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분석] 민주-安 ‘신당창당’-‘원희룡 차출’ 현실화, 지방정치 ‘일희일비’
“여·야 불문 중앙당이 공천 좌지우지…시·도당에 실질적 공천권 부여해야”

   
제주정치권이 중앙 발(發) 쇼크에 일희일비하고 있다. 제주도지사 선거는 물론 광역의원 선거까지 요동치면서 한치 앞도 내다볼 수 없는 ‘시계제로’ 상태로 빠져들고 있다.

무엇보다 예측 불허의 돌발 상황이 연이어 터지면서 선거를 여러 번 치러본 백전노장뿐 아니라 수년간 지방선거 하나만을 보고 준비해온 정치지망생들은 그야말로 ‘멘붕’이다.


◇ 민주-安 ‘신당 창당’ 깜짝 발표, 새누리 ‘공천 룰’오락가락…지방자치.정치 '실종'

3월 들어 지방정가를 강타한 사건은 민주당과 새정치연합이 일요일에 전격적으로 발표된 ‘6.4지방선거 전 제3지대 신당 창당’ 선언이었다.

이로 인해 새누리당-민주당-새정치연합(안철수신당) 3파전 구도로 굳어질 것 같던 제주도지사 선거는 말 그대로 판이 뒤집어졌다. 결과적으로 도지사 선거판은 새판 짜기가 불가피하게 됐다.

현재 민주당은 예비후보로 등록한 고희범 전 도당위원장과 아직 등록하지 않은 김우남 국회의원이 있고, 새정치연합은 예비후보로 등록한 박진우 한국어류연구소 대표와 신구범 전 지사, 아직 예비후보 등록을 하지 않고 사태를 지켜보고 있는 강상주 전 서귀포시장이 있다.

5명이 겨루는 예선전을 통과한 최종주자가 결국 제주도지사 선거판의 야권 후보로 나서게 되는 상황. 이 때문에 예비후보들의 정치적 셈법은 더욱 복잡해지게 됐다.

일단 야권에서는 신당 창당에 환영하는 분위기다. 민주당은 즉각 환영의 뜻을 밝혔고, 신구범 전 지사는 “정치는 생물이다. 예상했지만 생각보다 빨랐다”며 담담히 받아들이는 분위기다. 강상주 전 시장은 미처 예상하지 못한 듯 “상황을 파악하고 있다”며 말을 아꼈다.

현재로서는 중앙에서의 창당 논의방향을 예의주시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무엇보다 광역의원 선거에 뛰어든 정치지망생들은 그야말로 ‘멘붕’ 상태다. 당장 한 장 뿐인 공천장을 놓고 ‘룰’이 어떻게 정해질 지에 좌불안석이다.

상대적으로 지역구 출마 후보자가 적은 새정치연합(안철수신당) 쪽이 오히려 느긋한 편이다. ‘신당 창당’의 합의정신인 이른바 ‘5대5 원칙’ 수혜자가 될 수 있다는 기대감 때문이다.

안철수 신당 창당 초기부터 깊숙이 관여해온 A씨는 “우리나 저쪽(민주)이나 중앙 상황을 예의주시하고 있다”면서 “현재로서는 지금까지 해왔던 것처럼 각자의 입장에서 최선을 다할 뿐”이라고 말을 아꼈다.

또 다른 B씨는 “전혀 예상치 못한 돌발 상황이 발생, 지난 4년간 준비한 꿈이 하루아침에 물거품이 될 수도 있다는 생각에 며칠째 밤잠을 설쳤다”면서도 “그래도 유권자들과 만나면서 ‘잘 될 것’이라는 말에 힘을 내고 있다”고 말했다.

새누리당도 어수선하기는 마찬가지다.

야권의 ‘신당 창당’ 합의로 위기감이 고조되면서 ‘중진 차출론’에 더욱 힘이 실리고 있기 때문, 일찌감치 경선을 준비해온 예비후보들로서는 ‘죽 쒀서 개 주는 꼴’이 될 수도 있다며 ‘룰’ 변경 가능성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이는 당헌·당규에 ‘상향식 공천’을 원칙으로 못 박으면서도 ‘제한적 전략공천’ 가능성을 열어놨기 때문. 예외 규정이 대원칙을 훼손하는 ‘막후 정치’가 가능한 이유다.

사실상 원희룡 전 의원은 제주도지사 선거 출마를 기정사실화 하고, 당 지도부에 요구한 ‘경선 룰’ 조정문제만 해결되면 곧바로 출마를 공식 선언할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 정책선거 실종 ‘중앙당 눈치 보기’ 만연…“예외 없이 공천권 시·도당에 이양해야”

상황이 이렇게 급박하게 돌아가면서 우근민 지사의 행보가 더욱 주목받고 있다.

우 지사 측은 4일 시작된 공천 후보자 접수 및 출마 선언 준비를 잠정 중단했다. 우 지사는 분위기 파악 차 3일 오후 늦게 서울행 비행기에 몸을 실었다.

우 지사 측 관계자는 “원희룡 전 의원이 어떤 행보를 보이느냐에 따라 우리의 대응도 달라질 것”이라며 “아직은 정국 상황을 더 두고 봐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사실상 탈당 후 무소속 출마 가능성까지 열어놓은 셈이다.

만에 하나 우 지사가 탈당→무소속 출마의 길을 선택할 경우 도지사 선거판은 다시 3파전으로 재편되겠지만, 예전처럼 힘의 균형을 유지할 지는 미지수다.

이 같은 우 지사의 행보 역시 “중앙당 눈치 보기”라는 지적이 많다.

새누리당 제주정치권의 한 관계자는 “보는 사람 입장에서는 선거판이 역동적이어서 보는 재미가 있을지 몰라도, 정당이나 캠프, 당사자들은 피가 마른다”면서 “그런 측면에서 제주는 중앙정치에 휘둘리는 정치변방 신세를 면치 못하고 있다”고 토로했다.

이 관계자는 또 “도지사선거의 경우 당심이나 민심보다 중앙당 지도부의 의중이 전체 판을 좌지우지하고 있다. 이대로는 누가 공천을 받든 심각한 후유증을 겪을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이 같은 지방정치의 중앙예속 현상을 극복하기 위해서는 말로만 ‘상향식 공천’이 아닌 실적적인 공천권한을 시·도당으로 내려 보내야 한다는 지적이 설득력을 얻는다.

제주대학교 정치외교학과 김진호 교수는 “87년 6월 항쟁 이후 지방자치가 부활됐지만, 여·야 할 것 없이 중앙당이 공천권을 행사하면서, 지방정치의 중앙예속을 더욱 심화시킨 측면이 있다”면서 “최근 새누리당에서 나오는 ‘중진 차출론’이나 민주당과 새정치연합의 ‘신당 창당’ 합의 등은 지역의 의사와는 전혀 무관하게 진행된 것이다. 이런 것들이 지역정치를 더욱 골병들게 한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김 교수는 “여전히 중앙정치권에서는 중앙당과 시·도당의 관계를 수평적 관계가 아닌 수직적 관계로 보는 측면이 강하다”며 “제대로 된 ‘상향식 공천’이 이뤄질 수 있도록 공천권을 과감하게 시·도당으로 이양하는 것이 지방정치를 살리는 지름길”이라고 제언했다.<제주의소리>

<좌용철 기자 / 저작권자ⓒ제주의소리. 무단전재_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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