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성훈 수사과장 24일자로 완주경찰서장 발령

지난 2개월여 동안 제주교육계를 벌벌 떨게 했던 조성훈 제주지방경찰청 수사과장이 24일자로 전북 완주경찰서장으로 인사이동 돼 제주를 떠나게 된다.

제주도교육감 선거가 끝난 다음날 그 누구도 예상치 못했던 오남두 교육감 당선자를 비롯해 후보 4명의 집과 선거사무실에 대한 전격적인 압수수색을 실시해 제주교육계는 물론 전국의 교육청에 찬바람을 씽씽 일게 했던 장본인이었다.

단일사건으로 66일이라는 최장기간 수사도 기록이었지만 43명 구속, 107명 불구속 등 사법처리 대상자만도 120명에 달하고, 경찰로부터 소환조사를 받은 사람만도 480명에 이르는 등 조성훈 수사과장이 이끄는 경찰청 수사2계팀은 그 동안 제주경찰이 보유하고 있던 모든 기록을 갈아치웠다.

수사초기 하루에도 수십명씩이 경찰에 불려나가고 교육감 후보진영으로부터 돈을 받은 내역이 기록된 리스트가 언론에 일부 공개되면서 "너무 실적에 매달리는 게 아니냐"는 지적이 제기될 때마다 그는 "앞만 보며 달려가겠다"며 주변의 여론을 애써 무시했다.

조 과장은 '실적용'이라는 이야기가 나올 때마다 "우리는 앞만 보고 달려갈 것이다. 이번에 비리를 뿌리뽑아야 총선도 깨끗하게 치를 수 있지 않겠느냐"며 오히려 언론에 협조를 당부하기도 했다.

조 과장은 또 지역사회의 눈에 보이지 않는 압력에 대해서도 "나는 제주출신이 아니라 부탁이 들어올 만한 연고가 없다. 지금 물러 섰다간 쏟아질 비난을 어떻게 감수하겠느냐."며 원리원칙대로 수사를 할 것임을 수시로 강조해 왔다.

교육감 불법선거의 전모를 한 꺼풀 한 꺼풀씩 벗겨 나가자 '제주의 소리'를 비롯한 언론사 게시판마다 조 과장을 칭찬하는 글들이 이어졌고 시민사회단체에서는 "압수한 돈(1억5000여만원)을 세느라 시간을 허비하지 말라"며 계수기를 전달하고 떡국까지 제공하는 등 파격에 파격을 거듭한 수사였다.

조 수사과장의 이 같은 명성은 마침내 청와대로까지 전달돼 노무현 대통령이 취임1주년 특별회견 자리에서 "제주도 교육감 선거에 그 결과를 처리하는 과정도 보니까 흔히 말하듯이 추상같이 하는 것 같지 않느냐"고 칭찬할 정도로 인기를 한 몸에 받아왔다.

또 자신이 이끌던 수사팀 3명을 특진 시키는 모습을 보여주기도 했다.

보는 이에 따라서는 '법의 수호자'로 때로는 '공포의 대상'으로 인식돼 왔던 조성훈 수사과장은 22일 교육감 불법선거 수사를 최종 마무리 짓고 평생 잊지 못한 제주경찰을 떠나게 됐다.

조 과장은 인사발령 소식이 전해지자 교육감 불법선거 수사팀인 수사2계 사무실을 찾아 그동안 수고했던 직원들과 일일이 악수를 나누면서 "고생했다. 교육감 선거하면서 정말 고생했다. 평생 잊지 못할 것이다"라며 격려했다.

한편 조성훈 과장의 완주경찰서장 발령은 첫 경찰서장으로 취임한다는 점에서 사실상 영전으로 평가되고 있다.
저작권자 © 제주의소리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