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현수의 복지칼럼> 보편적 복지제주 불가능할까 

몇 일전 페이스북에 도내 국립대학교 총장까지 지내고 명퇴하신 분이 쓴 글을 유심히 본적이 있다. 제주도가 도로공사 17km 포장 예산으로 524억을 배정하였는데 교육에 투자하는 비용은 582억으로 엇비슷하다며 교육을 천시하는 제주도를 비판하는 내용이다.

사실 제주도의 교육투자비는 이보다 높다. 법정전입금을 포함하면 약 1500억원이 넘는 것으로 알고 있다. 이 분의 말씀은 토건중심의 개발 사고에서 제발 벗어나 달라는 것이 핵심이다. 17km 포장예산이 524억원이면 1km 도로를 포장하는데 약 30억원이 소요된다.

‘지역아동센터’라는 사회복지기관이 있다. 빈부격차를 해소하고 아이들이 건강한 성장과 교육지원을 위해 김대중 정부 때 복지전달체계로 만들어 진 지역아동센터의 이용아동들은 저소득층의 맞벌이부모, 조손가정, 한부모가정, 해체가정 등 소위 가정위기에 있거나 위기가능성이 있는 아동들이 이용하고 있다.

양적으로 지속 확충되어 현재 제주에는 약 70개 정도 설치되어 있다. 반면 운영비 지원은 해마다 동결되거나 소액 증액으로 대부분 지역아동센터들은 교회 등 종교기관 등 시민들의 후원과 센터장의 후원자원 개발 능력으로 유지되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도로포장 1km의 가치인 30억원을 지역아동센터에 투자한다고 하자. 1개소 당 4천만원이면 제주도에 인가된 70개소 대부분에 추가 투자할 수 있는데 지역아동센터에 종사하는 동료들을 아실 것이다. 4천만원이 어떤 의미가 있는지를. 당장 아동들 끼니부터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 나아진 환경에서 교육도 가능하다. 월 100만원을 약간 상회하는 종사자 처우도 어느 정도 개선할 수 있다. 처우가 개선되면 서비스의 질 역시 높아질 것이고 결국 아동들이 건강하고 바른 성장을 촉진할 것이다.

제대로 아동들이 성장하여 사회적으로 필요한 사람이 될 수 있는 여지가 만들어 지는 것과, 교육과 보살핌에서 방임되고 사랑받지 못한 채 성장하게 되어 이들에 의한 사회적 문제에 대해 추가비용을 들이는 것 중 어느 것이 나을까. 수해방지예산을 초기에 대폭 투자할수록 수해를 덜 입는 것은 자명한 이치이다. 보편적 복지가 필요한 이유는 이 지점에 있다고 생각한다.

제주도의 사회복지재정은 3조 5천억원 중 7500억원 규모로 약 21% 수준이다. 서울시와 광주시 등 30%를 투자하고 있는 자치단체와 비교대상을 삼는 것 자체가 무리가 있고 2013년 안전행정부 순계예산 규모로는 전국 17개 광역시도 중 11위로 하위권이다. 서울시의 경우  토건사업 중 필요성 검토를 통해 과감히 삭감하여 복지재정에 투입하였다. 우리 귀에 익숙한 서울시립대의 반값등록금도 이를 통해 만들어 냈다.

제주도의 SOC사업(사회간접자본)예산은 2013년 기준 1조 3846억원 규모로 전체 도예산 3조 6668억원의 37%선이다. 도의회의 분석에 따르면 이 중 5% 정도는 정부 매칭 펀드가 아닌 자체 투자재정으로 금액으로는 약 700억으로 추정된다. SOC추진사업이 대부분 국책사업으로 국가의 성장전략 변화가 근본적으로 필요한 것이지만 자치단체가 할 수 있는 것이 아무것도 없는 것은 아니다.

700억원의 상당부분을 사람중심의 복지재정으로 투자하고 제주도의 정책의지대로 사용가능한 가용재원이 약 4천억원 규모인데 이 중 상당규모를 보육·일자리· 실업·건강 등 사회안전망 확충에 투자한다면 도민들이 느끼는 안전망과 복지 체감도는 다를 것이다. 문제는 도지사의 마인드와 의지이다. 개발중심으로 낙수효과를 기대하는 도백인지, 아니면 탄탄한 복지가 경제성장을 가능하게 하다고 믿는 도백인지에 따라 달라질 것이다.

제주도민들은 스스로 행복한지 유의미한 조사결과가 있다. 2013년 한국지방자치경영연구소의 도민 행복도 조사결과를 보면 행복 수준은 낮은 편이고 그 중 만족도가 높은 행복구간은 자연환경이며 만족도가 가장 낮은 행복구간은 건강과 복지영역이라고 답하고 있다. 한 조사기관의 결과를 일반화하는 것은 오류일 수도 있다. 전국대상으로 확대했을 경우 제주도민의 행복도가 높을 수도 있고 조사방법과 설문지의 구성방법에 따라 오류도 존재할 수 있다.

하지만 공신력 있는 기관이 발표한 제주의 삶의 질 관련 통계 역시 비슷하다. 2012년 질병관리본부가 발표한 비만율 조사 결과 광역시·도 전국 1위, 흡연율과 음주율은 3위를 차지하고 있다. 김용익 국회의원실이 조사 발표한 자살자 수는 전국 광역시·도 5위이다.

잘 살기 때문에 비만하다고 생각하면 오산이다. 비만이 높은 이유는 여러 요인이 있기는 하지만 사회적 스트레스 지수가 높거나 특히 청소년,아동의 경우 방임되어 식생활 조절을 하지 못함에 기인한다는 연구결과가 많다. 상류층일수록 비만율은 낮게 나타난다.

▲ 고현수 제주장애인인권포럼 상임대표.

이즈음에서 무수한 사람이 달리는 도로포장 1km에 소요되는 30억원과 도내 2100여명의 아동들이 이용하는 지역아동센터에 투자하는 30억원 가치에 대해 한번 생각해 볼 일이다. 제주만큼 사통팔달 모두 길인 곳도 또 있을까. / 제주장애인인권포럼 상임대표 고현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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