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국립농산물품질관리원이 과거 별도 진행하던 경영체 등록과 직불금 신청을 통합 운영하면서 직불금 신청에 나섰던 농민들이 까다로운 절차에 애를 먹고 있다.
경영체 등록 통합신청으로 혼선...수입-부채 등 개인정보 요구도 ‘논란’

지난 7일 오전 서귀포시 동부 한 마을 리사무소. 조건불리지역 직불제 신청을 위해 농민 수십여명이 몰려들자 리사무소 관계자의 등에서 식음땀이 흘러내리기 시작했다.

신청서를 집어든 농민들이 문항에 대한 질문을 쏟아내고 일부 농민들이 항의까지 하면서 현장이 순간 아수라장으로 변해갔다. 당분간 도내 대부분 리사무소에서 벌어질 상황이다.

제주시와 서귀포시, 국립농산물품질관리원 제주지원(이하 농관원)은 2월부터 6월까지 각 마을별로 밭과 조건불리지역에 대한 직접지불사업(직불금) 신청을 받고 있다.

직불금이란 밭과 조건불리지역 농민들의 소득안정을 도모하고 주요 밭작물의 자급률을 높이기 위해 ‘농어업.농어촌 및 식품산업 기본법’ 등에 근거해 농가소득을 보전하는 사업이다.

농가별 직불금 신청은 매해 이뤄졌지만 이번처럼 현장에서 혼선을 빚기는 처음이다. 농가와 리사무소 직원 모두를 혼란에 빠뜨린 것은 바로 농업경영체 갱신과 직불금 신청이 함꺼번에 이뤄진 탓이다.

농업경영체 등록은 일종의 사업자등록과 같은 제도로 농업인의 개인 신상 정보와 농작물 생산 현황, 직불금 신청여부, 소득과 자산, 부채 등을 한눈에 알아볼 수 있다.

▲ 농업경영체 등록 신청서에는 농가의 연간 수입은 물론 고정자산과 금융자산, 재고자산, 농업과 가계용 부채 등을 모두 기입하도록 하고 있다.
직불금 신청은 행정시가 담당하는 것과 달리 농업경영체는 농관원에서 주관하는 정책이다. 농림축산식품부는 올해 2월부터 농업경영체 등록과 직불금 신청을 통합해 운영하고 있다.

정부가 별도로 이뤄지던 신청사업을 통합하면서 일선 농가들은 다량의 신청서 작성과 관련서류 제출 등 직불금 신청을 위한 절차가 까다로워져 혼선을 빚고 있다.

농업경영체 신청서만 14페이지에 달하고 관련 서류도 제출하도록 해 직불금 신청을 위해 리사무소를 찾았다 짜증만 내고 발길을 돌리기 일쑤다.

신청서에는 개인 신상정보는 물론 농지와 재배면적, 연간 판매량은 물론 연간 농업조수입과 농업소득, 고정자산, 금융자산, 재고자산, 부채 현황 등 모든 정보를 총망라하고 있다.

직불금 신청을 위해 개인정보에 수입과 부채 금액까지 요구하자 일부 농가들은 사업신청과 동떨어진 정보 요구라며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실제 7일 소동이 빚어진 서귀포 지역 한 마을리사무소에서는 수십여명이 직불금 신청을 하다 발길을 돌려 오전에 단 9명만 신청서를 작성하는 난감한 상황이 펼쳐지기도 했다.

▲ 직불금 신청을 위해 다량의 개인정보를 수집하는 것을 두고 일부 농민들이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당시 직불금 신청에 나섰던 김모씨는 “직불제 신청을 하려다가 문서 작성에 애를 먹어 중간에 포기했다”며 “자산과 부채는 왜 수집하나! 요구하는 각종 서류도 너무 많다”고 지적했다.

김씨는 또 “나이 든 어르신들은 작성법 자체를 몰라 직불금 신청이 어렵다”며 “다른 곳과 달리 우리 마을에서는 도장까지 요구하는 등 신청 절차도 제각각”이라고 주장했다.

농관원도 현장 상황은 인정하면서도 정책을 따를 수밖에 없다는 입장이다. 과거와 달리 농업경영체 등록자에 한해 직불금 신청이 가능한 만큼 서류작성은 필수라는 얘기다.

제주 농관원 관계자는 “작성 내용이 많은 것이 사실이다. 그래서 각 리사무소에 직원들을 파견해 안내를 하고 있다”며 “최대한 농가의 불편을 줄이기 위해 노력중”이라고 밝혔다.

부채 등 과다정보 요구라는 지적에는 “수입과 부채 등은 세금 부과 등에 활용되지 않는다”며 “농가의 현황을 파악해 보다 실현가능한 정책을 펴기 위해 불가피하게 수집하는 내용”이라고 말했다.

농관원은 예정대로 각 마을별로 농업경영체 등록과 직불금 신청을 통합해 받고 6월15일까지 읍면지역은 물론 동지역까지 신청접수를 완료키로 했다. 예상 농가는 4만 가구다.<제주의소리>

<김정호 기자 / 저작권자ⓒ제주의소리. 무단전재_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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