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 강정이다. 지금도 강정마을에는 노란색 ‘해군기지 결사반대’ 깃발들이 대나무에 높이 매달려 7년째 나부끼고 있다. 그 사이 마을공동체는 완전히 붕괴됐고, 전과자가 된 주민도 백명이 넘는다. 일부는 이들에게 ‘종북’딱지까지 붙이기도 했다. 그러나 공정률 60%를 넘기면서 사실상 원상회복은 어렵다는 게 중론이다. 출구전략이 나오는 배경이다. 이번 지방선거는 그런 의미에서 매우 중요하다. 세 차례에 걸쳐 ‘강정의 눈물’을 닦아줄 해법을 모색해본다. [편집자 주]

▲ 제주해군기지 갈등 문제가 6.4지방선거 쟁점으로 급부상하고 있다. 공개적으로 ‘출구전략’이라는 단어가 언급된 적은 없지만 사실상 ‘출구전략’ 논의 필요성에 대한 공감대가 형성되고 있다. ⓒ제주의소리

[왜 또 강정인가] <상> 8년째 표류, ‘출구전략’ 왜 나왔나

출구전략. 군사전략에서 비롯된 용어로서 작전지역이나 전장에서 인명과 장비의 피해를 최소화하면서 철수하는 전략을 의미한다.

지난 2007년 제주해군기지 건설공사가 시작된 제주해군기지(민군복합형 관광미항)에 대한 ‘출구전략’이 모색되기 시작했다. 물론 아직까지 공개적으로 ‘출구전략’이라는 단어가 언급된 적은 없다.

군불은 제주출신 국회의원들이 먼저 땠다.

강창일·김우남·김재윤·장하나 의원은 지난달 26일 ‘사면·복권 및 갈등해결협의체 구성 등을 통한 제주 민군복합항 관련 갈등해결 촉구 결의안’을 발의한 것.

제주해군기지를 둘러싼 갈등이 8년째 지속되는 동안 강정마을 공동체는 붕괴되고, 갈등은 더욱 심화됐을 뿐만 아니라 주민들의 정신적 고통 역시 치유되지 않고 있다는 게 결의안 발의 배경이다.

이들은 특히 “정부가 고통 치유와 갈등해소에 적극적인 의지를 보이지 않은 채 사실상 이를 방치하면서 정부와 주민 간의 대화마저 완전히 단절됐다”고 지적했다.

이들은 결의안을 통해 구체적인 ‘출구전략’을 제시하기도 했다.

△사법처리자에 대한 즉각적인 사면·복권 △정부-제주도-강정주민 등이 참여하는 갈등해결 협의체의 조속한 구성 △주민의 참여 없이 수립된 지역발전계획의 재수립과 국가지원 강화 등이다.

이번 지방선거 국면에서 ‘출구전략’ 논의를 수면 위로 끌어올린 건 새정치민주연합의 신구범 제주도지사 예비후보(전 제주도지사)다.

신구범 예비후보는 지난 20일 정부와 정치권에 강정마을 주민에 대한 편견의 불식과 관용을 당부하는 한편 6.4 지방선거 제주도지사 출마예정자에게 강정 해군기지 문제 해결방안을 논의하기 위한 토론회를 제안했다.

이에 새정치민주연합 고희범 예비후보와 김우남 국회의원은 “신구범 예비후보가 제안한 토론회 개최를 적극 환영한다. 조속한 시일 내에 토론회가 개최될 수 있도록 힘을 모으자”며 여당 후보들에게도 참여를 요청나고 나섰다.

아직까지 여당후보들의 공식 반응이 나오지는 않았지만, 원론적으로는 ‘강정마을 해법 마련’에는 공감하고 있다.

특히 그의 등장만으로 도지사 선거판을 뒤흔든 원희룡 새누리당 예비후보는 출마기자회견에서 “강정마을은 특별한 아픔”이라며 “진정을 다해 대화해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신구범 후보가 제안한 토론회 참여를 마다할 이유가 없는 것이다.

정의당 제주도당(준)도 22일 성명을 내고 진상조사와 토론회 등에 정치권은 물론 최대의 피해자이자 이해당사자라 할 수 있는 강정마을회와 해군기지범대위 등 시민사회도 함께 참여함으로써 공동의 해법을 모색할 수 있기를 기대한다며 여·여 후보들을 압박했다.

이처럼 ‘출구전략’이 모색되는 데는 지난 7년여의 심적·물적 고통에도 불구하고 현재까지 진행된 해군기지 공사의 원상회복은 사실상 어렵다는 현실론에서 기인하는 측면이 강하다. 실제 강정 해군기지 건설공사 공정률은 이미 60%를 넘었다.

강정마을주민들도 정치권에서부터 ‘판’을 마련해준 데 대해 사실상 반기는 분위기다.

강정마을회는 지난 20일 신구범 예비후보가 제안한 ‘진상조사위원회’ 제안에 전적으로 동의한다는 입장을 내놨다.

무엇보다 이들은 “강정주민들은 애초부터 안보사업에 반대한 것이 아니라 민주주의를 훼손하며 진행한 부분에 있어서 반대를 한 것”이라며 그 동안 자신들을 옭아맸던 오해에 적극 해명하고 나섰다.

이들은 특히 “단지 사업진행률이 60%를 넘어섰다는 이유만으로 불법적이고 반인권적인 사업이 정당성을 얻을 수 있어서는 안 된다”고 우려를 표명하면서도 진상조사에 따른 명예회복 및 책임자 처벌, 민항 전환 등을 전제로 종전 ‘해군기지 백지화’ 입장을 고수할 지 여부를 마을총회를 통해 다시 물을 수 있다는 진일보한 입장을 제시했다.

‘출구전략’을 모색하면서 가장 우선해야 할 점은 ‘강정마을 주민들의 자존’이다.

자칫 보상문제에 집중될 경우 강정주민들이 여태 보상을 위해 해군기지를 반대해왔다는 또 다른 오해를 부를 수 있기 때문이다.

사업주체이면서도 강정마을과 대화에는 담을 쌓았던 중앙정부, 이 과정에서 제 역할을 하지 못한 제주도의 전향적인 자세 변화는 선택이 아닌 필수다.

여기에 차기 도정을 이끌겠다고 나선 예비후보들이 정파를 떠나 ‘강정의 눈물’을 닦아주겠다는 진정성이 포개질 경우 8년째 암흑의 터널 속을 헤매고 있는 강정 해군기지 문제에도 한 줄기 빛이 보일 수 있다.

제주해군기지 추진 과정에서 체포 연행된 사람만 660명이 넘고, 누적 구속자는 38명에 달한다. 재판결과 230명에 대한 형이 확정됐고, 납부해야 할 벌금만도 4억원이 넘는다.

제주해군기지 반대운동에 앞장서온 시민단체에서 활동하는 A씨는 “솔직히 오래 전부터 (출구전략에 대해) 논의했지만 (이를 수면위로 꺼내는데) 용기가 부족했다”고 실토했다.

이제 판은 마련됐다. 강정주민들도 ‘관용’을 베풀 준비가 되어 있다. 과연 누가 이들에게 먼저 손을 내미는 용기를 발휘할까.<제주의소리>

<좌용철 기자 / 저작권자ⓒ제주의소리. 무단전재_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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