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무병의 제주, 신화 2] (3) 하늘의 두 신궁, 삼천천제석궁과 열두시 왕궁

 

▲ 하늘궁전의 모형도, 4당클. ⓒ문무병

제주 신화 ‘본풀이’가 그려내고  있는 우주(宇宙) 공간 ‘신들의 세계’는 하늘에 두 신궁(神宮)이 있고, 땅에도 두 신궁이 있다는 4개의 신계(神界)로 우주공간을 나누고 있는데, 여기서는 우선 하늘의 두 신궁, 하늘 제1궁 삼천천제석궁(三千天帝釋宮)과 제2궁 열두시왕궁[十二十王宮]에 대해 이야기하고, 제2부에서 땅의 신궁들을 살펴보기로 하겠다.

제주 사람들이 그리고 있는 하늘은 어떤 하늘이며, 관념체계로서 제주인의 우주관(宇宙觀)을 어떻게 반영하고 있는가. 우리 눈에 보이는 하늘은 세계 어느 지역의 사람에게도 똑같이 보이는 하늘, 낮이나 밤의 하늘을 보며 꿈도 꾸는 하늘이다.

하늘을 보며 태양의 운행을 이야기하기도 하며, 24절후를 가르기도 한다. 하늘의 달을 보며 계수나무가 박힌 달, 쟁반같이 둥근 달이라 노래하기도 한다.

신새벽의 동쪽 하늘에서 떠오르는 일출을 보고 탄성을 지르기도 하고, 저녁 석양을 노래하기도 한다. 그리고 20세기 들어서면서는 달나라 우주여행의 꿈을 실현하게도 되었고, 미래의 우주는 어찌 해석될지 모르는 현실계 인간세계의 하늘, 우리가 보고 느끼고 꿈꾸는 하늘은 모든 세계인들에게 같은 하늘이다.

그러나 하늘에 대한 관념체계는 동서양이 다르고, 나라마다 민족마다 다르며, 크리스도교와 불교의 주장이 다르며, 원주민마다 지니고 있는 원석 같은 의식이 다르다. 하늘에 천국이 있다고도 하고, 하늘을 우주 삼천대천세계라 표현하기도 한다. 우리 문화와 동질의 문화전통을 가진 한류나, 요하문명과 괘를 같이하는 시베리아 야쿠트 샤먼의 주장대로라면, 샤먼의 영혼은 몸[肉身]을 떠나 천상계와 지하를 떠도는데 이를 엑스타시[脫魂]이라 했다.

이 이야기는 샤먼[巫-심방]은 그의 몸에서 신[神靈]이 나와 지하계와 천상계의 떠돌며 신들과 인간을 접신(接神)케 한다는 것이며, 신의 세계는 천상계와 지하계에 동시에 존재한다는 것이다. 그리고 이러한 샤먼[巫]의 접신체험은 신이 몸에서 나오는 엑스타시[ecstasy脫魂]의 반대현상 천상과 지하, 또는 자연을 떠돌던 외부의 신[神靈]이 몸으로 들어오는 포제션[possession憑神]의 접신체험도 가능하다는 것이다.

그러한 신 관념은 하늘의 신계와 지하의 신계를 같이 이야기한다. 그런데 제주의 신화 ‘본풀이’가 이야기하는 신들의 세계는 저승 지하계가 따로 있지 않고 하늘에 또 하나 존재한다는 것이다. 그러므로 우리는 제주인의 신 관념을 완성한 ‘하늘 두 신궁’ 또는 ‘두 하늘’로 이야기하는 제주인의 하늘에 두 개의 저승 신궁이 있다는 양궁론(兩宮論)을 이해해야 한다.

그러한 의미에서 제주 사람들이 그리는, 꿈꾸는 하늘, 관념체계를 만들어낸 하늘은 두 하늘이며, 하늘에는 두 개의 저승 신궁이 있다는 것이다. 현실계에 살아있는 사람이 살고 있는 세상, 이승이 아니라 죽은 사람이 사는 저승, 하늘 두 궁전[兩宮]이 있는 천상계는 제1궁, 삼천천제가 다스리는 궁전이란 뜻에서 삼천천제석궁(三千天帝釋宮)이 있으며, 이 궁전은 높은 신들의 궁전이란 뜻에서 어궁(御宮)이라 하며, ‘심방이 죽어서 가는 저승’이란 뜻에서 삼시왕[三十王]이라 한다. 그리고 하늘 제2궁 열두시왕궁은 달리 열시왕 또는 시왕[十王]이라고도 하며, 이곳은 ‘사람이 죽어서 가는 저승’이다. 사람이 죽으면 땅[地下]에 묻힌다. 그렇다면 사람이 죽어서 가는 저승은 죽은 사람이 묻힌 땅 지하에 있어야 한다.

그런데 제주 사람이 죽어서 가는 시왕[十王]은 하늘에 있다 하며 지하의 세계를 인정하지 않는 제주인의 저승관은 어떻게 해서 만들어졌을까. 제주인의 우주에 대한 상상력, 천상계에 세운 죽음의 세계, 인간이 죽어서 가는 저승, 열시왕[十王]은 하늘에 있다 저승관은 제주 신화 <차사본풀이>에 근거를 두고 있다.

<차사본풀이>에 의하면, 저승왕 염라대왕을 이승에 잡아올 만큼 영리하고 똑똑한 차사 강림이가 죽었다. 저승왕 염라대왕과 이승왕 김치 원님은 서로 강림이를 자신의 부하로 삼으려 했다. 이승을 다스리는 김치 원님은 형체가 있는 강림이의 몸[肉身]을 가져갔고, 저승을 다스리는 염라대왕은 형체가 없는 강림이의 영혼[靈魂]을 가져갔다.

