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무병의 제주, 신화 2] (4) 신화의 세계를 그린 우주모형도(宇宙模型圖)

굿청[祭場]은 집안에 임시로 마련한 신전(神殿)의 무대장치이며, 우주(宇宙)를 축소한 모형도이다. 마당에 큰대를 세우고, 마루에 ‘네 당클[祭棚]’을 매면, 집안의 신전집은 모양을 갖추게 된다. 집안에다 하늘과 땅의 모든 신들을 모셔 와 네 당클에 모시고 나면, 제주신화 <열두본풀이>의 세계는 그 안에서 완성된다.

굿청은 신화의 세계를 그려나가는 우주의 밑그림이다. 굿을 하는 것은 굿청에 앉아 우주의 세계지도를 그려나가는 것이다. 그러므로 굿판에서 ‘우주를 짓는다.’는 의미가 생겨나는 것이니, 큰대를 세우고 마루 상방에 4개의 당클을 매었다는 것은 임시로 하늘과 땅의 신궁을 집안에 매어 집안에 소우주를 구축한 것이다. 그러면 굿청의 구조를 신화의 무대로 그려보자.  

(1) 큰대

큰대는 마을의 토주관 본향당신을 모신 신당의 당나무[神木]와 같은 우주의 나무[宇宙木]를 집안에 임시로 설치한 상징적인 깃발이다. 큰대는 우주목으로 땅의 가장 높은 산 정상의 신목(神木)으로 신의 내려오는 길[下降路]이며, 신이 깃드는 신체(神體)로 당나무[神木]를 굿판 입구에 설치해 놓은 것이다.

살아있는 우주목이기 때문에 맨 끝에는 생죽 잎의 가지가 그대로 붙어있다. 그리고 큰대는 하늘과 땅을 잇는 노각성자부연줄(=줄다리)이기 때문에 큰대를 감고 있는 흰 광목과 집안 상방으로 다리가 이어지며, 하강 전의 신들이 깃들어 있는 영(靈)이 살아있는 신체이며, 굿을 하여 군문을 여는 무조신(巫祖神) 젯부기 삼형제의 신체로서 큰대는 다의적인 의미상징의 복합체로서 굿판의 가장 큰 대형 깃발이다.

 

▲ 하늘 길을 상징하는 우주목 큰대. ⓒ문무병

(2) 당클

큰대에 이어 집안 상방 마루에는 당클을 맨다. 당클은 제붕(祭棚)이다. 당클은 굿판에 임시로 건설한 신들의 궁전으로 그 특징은 '살장'으로 가리고 있는 것이다.

당클의 기메전지 중 가장 중요한 것은 신의 세계, 즉 '궁전'을 상징하는 전지[紙錢類]인 '살장'을 비롯하여, 살전지, 발지전과 너울지, 청사초롱, 오방기와 오방각기 등으로 둘려 있다는 것이다. 모든 지전류가 궁전을 장식하는 상징물인 것으로 보아 당클은 굿판에 임시로 건설한 신의 궁전이다. 제주에서는 사갓집에서는 일주일, 심방집에선 두이레 열나흘동안 하는 굿을 큰굿이라 하는데 큰굿을 하게 되면 사방 벽에 제상을 달아매는데, 이 ‘사방 벽에 달아맨 제상(祭床), 제붕[祭棚]을 ‘당클’이라 한다.

그리고 사방 벽에 당클을 맨 굿을 4당클굿이라 한다. 이때 4개의 당클은 신의 나라를 4개의 영역으로 분할되고, 신들의 나라는 하늘에서 땅까지 4개의 단계로 구분지어 각 신역의 위계를 나타낸다.

