육의원 5석 등이다. 조례안 처리에 찬성하는 새누리당과 무소속만 손잡아도 무난하다.

본회의에 상정되면 상임위원회의 결정(부결)이 뒤집어질 가능성이 높다.

선거 국면이니만큼 도의회가 추천한 인사까지 포함된 선거구획정위원회의 조정안을 부결시켰을 경우 “자치역량 강화에 찬물을 끼얹었다”는 역풍에 직면할 수 있기 때문이다.

앞서 행정자치위원회(위원장 김용범)는 19일 제314회 임시회를 속개해 ‘제주도의회의원 지역선거구 및 교육의원선거구의 명칭·구역 및 의원정수에 관한 조례 개정안’을 표결에 부쳐 찬성 1표, 반대 3표로 부결 처리했다. 새누리당 소속 의원 2명은 표결에 불참했다.

각계에서 추천한 11명으로 구성된 선거구획정위원회가 11차례의 회의 끝에 마련한 선거구획정 조정안이 부결되는 초유의 사태가 발생하자, 여·야가 당리당략에 따른 ‘밥그릇 싸움’에 골몰하다가 ‘민의’를 저버렸다는 비판이 거세게 일었다.

선거구획정위원회가 지난해 11월 내놓은 조정안은 주민정서와 생활여건, 인구수 등을 고려해 제주시 이도2동 구남동(48통·53통)을 4선거구(이도2동 갑)에서 5선거구(이도2동 을)로 변경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제주도는 이를 그대로 조례에 반영해 도의회에 제출했고, 제주도의회 행정자치위원회는 지난 18일 격론 끝에 결론을 내리지 못하고 심사를 보류하는 등 진통을 겪었다.

우여곡절 끝에 이튿날 재심의에 들어가자 본회의 상정 수순을 밟는 것 아니냐는 관측도 나돌긴 했지만, 행정자치위원회는 새누리당 의원 2명이 불참한 가운데 표결에 나서 재석의원 4명 중 민주당 의원 3명이 반대표를 던져 결구 조례안은 부결됐다.

이 때문에 민주당은 정치적 이해관계에 따라 조례안 심사를 지연시키다 표결로 부결시켜 도민사회의 혼란을 일으켰다는 비판에 직면했고, 새누리당도 적극적인 설득 등을 외면한 채 표결에도 불참함으로써 책임론에서 자유로울 수 없는 처지가 됐다.

만약 새누리당이 부결된 조례안을 본회의에 상정키로 해 새로운 국면이 전개되면서 민주당이 주도한 ‘조례안 부결’ 사태에 따른 후폭풍이 누구를 겨냥할 지 여·야가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제주의소리>

<좌용철 기자 / 저작권자ⓒ제주의소리. 무단전재_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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