이리하여 강림이의 혼백(魂魄), 영육(靈肉)은 서로 이승엔 몸이 남고, 저승엔 영혼이 떠나, 육신은 이승에서 썩어 흙이 되었고, 저승왕이 가져가버린 강림이의 영혼처럼, 사람이 죽으면, 지하에 묻힌 육신은 썩어 없어지고, 죽은 사람의 영혼은 하늘에 올라간다고 하게 되었다. 그리하여 사람이 죽어서 가는 저승 열시왕[十王]이 하늘에 생겨나, 심방이 죽어 가는 저승 삼시왕과 두 개의 하늘 신궁을 이루게 되었다.

인간은 신의 이야기를 하여, 신들을 찬양하며 하늘 두 궁전의 문을 연다. 신에게 의지하면, 인간은 ‘신나락 만나락 하여’, 신과 더불어 사람도 신나는 신화공동체를 완성하였다. 그리고 때로는 큰대[宇宙木]을 세워 신을 불러 하늘나라를 지상에 건설하고 굿을 하였다. 맑고 공정한 저승법으로 이승을 다스렸다. 세상에 신들의 세계를 지상에 건설하였던 것이다. 두 신궁 안에 있는 신들의 세계, 저승법으로 이승 현실세계를 제도하는 본풀이 굿법을 완성하였다.

 

   

신이 본을 풀면, 신나락 만나락 하며, 신화의 세계를 들어간다는 것은 하늘 신궁의 문을 열어 신의 세계로 들어가는 길을 닦아가는 것, “신질을 발루는 일이다(신의 간 길을 바로잡다).” 그러므로 신이 내린다는 것은 신나는 일, 신화의 스토리텔링 작업이며, 에너지 넘치는 예술행위이지만, 신 길을 닦는다는 것은 예술보다는 노동에 가깝다.

길을 닦는 작업, 거칠고 험한 가시덤불의 형극(荊棘)을 평평하고 잘 다져진 길, 신 길이 되게 하여 신의 세계로 가는 다리를 놓는 <질치기(길닦기)>는 신의 세계를 여는 축제의 완성 과정이다. 그리고 신들을 제청에 모셔드리는 <제청신도업>이 있다. 신을 모으는 일을 ‘신수퍼산다(신들을 모은다)’고 한다.

이것도 신을 모으는 청신의례(請神儀禮)이며, 신들을 청하여 모시고, 세계를 연다는 것이며, 신을 모으는 것은 축제의 시작, 신이 내린다. “신명이 난다”는 것이다. 이렇게 신화는 굿을 전제로 한다. 굿이 있으므로 신들의 세계를 열면 신이 내린다.(降神)

신의 세계를 열어 나가는 것을 <질치기>라 한다. 질치기는 가시덤불[荊棘]을 헤치고, 파고, 덮어, 다리를 놓는 것인데, 길을 닦는 일 <질치기>는 모든 맞이굿이 다 똑 같은 작업이지만, 신의 성격과 능력에 따라 신의 세계가 다르기 때문에 해석 자체가 달라져야 한다.

신화의 세계를 신 길을 닦는 과정으로 본다면, 태초에 세상이 창조되던 왁왁한 어둠을 헤치는 창세의 다리 <천지왕다리>를 놓는 것으로부터 길을 트면, 삼시왕 무조 젯부기 삼형제가 삼천천제석궁 깊은 궁에 갇힌 어머니를 구하고, 어주에 삼녹거리에 신전 집을 지어, 어머니 자주명왕아기씨를 모셔와 악기의 신 너사무너도령이 어머니를 모시고 연물을 치며 굿법을 열었던 ‘초공 신길’, <초공다리>를 놓고, 서천꽃밭의 생명꽃, 번성꽃, 환생꽃을 따다가 병든 자를 고치고,

죽은 자를 살리는 ‘이공 꽃길’ <이공다리>를 놓고, 삼공 가믄장아기가 아버지 강이영성과 어머니 홍은소천을 찾으려고 100일 봉사잔치를 하여 아버지의 눈을 뜨게 하던 ‘삼공 전상길’ <전상다리>를 놓고, 차례로 신의 세계를 열어가,

불도땅에서 아기들을 키워주는 삼싱할망다리, 칠원성군다리, 구할망다리, 심방집 당주다리, 사가집 시왕다리, 요왕다리, 곱은멩두다리 등 모든 신길을 다 닦고 다리를 놓는 것이, 신화 본풀이를 노래하여, 신을 살려내는 ‘신나락 만나락 하는(신명나는) 일’, 신화의 세계, 신화공동체를 완성하는 길이다. 그리하여 문제를 풀어 다리를 건너는 것이 신화의 세계를 완성하는 것이다.

▲ 문무병 제주신화연구소장·민속학자.

결국 신화의 세계 가운데 하늘 양궁의 문제를 푸는 것은 하늘 양궁으로 가는 신길을 바로잡는 것이며, 신화를 통해 신을 부르고 신을 대접하여 보내는 것이며 이는 결국 우리들의 칭원한 영혼들이 이승을 떠나 이승과 저승 중간쯤에 있다는 거친 들판 ‘미여지벵뒤’에서 영혼들과 이별하고, 영혼을 저승 상마을로 보내 나비로 환생케 하는 것이니, 신화를 노래하는 공부는 영혼을 저승으로 보내는 아름다운 의식이다. / 문무병 제주신화연구소장·민속학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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