▲ 당클[祭棚]을 매다. ⓒ문무병

심방이 굿을 집행하는 마루의 중심에서 보면, 바깥 큰대가 보이는 상방 앞문의 오른쪽 큰방 위에 설치한 당클을 <삼천천제석궁 당클>, 이 당클 맞은편 작은방 위에 설치한 당클을 <열두시왕 당클>, 큰대 세운 마당 쪽 상방 앞문 위에 설치한 당클을 <문전·본향 당클>, 그리고 문전·본향 당클의 맞은편, 상방 뒤뜰로 가는 뒷문 위에 설치한 당클을 <마을·영신 당클>이라하여 사방에 맨 4당클이며, 심방집 굿인 경우는 따로 당주 방에 4당클을 다시 설치하여 모두 여덟 개의 당클을 맨다. 이렇게 큰대와 당클을 매면 인간의 집안에 신을 모신 굿청이 작은 우주가 완성된다.

(3) 초감제→초신맞이→초상계

▲ 오방각기. ⓒ문무병

<초감제>는 하늘의 신들을 땅의 굿청에 모셔들이는 청신의례이다. 초감제는 하늘 신궁의 문을 여는 수직하강의 <군문열림>과 우주목을 타고 내려온 신을 오리밖까지 가서 모셔오는 수평이동의 <오리정신청궤>로 이루어진다.

초감제는 8개의 작은 제차(祭次)로 진행되는데, 하늘과 땅, 해와 달이 어떻게 생겨났으며, 인간의 세계, 나라와 마을이 어떻게 시작되었는가를 말해주는 <베포도업>, 굿하는 시간과 장소를 설명해 나가는 <날과국 섬김>, “왜 굿을 하게 되었는가”를 밝히는 <연유닦음>, 제장의 부정을 씻고 신이 하강하는 길의 모든 사(邪)를 쫓는 <새도림>, 그리고 <군문열림>과 <신청궤>, 신의 뜻을 묻는 <산받음>과 <분부사룀>을 듣고 대접하여 다음제차로 넘기는 <주잔권잔>으로 끝난다.

<초신맞이>는 <초감제>와 함께 다음에 남은 신들을 재차 청신하는 제차(祭次)다. <초감제>가 모든 신들을 하늘에서 지상으로 내려오게 하는 ‘군문열림’의 수직 하강의 청신의례라면, <초신맞이>는 하늘에서 내려온 신들과 땅의 신들을 모두 모아 굿판으로 재차 모셔오는 청신의례다. 이때 모든 신을 굿판으로 안내하는 심방은 본향당신의 역할을 하며, 본향당신은 땅의 신을 대표하는 도지사, 토주관이라 한다.

심방이 <초신맞이>에서 청신하는 방법은 본향당신이 오리 밖까지 나가서 신들을 모두 제청까지 모셔오는 ‘신청궤’의 안내 방법과 같다. 그리고 <초신맞이 신청궤>는 초감제 때 하늘 신궁의 문을 열어 하늘에서 내려온 신들과 땅의 신들을 심방이 ‘신의 안내를 맡은 감상관’의 자격으로 오리 밖까지 나가 신들을 모두 제장에 모셔 들이는 종합적인 <신청궤>라 할 수 있다.

<초상계>는 아직도 오지 못한 신들을 재차 청해 들이는 과정이다. 집안에서 모시던 조상신들, 마을영신들까지 빠짐없이 재차 청신하여 하나의 신도 미참한 신이 없으면 집안에 임시로 마련한 신궁인 당클에서 굿이 끝날 때까지 청신한 신들이 떠날 수 없도록 문을 잠가두는 청신의례이다.

▲ 오방각기 시군문 잡음. ⓒ문무병

이를  <오방각기 시군문잡음>이라 한다.  소미는 문문(門門)마다 안팎 2개씩 ‘오방각기’라는 기메를 오려붙인다. 그러면 굿을 마칠 때까지 신은 인간을 떠날 수 없다. 집안, 인간세계에 갇혀 있게 된다. 이를 <오방각기 시군문잡음>이라 한다.

<오방각기 시군문 잡음>은 문문마다 좌우 2장씩 오방각기를 붙여 굿이 끝날 때까지 신들이 문밖으로 나갈 수 없게 한 것이다. 이는 모든 신들이 지상 집안에 머물게 하는 의식이며, 이렇게 신들이 모인 곳, 신들이 임시 머물고 있는 곳이 굿청이기 때문에 신화의 세계가 펼쳐질 수 있다는 것이다. / 문무병 제주신화연구소장·민속학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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