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 신평·무릉 곶자왈·올레길 무차별 훼손…IUCN 지정 희귀종 백서향도 수백그루 피해

 

▲ 올레 11코스 중 훼손이 심한 부분(붉은 선). <제주올레 홈페이지 캡쳐>

재선충 고사목 제거 과정에서 선흘 곶자왈이 훼손된 데 이어 이번엔 서귀포시 대정읍의 신평과 무릉곶자왈 일대가 무차별로 파괴된 모습이 포착됐다.

<제주의소리>는 지난 3일과 8일 두 차례에서 걸쳐 올레 11코스 12km 일대부터 16km 지점까지 숲이 상당부분 훼손된 현장을 확인했다. 특히 최대한 자연지형을 따라 걷던 '제주올레' 코스의 형체를 찾아볼 수 없을 정도로 숲이 허물어진 경우도 있는데다, 이 일대가 곶자왈 지대라는 점에서 그 심각성이 더 했다.

올레길 11코스의 마지막 구간인 속칭 '정개왓' 광장을 지나 무릉2리 교차로로 향하는 1km 정도 부근은 ‘초토화’라는 표현이 걸맞을 정도로 그 훼손 정도가 매우 심각했다. 원래 오솔길 정도 너비의 올레코스 였다는 것을 도무지 알아챌 수 없을 정도로 숲 일대가 파헤쳐진 것.

숲길이 좌우 사방으로 넓혀져 있어 길을 잠시 잃어버렸을 정도였다.

더 큰 문제는 곶자왈도 파괴된 흔적이 역력하다는 것. 이 부근은 대부분 원시림 상태로 잘 보존되어온 곶자왈 지대다.

수백 그루의 나무가 베어진 것은 물론 이를 운반하기 위해 인근 수풀과 관목이 베어졌다. 특히 IUCN 지정 희귀종으로 곶자왈에서 자라는 것으로 알려진 백서향이 꺾이거나 찢겨져 나간 모습들도 다수 포착이 됐다. 이 부근에서만 300개체에 가까운 백서향이 피해를 입었을 것으로 추정된다.

 

▲ 올레 11코스 마지막 구간인 무릉곶자왈 일대. 사방으로 통로가 뚫려 길을 잃기 십상이다. 올레 매듭 표식이 없었으면 올레라는 것을 파악하기도 힘들 정도다. ⓒ제주의소리
▲ 올레 11코스 마지막 구간인 무릉곶자왈 일대. 희귀식물인 백서향이 훼손된 것이 발견됐다. ⓒ제주의소리
▲ 올레 11코스 마지막 구간인 무릉곶자왈 일대. 사방으로 통로가 뚫려 길을 잃기 십상이다. ⓒ제주의소리

신평 곶자왈 부근도 사정은 마찬가지. 좁은 오솔길이었지만 재선충 방제 작업을 하면서 급속히 넓어져 본 모습을 잃어버렸다. 소나무를 배어낸 부근에는 길을 내기 위해 종가시나무 등 주변의 식생을 모두 깎아내 버렸다. 곶자왈의 나무들이 잘린 채 쌓여있는 모습을 쉽게 목격이 가능했다.    

평소 이 코스를 자주 지나다니는 마을 주민 강모씨는 “원래 이 올레길은 소로(小路)였는데 포크레인과 중장비들이 왔다갔다 하도록 길을 완전히 무슨 도로처럼 넓혀버렸다”며 “올레 11코스 마지막 5.5km는 곶자왈 구간으로 보호해야 할 지점이 있는데 그 곳도 파헤쳐버렸다”고 안타까워 했다.

 

▲ 신작로가 된 올레길. 올레 11코스 신평곶자왈 구간. 재선충 고사목 제거를 위해 곶자왈을 상당 부분 훼손시켰다. ⓒ제주의소리
▲ 올레 11코스 신평곶자왈 구간. 재선충 고사목 제거작업 과정에서 곶자왈이 상당 부분 훼손됐다. 작업 도로를 내기 위해 베어낸 나무들이 곳곳에 보인다. ⓒ제주의소리

재선충 고사목 방제 방식 점검 필요한 시점

더 큰 문제는 앞으로 이 같은 구간이 더 늘어날 가능성이 높다는 점.

실제로 11코스 신평곶자왈 내부 곳곳에는 방제가 필요한 재선충 고사목들이 쉽게 눈에 띤다. 기존 방식대로 방제를 할 경우 올레길 11코스는 상당부분 유실되고 ‘올레’라는 본래 명칭이 무색해질 것으로 예상되는 이유다.

김정순 곶자왈사람들 사무처장은 “이런 형태의 방제는 빈대 잡으려다 초가삼간을 태우는 격”이라며 “오름, 계곡, 곶자왈 마다 다 특성이 있는데 이를 감안한 메뉴얼은 존재하지도 않는다”고 비판했다.

또 “사전조사나 전문가 의견은 있었는지, 또 곶자왈이라는 것을 고려를 했는지 의심스럽다”며 “앞으로 이런 식으로 얼마나 많은 곳이 파괴될지 모른다”고 경고했다.

이영웅 환경운동연합 사무국장은 “이 지역은 다른 곳에 비해 고사목의 양도 많지 않고 곶자왈은 굳이 보존에 대해 얘기를 따로 꺼낼 필요가 없을 만큼 중요한 지역인데 길을 내고 차량이 들어가서 파쇄하는 방식만을 쓰는 건 바람직하지 않다”고 비판했다.

 

▲ 이 안내판에는 '신평-무릉간 곶자왈은 세계 유일의 독특한 숲으로 제주올레에 의해 처음으로 일반에게 공개되었다'고 적혀 있다. 또 앞서 사진을 촬영한 현장에서 몇 백미터 떨어지지 않은 '제주 무릉곶자왈 숲길'은 2008년 제9회 '아름다운 숲 전국대회' 숲길 부문에서 아름다운 공존상(우수상)을 수상한 곳이다. ⓒ제주의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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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준영 기자 / 저작권자ⓒ제주의소리. 무단전재_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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